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0

뱀파이어 더 마스쿼레이드: 블러드라인즈 (Vampire The Masquerade: Bloodlines)


발매년: 2004
개발사: Troika Games
유통사: Activision
플랫폼: Windows

난이도 설정: 없음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오랫동안 많은 매체에서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해온 소재였다. 끔찍한 공포의 대상에서 때로는 강력한 힘과 불사를 지닌 동경의 대상으로 때로는 소외받는 비주류의 상징으로 수많은 변주를 거치며 인기를 얻어왔다. 결국 뱀파이어는 TRPG의 소재로도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월드 오브 다크니스(WOD) 세계관의 뱀파이어 더 마스쿼레이드 인 것이다. 그리고 이 룰과 세계관을 가지고 RPG명가 트로이카 게임즈에서 만든 PC게임이 지금부터 소개할 뱀파이어 더 마스쿼레이드: 블러드라인즈(헥헥;; 이하 VTMB)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그동안 우리가 영화나 문학등에서 접해왔던 여러가지 종류의 뱀파이어들이 각각의 종족으로 함께 등장하고 공동의 가치아래 형성된 여러 팩션의 권력다툼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는 굉장히 참신한 설정으로 검과 마법, 레이저총과 우주선으로 점철된 PC RPG계에서는 상당한 희소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매체는 이야기의 참신함 만으로는 그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 법. 과연 이 게임이 독특한 설정을 제대로 살린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인지 설정만 특이한 병신같은 게임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스토리의 설정은 TRPG설정에 대단히 충실하다고 할수있다. 3세대 뱀파이어의 부활과 게헨나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섹트간의 음모와 충돌은 너무나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VTM의 스토리이고 특유의 고딕펑크 스타일의 분위기와 아트웍도 충실하게 재현했다. 각 클랜들의 특징과 규칙들도 어느것 하나 임의대로 첨삭없이 등장하며, 단지 카마릴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라서 사바트쪽의 묘사가 단순화된면이 있다.

룰에 있어서는 스킬이 많이 간소화 되고 실시간 액션에 맞도록 변형된 부분이 많지만 애초에 WOD는 룰에 엄격한 TRPG가 아니라 라이브액션에 무게를 둔 게임이기 때문에 오히려 턴제가 아닌 실시간 액션이 컨셉에 딱 들어맞는 선택이었다고 할수 있다. 어쩌면 1인칭 실시간 rpg에 맞는 룰을 찾다보니 WOD로 결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게임의 방식과 잘 어울린다. 맘대로 세계관을 비틀고 분위기를 바꾸고 룰을 왜곡하는 바모사의 발모게임에 비하면 이것이야말로 라이센스 게임이 가져야할 모범적인 모습의 예라고 할수 있을 정도이다.

이 게임은 겉으로 보이는 형식으로 판단하면 Deus Ex 시리즈와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fps스타일의 1인칭 시점이며 퀘스트 해결을 통해 스킬포인트를 획득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세계탐험 보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중심으로 진행되는 RPG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액션적인 요소보다는 RPG적인 요소가 훨씬 크기 때문에 Deus Ex 1편 보다는 2편과 더 가까운 게임이다.

그러나 Deus Ex 2편이 스토리 중심의 RPG로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 실험적이고 혁명적인 RPG였다면 VTMB는 오히려 너무나 구태의연한 폴아웃풍의 전형적인 트로이카 게임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이것은 욕이 아니라 칭찬에 가까운 의미일수도 있다. 아무도 트로이카 게임즈의 작법으로 그들만한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낸적이 없기 때문이다. 트로이카가 블랙아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온 게임들은 모두 동일한 작법으로 만들어 졌으며 이 작법은 TRPG수준의 충실한 룰, 다양한 문제해결이 가능한 뛰어난 퀘스트 디자인, 자유로운 비선형 진행으로 규정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천재 스타일의 제작사는 아니지만 전통의 방식을 고집해 아무도 따라할수 없는 최고의 퀄리티를 내는 PC RPG계의 진정한, 혹은 유일한 장인이라고 할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RPG작법이 VTMB에서는 게임스타일과 크게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룰이 실시간 액션을 위해 변형되다 보니까 트로이카가 자랑하던 룰의 세밀함, 정교함, 복잡함이 없어지고 매우 단순화 되었다. 룰이 단순화 된다는 얘기는 게임플레이 자체도 깊이가 줄어든다는 얘기로 일맥상통한다. 캐릭터시트엔 캐릭터스탯, 스킬, 탤런트 항목이 있지만 사실은 전부 피트라는 단일 항목으로 통합되어 있으며 게임 진행은 이 피트라는 요소로 결정된다. 전투는 그저 무기에 맞는 피트 수치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서 데미지가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며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실시간 반사신경에 좌우된다.

