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제 게임 패키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질 날도 얼마남지 않은것 같기도 하네요. 게임이 점점 서비스가 되어가니까요. 그때가 오면 게임을 담은 상자가 아주 신기하게 보이겠지요. 현재 게이머들이 플로피 디스크를 신기한 물건으로 보듯이 말이죠.
85년에 발매된 울티마4 애플II용 패키지 입니다.
박스 아트웍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누구나 모세의 홍해가르기를 떠올리게 되죠. 그러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엿먹이는 훼이크이기도 합니다. 참 여러의미로 대단한 표지입니다. ㅋㅋㅋㅋ
뒷면. 인상적인 앞면에 비하면 심심합니다.
이제부터 내용물 소개. 울티마하면 천지도, 천지도하면 울티마가 떠오르죠. 그냥 멋으로 들어있는게 아니고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아이템입니다. 이거 펴놓고 게임하면 분위기가 상당합니다. 모니터 그림파일로 보거나 종이에 인쇄해서 볼때는 절대 못느끼는 분위기죠. 요즘 게이머들이 지금 울티마를 한다고 해도 이런걸 느낄수 없다는게 안타깝기도 하네요.
브리타니아 소개 책자인 '브리타니아의 역사'입니다. 브리타니아로 와서 아바타가 되어달라는 일종의 모집광고 이기도 합니다. 표지가 종이인데도 색상과 엠보싱으로 마치 가죽장정같은 느낌을 줍니다.
안의 종이질도 두껍고 빳빳한게 무척 좋습니다. 중간중간 삽화도 들어가있고 무엇보다도 글이 참 좋습니다. 읽고 있으면 그냥 머리속에서 끝내주는 판타지월드 하나가 재생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당장 게임에 뛰어들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죠. 또한 게임플레이에서 필요한 수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서 게임이 안풀릴때마다 찾아보게 됩니다.
괴물도감. 당시에는 게임 그래픽이 워낙 후져서 괴물의 위엄(?)이 안살다보니 이런식으로 따로 매뉴얼에 그림을 넣어놔서 위엄을 살려줍니다. 눈으로는 허접한 도트 몇개를 보지만 머리속으로는 저런 그림을 떠올리라는 거죠.
마법책입니다. 마법책 답게 표지 포스가 쩝니다. 가죽같은 느낌의 종이표지에 금박으로 글을 넣어서 글자가 번쩍번쩍 합니다. ^^;;; 표지의 이 괴상한 문자는 고대 룬문자입니다. 톨킨의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을 보면 이런 룬문자가 자주 나오죠. 뜻은 'The Book of Mistic Wisdom'입니다. 밑에는 꼬불꼬불뱀에 위에는 전시안같은 눈깔이 있는것만 봐도 개리엇이 사이비 신비학같은거에 얼마나 통달했는지 단박에 알수있습죠.-_-;
안에 종이질은 또 무슨 창호지 같은 걸로 되어있는데 양피지의 느낌을 줄려고 한거 같습니다. 거기에다 페이지 바깥 둘레에는 마치 중세 고문서처럼 그림장식이... 정성이 쩝니다.ㅠㅠ 사진은 각 마법시약의 특성에 대한 설명입니다.
A부터 Z까지 각 알파벳마다 하나의 마법이 할당되어 있습니다. F는 Fireball같은 식으로... 왼쪽에는 마법의 시현 모습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마법에 대한 설명과 구현방법이 쓰여 있습니다. Fireball을 쓰려면 무슨무슨 시약을 써라! 이런식으로 간단하게 나와있는게 아니고 어떤 효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쓰이며 왜 이런 시약이 필요한지를 마치 마법사가 설명하듯이 적혀 있습니다.
모든 마법에 대해 마법 구현 설명이 되어있는것도 아닙니다. 몇몇 강력한 마법은 사용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면서 어떤 마법인지만 설명되어 있고 무슨 시약이 필요한지는 안나와 있습니다. 게임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퀘스트를 통해 알아내야 하죠.
게임에 대한 유일한 설명이 있는 참조카드 입니다. 인터페이스 설명과 게임에 필요한 몇몇 정보들이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이게 게임 매뉴얼입니다.
