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4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원래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같은거 별로 안좋아해서 이문열, 이외수 처럼 인기작가들 책은 거의 읽어본적이 없었다. 어쩌다가 공짜로 사람의 아들 25주년판인가 뭔가가 손에 들어오게 되서 읽었는데 결론이 참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종교에 관한 내용인줄 알고 열심히 읽었는데 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다 알법한 얘기들만 늘어놓다가 막판에 갑자기 그걸로 좌파를 까기 시작한다. -_-; 어이가 없게도 예수를 우파로, 아하스 페르츠를 마르크스 쯤으로 치환하고, 윤리적 문제는 모두 이론에 맡겨놓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한국좌파에 대한 경멸로 끝을 맺는다.

게다가 아하스 페르츠와 예수의 대결 논리는 카라마조프형제들의 대심문관 얘기를 그대로 복사해 와서 써먹는데 지가 하고싶은 말에 억지로 꿰어 맞추다 보니 자유를 왜 줬냐고 항변하던 놈이 나중에는 자유를 달라고 지랄한다.

도데체 성경은 한번이라도 읽어보기나 했나. 어떻게 예수가 우파가 되냐. 예수가 가난하게 살라고 말한게 가난한 사람한테 한 얘기냐? 부자한테 한 얘기지. 어휴... -_-;; 나도 양심없는 한국좌파들 진짜 구역질 날때가 있기는 하지만 까더라도 좀 설득력이 있게 까야지 이게 뭐냐. -_-; 이딴게 왜 많이 팔리고 유명한 책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래서 베스트셀러를 안 읽는다니까..

이게 이문열이 언제 쓴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젊었을때 쓴 책으로 알고 있는데 이때부터 뭐 완전 좌파 혐오증 있는 사람이었구만 뭘 새삼스럽게 한나라당 편든다고 사람들이 지랄하고 하는지 모르겠네.-_-;

댓글 8개:

  1. 이문열이야 아버지가 월북하면서 온갖 못볼꼴을 다봣다고 하니 좌파를 싫어하는게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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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해력이 부족해서 못 읽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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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문열이 자기 소설에 그 재능에 걸맞는 성의를 붓는 편은 아니죠. 사람의 아들도 그러하구요. 다만 황제를 위하여는 굉장히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 비슷한 장르군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말이지요. 이건 굳이 국내로 한정하지 않더라도요. 예컨대 위화의 형제나 아옌데의 영혼의 집보단 단연 낫고, 마르케즈의 백년의 고독과 비견할 수 있을만치요. 물론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거야 어떤 작품이든 보다보면 의례 느낄 수 있는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그런 아쉬움조차 없었던 작품이라면 근래 읽은 소설들 가운데선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 먼 암살자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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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개 감사합니다. 이거 읽고 이문열은 완전히 관심 끊었었는데 황제를 위하여는 기회가 되면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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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고 2때 사람의 아들을 읽고 최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들었어요. 그때 한창 작가를 꿈꾸기도 했구요.
    이십대 꺽이고 부터, 글도 좀 쓰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두고
    이런저런 철학책도 읽고 하다보니까... 결국엔 이문열이 쓰고싶은 이미지가 아닌 원하던 이미지를 모작한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정치색은 이문열 치곤 좀 적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좌파 우파라고 하는건 비약이 아닌가... 아니면 사람의 아들이라는 작품이 제가 읽은 작품과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문열이 꾸준히 자기 작품 고치는 사람이라, 갈수록 책이 두꺼워집니다. 사람의 아들같은 경우엔 원작이 150페이지 정도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읽었던건 300페이지가 좀 넘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돈지 모르겠네요. 하여튼 사람이 나이들면서 필력이 줄어드니
    아무튼 훌륭하다 까지는 아니라도, 한국 작품지고 썩 읽을만한 작품은 맞습니다.
    황제를 위하여는 참 훌륭합니다. 세계명작 300선 정도에는 들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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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문열이라는 작가도 피해가지 못하는게 한국 문학계의 늪이라 볼수 있는 거대담론에 대한 집착일텐데...
    이부분에 있어 이문열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정점을 찍은 소설가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는건 아쉽죠. 나이들어서 필력이 쇠했나.... 무튼 사람의 아들은 문창과 학생들이 한때 손으로 필사하는게 유행이었을 만큼, 문체 좋기론 소문난 작품이니 내용이 안맞으시면 문장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물론 껍질인간님이 다시 사람의 아드를 읽을 거라곤 믿지 않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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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한국소설을 많이 읽어본게 아니라서 한국소설내에서는 어느정도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읽는 동안은 재미있게 읽었던거 같습니다. 문장도 좋았고 구조도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예수와 설전을 펼치는 하일라이트 부분부터 엔딩까지가 굉장히 실망스러워서 전반적인 인상을 잡쳐버렸죠. 신에 대해서 말하는가 싶었는데 막시즘에 대한 비판을 위해 무리하게 종교를 끌어온것같다고 느꼈습니다. 주인공의 심적 변화가 핵심이 아니라 살해한 제자가 핵심이니까요. 글의 질에 불만이 있었던건 아닙니다. 글이 후졌으면 엔딩에서 그렇게 실망하지도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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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거대담론에 대한 집착은 전업작가들이 한번씩 앓는 병이 아닌가 합니다. 글만 쓰고 있으니 뭔가 현실적인 것에는 전혀 도움 안되는 인간으로 느껴졌는지 자꾸 문학적 앙가주망을 하려들죠. 생산성에 대한 무능감은 전업작가들이 극복해야할 제 1 열등감이 아닐까 합니다. 그게 극복되기 전에 집착해대면 글이 정말 치졸해지고 더러워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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