또한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다보니 월드 시뮬레이션적인 요소는 전무하다. 밤낮도 존재하지 않으며(항상 밤이다.-_-;) 시간의 흐름도 없고 NPC들이 스케줄을 가지고 생활하지도 않는다. 물론 게임 진행에 불필요한 아이템도 없고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도 최소한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계를 탐험하는 잔재미가 없고 몰입감이 적기 때문에 Deus Ex 2처럼 메인스토리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는게 정석인데 VTMB는 퀘스트를 통한 캐릭터 성장 중심의 기존 RPG작법을 그대로 가져와 버렸다.

Deus Ex 2 에서는 서브퀘스트들이 메인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서브퀘스트끼리도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메인스토리의 힘을 강화시키고 일관성을 부여한다. 게임진행도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활동 무대가 옮겨져서 스토리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템포로 게임이 진행된다.

하지만 VTMB에서는 서브퀘스트들이 독립적이라 퀘스트간의 영향이나 인터렉션이 심하게 부족하다. 애초에 세계가 협소하고 월드 시뮬레이션적 요소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트로이카가 만들어 왔던 기존의 RPG에서는 문제가 없던 퀘스트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퀘스트를 암만 해결해도 플레이어에 의해 세계가 변한다는 느낌은 눈꼽만큼도 안들기 때문에 나중에는 퀘스트 자체가 작위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시리얼 킬러 퀘스트는 메인퀘스트 진행과 더불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뭔가 메인스토리와 연관이 있는 중요한 퀘스트처럼 생각하게 되는데 긴 과정을 통해 마지막 결론에 다다르면 스토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완전한 독립적인 이야기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기대가 무너짐과 동시에 왜 이 퀘스트가 초반부터 중반까지 계속 중요하게 다뤄졌는지 심한 의문이 들게 한다. 반면에 미식가 퀘스트 같은 간단한 퀘스트는 해결하고 나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같은 뜬금없다는 감정만 들게 한다. 이런 스토리 중심의 규모가 작은 RPG에서는 서브 퀘스트가 중심 스토리와 어울리도록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어야 했다.

활동 무대가 넓어질지언정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장소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기 때문에 메인스토리 진행이 적절한 템포를 가지고 영화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속도로 진행되는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게임방식에 따라 템포가 결정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스토리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수 없게 된다. 초반에 서브퀘스트를 많이 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스토리가 더디게 진행되다 후반에는 갑자기 후다닥 급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을수 있으며 메인퀘스트 위주로 진행하다가 능력치가 딸려서 서브퀘스트를 하게 되면 중요한 부분에서 스토리의 맥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을수 있다.  

이 모든 점이 폴아웃이나 아케이넘같은 월드중심의 RPG였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요소들이었지만 Deus Ex 2 같은 스토리중심의 RPG가 되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설정에도 이런식의 문제가 나타난다. 월드중심의 전통적인 RPG일 경우 플레이어 캐릭터의 스토리상 정해진 배경설정은 플레이어의 몰입을 방해하는 독과 같은 요소이다. 하지만 반대로 스토리중심의 RPG에서는 스토리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숨겨진 주인공의 배경설정은 스토리에 강한 몰입감을 선사할수있다. 아쉽게도 VTMB는 여기서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했다.