게임 디스켓. 저기에 게임 프로그램이 담겨있습니다.
등록카드와 공략집 광고. 게임이 어려워서 못깨겠으면 공략집 사라는 얘기죠. -_-; 인터넷이 없던 시절입니다. 게임하기에 참 좋은 시절이었죠. -_-;
마지막으로 앵크 십자가. 그냥 장식물입니다.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자주 등장합니다. 아바타를 상징하는 기호죠. 앵크 십자가는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신을 상징하던 표식이었습니다. 아바타라는 단어의 의미도 그렇고 울티마의 아바타는 한마디로 신이 된 인간인 겁니다. 기독교가 제일 싫어하는 거죠. 인간이 자기 힘으로 신이 되는거...
앵크 십자는 태양신을 상징하지만 그 의미는 '생명'입니다. 또한 생명은 생식을 의미하고 그래서 앵크 십자가는 남근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울티마4의 패키지는 울티마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정성들인 패키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법책이 쩔죠. 게임화면을 볼때보다 저런 책자나 지도를 볼때 더 판타지 특유의 분위기가 납니다. 요즘 게임들에서는 느낄수 없는 맛이 있죠. ㅠㅠ
잘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패키지에서 지도가 다른 버전이네요. 제 지도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보입니다. 뭐가 먼저 버전인지 모르겠군요. 패키지 질이 시리즈 지나갈 수록 후져진다는데 백번 공감입니다. 5편까지는 그래도 꽤 좋구요 - 하지만 역시 지혜의 서 뽀다구는 감히 범접하기 힘들죠. 특히나 8편 지도의 조악함이란.. (9편은 그래도 좀 나아졌더군요). 사실 패키지를 고려할 때 9편을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 납니다. 각 편들을 소장하셔서 아시겠지만 오리진에서 나온 울티마 모든 시리즈 패키지를 보면 가로세로가 동일한 사이즈입니다. 그래서 책장에 주룩 늘어 놓으면 그냥 멋있을 뿐 아니라 통일감도 있어 눈이 즐거워 지게 만들죠. 심지어 울티마 언더월드도요. 그런데.. 9편은 이거 완전 에러입니다. 사이즈도 자기 멋대로고 앞선 시리즈들은 사이드에서 봤을 때도 'Ultima'라는 글자가 동일한 방향을 하도록 인쇄되어 있는데, 9편만 거꾸로여요. 게다가 9편의 Ultima의 뜬금없는 타이포그래피도 용서하기 힘듭니다. 이래저래 대단원이라는 문구에 어울리지 않는 9편임을 패키지만 봐도 감이 온다 할까요. 여하튼, 패키지 사진 구경 잘했습니다. 상태 좋은 녀석으로 소장중이시네요.
답글삭제오스틴 / 이건 지도를 다시 만든 두번째 버전입니다. 첫번째 버전은 박스에 붙은 애플II스티커도 빨간색이 아니라 흰색이죠.
답글삭제7편부터 지도가 후져지더니 8편부터는 그냥 얇은 나일론이었지요. ㅠㅠ 9편은 드래곤 에디션의 경우에는 크기는 달라도 그나마 예전 박스처럼 위아래로 열리는 구조였죠. 근데 눕혀놓으면 거꾸로 보이는 사이드 글자는 참... -_-; 데니스 루벳의 그림 스타일도 6편까지는 사실적인 화풍이었는데 7편부터 갑자기 만화적인 화풍으로 바뀌어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이래저래 7편부터 맘에 안드는 부분들이 점점 늘어가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제 패키지는 하얀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이런, 이거 보니까 후기 버전도 하나 갖고 싶어지는데요? :) 생각난 김에 각 시리즈 패키지를 다시 하나 하나 살펴봤는데, 정말 7편부터 지도가 후져지네요. 프린팅도 그렇고 천 질감도 맘에 안들어 집니다. 지도가 더 이상 필수불가결한 레퍼런스가 아니라는 판단이 제작진 사이에 내려졌나보죠? 개인적으로는 6편부터 일러스트레이트도 별로고 패키지 제작에 성의가 많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례로 매뉴얼에 들어가는 삽화도 많은 부분에서 4편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썼고요. 매뉴얼 종이질과 사용폰트, 그리고 필체도 썩 맘에 들지 않고요. 아뭏든 그렇습니다. 별개로 저는 위저드리 초기 시리즈 패키지도 참 맘에 듭니다. 아직 Knight of diamonds 패키지는 없지만, 검고 빳빳한 종이 패키지에 반짝 금은박으로 타이포 해놓은 것이 참 멋들어 집니다. 일러스트도 단순하면서도 분위기가 있고요. 마치 7-80년대 ECM레이블에서 나온 음반들 커버같은 맛도 좀 나고. 1편 패키지보면 제작진들이 동양권에 대한 관심이 꽤 컸구나하고 지레 짐작할 수가 있죠. 