2012/03/25

[패키지 이야기] 웨이스트랜드

웨이스트랜드는 애플2와 코모도어64라는 기종으로만 나왔다가 나중에 도스로 이식됐습니다. 저는 도스판으로 처음 접했었죠. 이걸 폴아웃보다 먼저 한 덕택인지 막상 폴아웃을 접했을때는 별로 감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기까지 했죠. 웨이스트랜드는 애플2와 코모도어64판을 합쳐서 10만장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88년 당시 PC게임으로서는 큰 성공이었죠. 근데 EA개씨빨썌끼들이 웨이스트랜드에 대한 판매로얄티를 땡전한푼 지급하지 않는 바람에 인터플레이는 빡쳐서 독립하게 됐고 거의 완성단계에 있던 Meantime이라는 후속작도 영원히 사라지고 맙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스토리같지 않나요?ㅠㅠ 블랙아일의 밴뷰런이 완성단계에 폐기된것과 최근의 베데스다씹숑키들의 뉴베가스 로얄티 사건이 떠오릅니다. 80년대나 지금이나 퍼블리셔가 하는짓은 똑같네요. 그래도 이제는 킥스타터와 스팀 덕분에 미래를 기약할수 있게 된것 같습니다. 개씨발좆같은 놈들의 횡포에서 벗어날 방법이 생겼다 이말입니다.ㅠㅠ

제가 가지고있는 이 패키지는 오리지날 애플2용 패키지인데 옛날 LP음반 케이스하고 비슷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플레이의 초창기 게임들은 이런 앨범식 케이스를 가진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초창기 PC게임쪽은 패키징에 정해진 틀이 없었던 덕분에 다들 케이스의 모양이나 크기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개성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커버아트중의 하나입니다. 그림한장만으로도 머리속에서 자동으로 스토리가 막 만들어지지 않습니까? 저게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서라도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듭니다. 게임을 해보기 전에는 마치 아래쪽이 주인공이고 위쪽이 악당같아 보이지만 게임을 해보면 그 반대였다는 반전도 들어있죠.ㅋㅋ

예전에는 저런 커버아트만 봐도 사고싶게 만드는 게임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매력이 별로 없는거 같습니다. 맨날 인물 클로즈업만, 그것도 매우 싸구려스럽게 나와서 오히려 구매욕을 떨어뜨릴 정도입니다.-_-; 게임만 그런게 아니라 영화 포스터도 그렇더라구요. 예전 영화 포스터 보면 그냥 완전 예술작품인데 요즘은 대부분 욕만나옵니다.-_-;

포장 비닐면에는 PG-13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이게 등급표시입니다. 13세 아래로는 플레이금지라는 얘기입니다. 원래 이시절에는 게임에 등급같은거 없었습니다. 그래서 PG13도 영화용 등급이구요. 그냥 EA에서 자의적으로 붙인거죠. 뭐 아동살해도 가능하니 붙일만 합니다. PG13은 요즘으로 치면 M등급과 비슷할 겁니다. 제가 알기론 이게 최초로 게임에 등급딱지 붙인거라고 알고있습니다.



뒷면입니다. 평범하게 게임화면과 게임의 특징들이 나열되어 있네요.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 자세히 보니까 저 그림중 하나는 게임 진행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네요. 저는 처음할때 저걸 몰라서 완전 개고생을 했었죠. 덕분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던전중 하나네요.



요즘 게임 케이스와의 크기 비교입니다. LP케이스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아담해서 귀엽죠. 전통적인 박스 패키지가 보드게임 박스를 연상시키는데 비해 LP음반을 연상시켜서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뭔가 게임같지가 않습니다.

크기 비교에 사용된 뉴베가스는 웨이스트랜드와 게임의 무대가 겹치기도 하죠. 안그래도 폴아웃이 웨이스트랜드 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뉴베가스는 장소까지 비슷하다 보니 하다보면 웨이스트랜드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이렇게 보니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서있는 꼴이네요.^^;



가지고 있는게 밀봉상태라 내용물을 보여드릴수 없어서 웹에서 개봉된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웬만하면 비닐을 부왘!하고 뜯겠는데 저런식으로 접는 방식의 패키지라 한번 뜯으면 보관이 힘듭니다. 게다가 엄청 레어한 물건이기도 하구요. 참고로 브라이언 파고 본인도 이 앨범식 오리지날 패키지는 없다고 하네요.

케이스를 펼치면 안쪽이 저렇게 되어있습니다. 오른쪽의 기다란 구멍에 디스켓과 매뉴얼이 들어갈겁니다. 아마...

안쪽의 아트웍도 멋지네요. 오른쪽 사진은 제작자들의 데저드레인저 코스프레 사진입니다.-_-; 레인저가 아니라 완전 악당같네요. 커버아트에서도 악당같고... 게임에서도 아무나 막 죽여대는게 악당이나 다를바가 없죠.-_-;



게임 디스켓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오른쪽에 보면 4 blank disks required라고 써있습니다. 게임이 세이브파일을 따로 두는게 아니고 그냥 전체 파일에 덮어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복사본이 필요했습니다. 정돌이도 원본을 복사해서 게임을 해야 하다니 요즘 기준으로는 참 아스트랄하죠?