서브퀘스트와 메인퀘스트의 독립적인 구성뿐 아니라 퀘스트 자체의 질에도 좀 문제가 있다. 상호작용 가능한 여러가지 오브젝트나 아이템이 없기때문에 퀘스트의 해결이 전적으로 캐릭터의 스킬에만 의존하고 있고 이 스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배치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가지고 창조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여지가 없다. 스킬의 수행 자체는 캐릭터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스킬을 '어떻게' 사용할것인지는 플레이어의 몫이 되어야 하는데 그 '어떻게'가 너무나 뻔하게 보이니 플레이어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만든 캐릭터가 대신 퀘스트를 풀고 플레이어는 그냥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퀘스트의 진행이 쉽다. 좀더 플레이어의 판단과 사고력이 개입되는 형태로 디자인했어야 했다.

메인퀘스트는 스토리 자체는 훌륭하다. 초반에 여러가지 떡밥을 배치해놓고 후반에 그것들을 한데 엮어서 한번에 폭발시키며 비밀을 드러내고 충격적인 반전으로 마무리짓는 보기드물게 깔끔하고 완성도있는 스토리였다. 스토리 자체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단지 스토리 자체가 너무나 꽉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개입이란게 애초부터 절대 불가능한 게임으로서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라는 것이다. 이 스토리 안에서 플레이어는 정해진 길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걸어야만 한다.

주인공의 행동에 플레이어의 판단이 개입되서는 안되기 때문에 게임은 어쩔수 없는 악수를 둔다. 바로 주인공의 사회적 위치를 빵셔틀 쫄따구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플레이어는 쫄따구이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길 자유가 없다. 오로지 보스의 명령만을 받아서 수행해야하다보니 메인퀘스트를 하다보면 내가 게임을 하는것인지 빵셔틀을 하는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 강제로 수행해야하는 메인퀘스트가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후반까지 거의 똑같을 뿐 아니라 너무나 단선적이고 간단하기 때문에 짜증이 난다. 항상 뭔가를 찾아오라는 명령으로 메인퀘스트가 시작되는데 구조가 이렇다.
A를 만나서 X를 가져오라고 함 -> A를 만나면 Y를 해주면 X의 위치를 알려준다고 함 -> Y를 해주고 오면 B에 X가 있다고 함 -> B에 가면 보스전 -> X를 가져옴

이것이 계속 반복된다. 심부름이 심부름을 부르는 이 창조성 없고 단선적인 퀘스트 진행 방식 덕분에 중반까지 스토리 떡밥쌓기가 별로 흥미롭지 못하고 따분하다. 뭔가를 찾아오라는 퀘스트라면 플레이어 스스로가 탐색과 탐문을 하여 단서를 찾고 그것을 토대로 추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아무 생각할 필요없이 계속 시키는 대로만 단계를 밟아가다 최소한의 선택의 요소도 없이 목적에 도달하는 이 병신같은 메인퀘스트 디자인은 욕을 먹어 마땅하다.

물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치닫는 중후반부터는 강한 스토리의 힘 때문에 이런면이 좀 가려지기는 한다. 그러나 후반에 동맹을 찾는 퀘스트는 완전히 디자인 실패다. 이때부터는 스토리상으로도 주인공은 어느 한 섹트에 구속되었다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수 있는 입장에 있음에도 무조건 라크로이의 명령에 따라야만 스토리가 진행된다. 밍샤오를 찾아가서 라크로이의 계획을 알리는 행위가 가능해야 했다. 이걸 할수 없었다면 최소한 밍샤오를 만날수 없는 상황을 만들던가 해야했다.