용이 서양식 뚱땡이가 아니라 동양식의 뱀과 흡사한 모양으로 그려졌으니. 3편 Legacy of Llygamyn 초기 인트로 데모에선 다시 서양식 용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뭐, 별건 아니라도 여러가지 생각을 해주는 패키지이지요. 물론, 제 생각에 초 대박은 위저드리4 패키지에 있는 경구 문구. "Warning: Expert level scenario! The Return of Werdna is an EXPERT level scenario for experienced Wizardry players ONLY. Novice will rapidly become totally frustrated - this game is VERY difficult!" 이런 문구를 읽다보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게임을 팔 생각이 과연 있는 건지 하는 생각.. 5편의 경우 패키지 크기는 전작들과 같게 유지가 되었지만 디자인이라던가 하는게 미묘하게 달라 확실히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죠. 추억을 되살려보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우와... 상태가 예술급이네요. 브리타니아의 역사는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멋진 소장품 부럽네요 ^o^
답글삭제디스크켓 사진만없으면
답글삭제보드게임인줄알겟네요 ㅎ
오스틴 / 우왕~ 위저드리 초기작들 패키지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초기작들은 애플판으로는 구하기가 엄청 힘들더라구요.ㅠㅠ 직접 본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봤지만 커버아트가 굉장히 무게감 있는게 딱봐도 '애들은 가라~ 훠이~' 하는듯한 느낌이죠.^^; 이런 스타일의 커버아트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울티마도 7편 블랙게이트의 커버아트를 제일 좋아하구요.
답글삭제위저드리4편의 그런 문구도 그렇고 위저드리 초기작들은 정말 순수하게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이었던것 같아요. 그냥 너죽고 나죽자는 느낌이죠.^^;; 그에 비하면 울티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타협 같은게 느껴지죠. 그래도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지켰기에 명작인건데 요즘 게임들은 그런게 없죠. 게임으로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아요.
ehei /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PDF파일은 쉽게 찾을걸요? 읽어보시면 플레이하고 싶어질겁니다. ^^
익명 / 초기 PC게임 패키지엔 약간 그런 느낌이 있죠. 아무래도 D&D영향이 크다보니까 그랬을 거예요. 어떤 게임은 아예 게임 자체가 보드게임과 결합된것도 있었어요. 보드에 말을 놓고 PC화면의 내용과 함께 플레이하도록 디자인 됐던 어드벤쳐 게임이 있었죠. 워게임쪽은 말그대로 보드게임을 PC로 옮긴거였구요.
오옹 마침 30주년 기념으로 울티마4를 무료배포하네요
답글삭제http://www.ultimaforever.com/
http://wonst719.cafe24.com/zbxe/?mid=u7_board_old&document_srl=63484
답글삭제브리타니아의 역사 제 1장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천천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앞서 언급하셨듯이 울티마는 패키지 아이템 자체가 게임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글화의 대상에는 당연히 이들도 포함되어야 하겠습니다. 당장은 현실적 제약으로 울티마 4의 한글화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장호준 / 와~ 울티마7을 한글화하는곳이 있는줄 처음 알았네요. 의미있는 일을 하시는군요. 한글화에 힘쓰시는 분들을 보면 언제나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울티마4가 한글화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답글삭제와.. 대단합니다. 매뉴얼만으로도 패키지 구매 의욕이 샘솟네요. 지금 구하려면 가격이 엄청나겠죠? 구글에 왠지 PDF스캔본있을것 같기도 한데 찾아봐야겠네요.