매뉴얼은 그냥 그림도 없고 텍스트만 있는 재미없는 구성입니다. 80년대 인터플레이 게임 매뉴얼은 다 그런식이었죠.

아직 한참 먼 얘기지만 웨이스트랜드2의 패키지는 박스형태는 다르더라도 커버아트는 비슷한 느낌과 디자인으로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네요. 뭔가 이게 정식 후속편이다! 하는 느낌을 주는 패키지였으면 좋겠습니다.ㅎㅎ

댓글 19개:

  1. 우와.. 멋있군요.
    저런 거 소장하는 거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예전엔 그걸 모르고 다 버린지라 집에 남아있는 게 없습니다.
    덕분에 패키지 소장하고 계신 분들 보면 부러워요.
    특히 이 웨이스트랜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생김새군요.
    혹시 2도 이렇게 특별하게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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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게임 진행 중에 원본 디스크에 덮어쓰기가 안되도록 애초부터 복사방지 홈이 막혀서 나왔군요. 복사방지 홈이 없는 디스크를 보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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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게임 자체도 게임을 초월한 그 무언가인데 재킷도 레코드판 재킷이랑 완전히 닮아 있으니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마치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같은 전설적인 뮤지션 레코드판 재킷을 보는 기분입니다.

    음악도 그렇죠. 커피색이나 검정색 크롬처리된 테잎보다 더 불편해 보이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LP판이 더 높게 쳐지듯이.

    5'25" 플로피를 보면 볼수록 레코드음반과 비슷한 운명을 지녔다는 기분이 갑자기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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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부러워서 죽을 거 같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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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Hot. Mean. Radioactive.라는 문구가 써져있던, 멋들어진 홍보 포스터도 기억나네요. 출시되었던 시절 강남 더어드웨이브에 붙어있던 걸 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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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더블스포일러 / 2편도 그냥 단순한 플라스틱 케이스는 아닌것 같더군요. 옛날 PC게임같은 패키지를 만든다고 했으니... 근데 그게 킥스타터 참여자에게만 보내주는건지 출시후에도 구입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왕 / 복사방지 홈이라기 보다는 쓰기방지 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원래 정품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기방지 홈이 막힌게 일반적이었죠.



    보헤미안 / 으잌ㅋㅋㅋ 너무 거창한 비유인데요.ㅋㅋ 흠..CRPG로 한정해서 비유를 해보자면 그럴수도 있겠네요. 위저드리가 CRPG의 비틀즈라면 울티마는 롤링스톤즈? 그럼 웨이스트랜드는 레드제플린 정도 될것 같네요.ㅋㅋ 그럼 폴아웃은 건즈앤로지스? 발더스는 본조비? 앜ㅋㅋㅋ계속 나올거 같아서 자제해야겠네요.

    5.25인치 플로피는 저도 참 특별한 감정이 드는 매체입니다. 읽을때 드륵거리는 소리도 그렇고 특유의 냄새-_-;도 그렇고...



    Cenobite / ㅎㅎ저한테도 보물입니다. 웨이스트랜드 시리즈가 계속 나와서 몇십년 지나면 초판 배트맨 만화처럼 되는거 아닐까 하는 망상도 해봅니다.ㅋㅋ

    으아 더어드웨이브 찾아보니까 당시에도 이런데가 있었군요! 제가 본격적으로 PC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그보다 좀 이후였기에 게임 복사해주는데서 신작게임 포스터까지 붙어있었다고 하니 무척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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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껍질인간/ 망상이 아니라 정말 엄청난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이베이 같은데도 씨가 말랐습니다. 게임 자체도 RPG역사상 한 획을 그은 작품에다가 오리지널 Apple II용에 밀봉이니 실로 엄청난 보물인 듯합니다.

    제 기억으로... 모든 복사 업체;;가 다 그랬던 건 아니고, 강남 더어드 웨이브나 A+ 같은 큰 곳에서는 원본 패키지도 진열하고 포스터도 벽에 붙여놓고 했던 것 같아요. 종로 세운상가에서도 일부 매장의 유리문에 울티마V 포스터나 천지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포스터 등으 붙어있기도 했죠. 제가 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들은 Your Might......Our Magic 이라고 써진 마이트 앤 메직 1편 포스터랑 인포콤에서 나온 Journey, AD&D의 첫씨리즈 였던 Pood Of Radiance...

