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라이지아랑 어셔가의 몰락 정도는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참 음산하고 귀신나올것 같으면서도 뭔가 시적이고 몽롱한것이 약한대 빨고 글쓰셨나 싶은 느낌이었다.
포의 글이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웹상에서도 그의 작품을 다 읽을수 있긴 했지만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낼거리를 찾다가 마침 눈에 띄길래 구입했던 것이다.
근데 단편들을 쭉 읽다보니 이분이 이런 몽롱한 부류의 글만 썼던건 아니고 상당히 다채로운 장르의 글을 썼다는걸 알게 되었다.
왜 장르문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지 알겠더라. sf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장르가 다 있었다. 호러물부터 추리물까지 거의 완벽한 원형을 제시한 천재였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근데 그중에 황금충이라는 단편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퍼즐물? 추리물이긴 하지만 내용이 범인잡는게 아니고 보물찾는건데 이게 완전히 어드벤쳐게임 퍼즐풀기 같다고 해야할까...
암호문을 가지고 은유적인 비밀문장을 해독하고 그걸로 보물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 전형적인 어드벤쳐게임 퍼즐이라 한참 낄낄대면서 읽었다. 뭐 원래 어드벤쳐 게임이 이런 문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것이긴 하지만 만약 포가 요즘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엄청난 어드벤쳐 게임 광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참 나는 축복받은 시기에 태어난듯 싶다. 포는 그러한 극적인 퍼즐물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으나 그럴 방법이 없어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겠지만 현재는 얼마든지 소설속 퍼즐을 푸는 주인공이 될수 있는 게임들이 있으니 말이다. 아마 포가 살아돌아와서 이런 게임들을 본다면 입이 딱 벌어졌을 것이다.
저런 ludic text읽기의 덕후적 파고들기의 재미가 어드벤쳐의 퍼즐풀기를 거쳐 오늘날의 ARG(Alternate Reality Game)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떡밥 휙 던져주고 이거 한번 찾아보셈 님들아 낚인 다음 요 떡밥에 뭔 의미가 있나 조낸 찾아보면 현실의 별의 별 음모론이란 음모론은 죄다 짬뽕시킨 이게 어디까지 현실이여 소설이여 구라여 헷갈리게 하는 게임 장르죠.ㅎㅎ 아직 백서가 나온지 10년도 안되어 장르의 특수성과 바운더리 정립도 제대로 안된 초기 단계인데다 트랜스미디어를 전제 조건으로 깔고 가야 하기에 성숙기로 접어들려면 한참 이른 장르지만, 그 만큼 아직까지도 창작자의 권한이 창작물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초기 PC게임 시장과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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