답글삭제전 울티마9은 패키지가 있었는데 패키지도 4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게임 자체가 너무나 개같아서 그냥 패키지 통째로 버렸죠.
답글삭제부럽 / 상태 안좋은 패키지는 지금도 이베이에서 싼값에 구할수 있을걸요? PDF 파일은 널려있습니다.
답글삭제http://wonst719.cafe24.com/zbxe/index.php?mid=u7_board_old&document_srl=64779
답글삭제일전에 말씀드렸던
울티마 4 브리타니아의 역사의 번역이 끝났습니다.
위 링크는 나름대로 제본을 해본 결과물입니다.
얼마전 NSM53P님과 함께 의기투합해서 시작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패키지 울티마 전시리즈의 용어 통일과 한글화의 기반을 잡는 작업이지요. [브리타니아의 역사] 작업은 가장 먼저 제가 도전해 본 주제였습니다.
다만 이 작업은 혼자 한 거라서 용어나 번역 일체에 대한 교정을 받지 않았습니다. 행여 여유가 되신다면 전체 자료에 대한 총평을 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http://cafe.naver.com/ultimaoffline
PS. 본래 이 작업은 껍질님의 울티마 4 리뷰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Onesin)
답글삭제장호준 // ㅜㅜ 와 대단하시네요.. 이참에 저도 한번 읽어봐야 되겠군요. 수고 정말 많이 하셨습니다 ㄷㄷ
장호준 / 대단하십니다.ㅠㅠ 한글로 제본된 책을 보니 괜히 제가 다 뿌듯해지네요.ㅋㅋ 번역 읽어보고 제 의견도 남겨놓겠습니다. 제 리뷰가 이런 '작품'의 동기를 제공했다니 황송합니다.^^;
답글삭제http://cafe.naver.com/ultimaoffline/book1183949
답글삭제울티마 4 공식 매뉴얼
'브리타니아의 역사'
네이버 카페북으로 완성했습니다.
일단은 완성본입니다.
U4 '신비로운 지혜의 책'과 U5 '지식의 서' 작업이 현재 진행중입니다.
장호준 / 번역작업 잘 봤습니다. 감히 제가 나서서 뭐라뭐라 할 수준이 아니더군요. 고유명사까지 최대한 한글화 하시는게 참 인상깊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번역판이 생각나더군요. 이정도로 공을 들이면 고민거리가 참 많을거 같습니다. 영어실력보다 국어실력이 더 필요하겠더라구요. 문글로우와 문게이트의 번역에 관한 글을 보고 쫄았습니다.^^; 한자어도 안되겠고 순 우리말 어휘를 잘 알아야 겠더군요. 문글로우 같은 경우도 '달빛마을' 보다는 '달무리마을'같은게 더 분위기 있지 않을까요?
답글삭제껍질인간//
답글삭제달무리마을 어감 좋네요. 그런데,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마을 이름은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로드 브리티시를 그냥 놔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혔버렸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고, 마을 이름이 어떤건 우리말이고 어떤건 우리말이 아니면 그 자체가 너무 큰 이질감을 준다는 것이 또 한가지 이유입니다. 그래도 고집을 부려서 문게이트는 달의 문으로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여력이 있으면 출판도 고려하려고 합니다. 잘 나오면 나중에 한권 보내드리지요. ㅎㅎ
장호준 / 아~ 개인적으로는 아쉽군요. 원래 울티마와는 또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탄생하는게 아닌가 했었습니다. 임금님 말투를 쓰는 '브리티쉬 대왕'을 보면 엄청 재밌을거 같았거든요. 하긴 처음 해보는 사람들에게 오리지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것도 중요하니까요.
답글삭제울티마 패키지들은 콜렉션으로도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3, 4, 5, 9 패키지를 가지고 있는데, 역시 4, 5의 패키지 퀄리티를 보면, 요즘 게임 패키지들이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하죠.
답글삭제http://www.ultimacollectors.info/
이 사이트에 가보시면, 울티마 패키지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토피아와 아프로만에서 나왔던 울티마4 패키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는게 인상적이네요.
오스틴// 위 사이트에 가보시면 몇 번째 에디션인지 아실 수 있으실겁니다.
와..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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