    그리고 보헤미안님의 비유에 관련한 드립;에 저도 참여하자면, 발더스는 너바나(Nirvana)에 비유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네요. 이후 주객이 전도된 락씬의 상업화와 그 시발점에 대한 정통 락, 헤비메틀 리스너들의 엄청난 반감까지 놓고 보자면 ㅎㅎ

    본조비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게 나와 보급된 SSI의 AD&D 시리즈의 비교하는게 어떨까 합니다...저도 막 더쓰고 싶지만 자제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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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Cenobite / 이베이도 이젠 옛날 게임은 거의 안올라오는거 같더군요. 그럴줄 알았으면 예전에 좀더 구해놓을걸 싶더라구요.

    기억력이 대단하시네요. 저는 동서게임채널이 정식유통 시작한 다음부터도 게임 포스터를 봤는지 안봤는지 기억이 안나요.ㅋㅋㅋㅋ 몇몇 기억에 남은 그림이 있긴 있는데 그게 포스터로 본건지 게임잡지 광고로 본건지도 잘 모르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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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어쩌다 검색 중에 나온 껍질인간 님 블로그를 통해 웨이스트랜드를 알게 되어서... 킥스타터에서 기부도 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전혀 모르던 명작도 알게됐네요. 웨이스트랜드 1 도 한번 구해서 해보려고 합니다. 껍질인간님께서 올리신 다른 글들도 읽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보니 서로 다른 생각도 있지만 공감되는 것들도 꽤 있구요. 어쨌든 좋은 글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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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익명 / 제가 쓴 글이 목적을 달성했군요.^^; 1편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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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커버에 매드맥스 분위기가 물씬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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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멘붕했습니다.
    이게 바로 크리티컬 버그란 건가요.

    중간에 las vegas에서 sewer로 들어갔는데
    여기서 기계부품을 모으는 부분 있잖습니까
    거기서 servo motor이라는 템이 있는데 이거를 조립할 때 아무거나 막 누르면 가끔 버그가 나서 하나가 날아간다더군요.. 그래서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버렸어요.
    quartz까지 가서 한 개 더 구해와도 한 개가 부족하네요..

    정말 재밌게 너무 아쉽습니다. 엔딩 제대로 1회차에 보고 싶었는데.
    혹시 프로그램 뜯어서 아이템 하나 생성하는 방법 같은건 없나요 -_-;; 치트 중에 모든 ㅌ메이 있다는 치트에도 이 아이템만은 없네요.

    아.. 첨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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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정말 재밌게 -> 정말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말도 이상하게 나오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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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Onesin)

    뉴 베가스 표지의 저 베데스다 마크 볼때마다 빡치는군요. 개새끼들 진짜 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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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더블스포일러 / 안타깝네요. 스토리상 꼭 통과해야할 부분이라 그냥 넘어갈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아무래도 다시 시작해야 할것 같은데요.ㅠㅠ 저는 한번도 안걸렸던 버그인데 악명높은 버그인가 봅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할때 전과는 다른 캐릭터들을 만들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새로운 게임처럼 느껴질만큼 신선할겁니다.
    그래서 제가 게이밍팁에 미리 버그부터 검색해보고 게임 시작하라고 한게 빈말이 아닙니다.^^;



    Onesin / 그러고보니 옵시디안 마크는 보이지도 않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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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껍질인간 // 네 다음부턴 꼭 찾아봐야겠어요 ㅠㅠ
    그리고 확인해보니까 전에 쓰던 캐릭을 이어서 하는 방법도 있더군요.
    갠적으로 열심히 키웠던 캐릭을 버리긴 싫어서.. 어짜피 스킬은 웬만한 건 다 있으니 이 캐릭 그대로 해서 새로 해볼렵니다 ㅋㅅㅋ
    다만 방식은 좀 더 다르게.
    이전 플레이 때는 그냥 뭣도 모르고 쳐들어가서 다 부수고 난 다음에 좀 더 둘러보다가 암호라던가를 알게 되서 좀 아쉬웠었늗네 이번엔 그 방식대로 한번 해봐야겟네요.

    으으 뭐 어쩃든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죠. 담부턴 꼭 버그부터 찾아봐야겠습니다. 진짜 기분 허탈해지는 게 모든 걸 잃은 듯한 기분이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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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더블스포일러 / 옛날 PC게이머들은 그런 버그들에 단련이 되서 웬만한 버그는 눈도 깜짝 안했죠.^^; 서로서로 정보교환하고 알아서 피해가는게 당연했었죠. 요즘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기가 쉽기때문에 시작전에 조금만 신경쓰면 큰 버그같은건 다 피할수 있어요. 분명히 버그가 게임을 망치는 요소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미리 약간만 신경써도 피할수 있는데 그걸로 게임 전체를 쓰레기 취급하는게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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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바즈테일 1, 2편을 가지고 있는데, 1편과 같은 패키지 구조군요. 웨이스트랜드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영어도 잘 모르고 접근했다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접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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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울티마로 RPG에 어느정도 적응해서 제대로 할수 있었지 웨이스트랜드를 울티마보다 먼저 접했더라면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접었을 겁니다. RPG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하기에는 좀 난해한 면이 있는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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