그래도 선택이 없는 단선적인 메인퀘스트 진행 과정에서 대화지문을 통해 어느정도 플레이어의 의도의 표현은 가능하다는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게 게임 진행에 실제 반영은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제작사 측에서도 이런 강제적인 진행을 의식했는지 명령을 받을때마다 거부하고 투덜거리는 선택지가 항상 존재하는데 가끔 자학개그처럼 보일때도 있다. 라크로이의 명령을 계속 거부하다 보면 굉장히 웃긴 장면도 볼수 있는데 그 장면은 수많은 게임에서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단선적인 진행에 대한 핑계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그때만큼은 아무 불만 없이 실컷 웃으며 강제진행을 받아들였었다.

퀘스트의 난이도와 진행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해결방법이 있고 해결방법에 따라 받는 스킬포인트가 다른점은 훌륭하다. 스킬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이므로 어떤 캐릭터를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진행된다. 전투스킬 위주의 캐릭터는 전투는 굉장히 쉬워지지만 NPC들과 대화를 할때마다 문제를 일으킨다. 이 게임의 퀘스트에는 그저 퀘스트를 한다 안한다의 개념이 아닌 '실패'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말 한마디 잘못해서 퀘스트가 실패하고 보상을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대화가 중요하므로 전투스킬 위주의 캐릭터는 게임진행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다. 반대로 사교스킬 위주로 키울경우 전투만 벌어지면 화려한 불꽃을 피우며 산화하는 주인공을 자주보게 될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잡다하게 능력치를 분산시키면 게임 후반부에는 뭐하나 제대로 못하는 병신캐릭터의 모습을 보게된다. 각각의 분야에서 한가지 스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밸런스와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며 종족과 성별에 따른 수많은 대사 지문의 바리에이션이 게임의 리플레이 가치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대화파트는 이 게임의 최고 장점으로 형식 면에서는 별다를게 없지만 표현 면에서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할수 있다. 지금까지 RPG에서 대화구현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플레이어의 대화 상대가 인간이 아닌 컴퓨터 였기 때문에 실제 대화같은 상호작용을 구현할수가 없었고 도스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주어진 지문이나 단어를 선택하는 시스템에서 한걸음도 발전하지 못했다. 아무리 다양한 지문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만들어도 그 어떤 게임도 실제 사람과 대화한다는 기분이 들게 만든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대화 문제가 너무나 골칫거리라서 아예 NPC의 등장 자체를 배제한 RPG가 나오기까지 했다. 그래도 대화는 RPG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다.

VTMB에서는 이 비현실적인 대화 문제를 시스템의 변화로 해결하는 방법 대신에 NPC의 사실적인 표현으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NPC와 대화를 시도하면 NPC는 플레이어를 마주보고 이제껏 어떤 RPG에서도 봐오지 못한 수준의 표정연기와 제스쳐를 보여주면서 대사연기를 한다. 난 한번도 게임안의 캐릭터가 말을 할때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진정으로 NPC들이 '대사연기'를 하고있다. 그때그때의 단어와 감정에 싱크로된 NPC들의 표정과 제스쳐를 보고있으면 마치 진짜로 게임속의 캐릭터들이 나에게 말을거는듯한 기분을 느낄정도이다. NPC가 위협을 하면 진짜로 위협을 받는듯한 감정이 느껴지고 화를내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 어떤 게임보다도 대화가 재미있고 몰입적이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가끔은 그냥 NPC들과 끝없이 계속 이야기만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을 정도이다. 수많은 RPG를 해왔지만 대화 자체가 재미있어서 계속 대화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든 게임은 이 게임이 최초였다. 2010년을 목전에 앞둔 지금까지도 어떤 게임도 따라오지 못한 독보적인 표현이다. 경고하는데 이 게임을 한 후에는 베데스다나 바이오웨어의 목각인형같은 캐릭터들과의 대화는 거의 아무런 흥미도 느낄수 없게 될것이다. 기존의 대화 시스템과 아무것도 달라진것이 없는데도 표정과 제스쳐로 이정도 결과를 만들어내는것을 보면 우리가 실제 대화에서 표정과 몸짓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그래픽적으로 안구표현이 인상적인데 안구그래픽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표현이다. 빛이 안구에 반사되는 모습이 너무나 리얼해서 일부러 빛을 받는 위치에서 대화를 시도할 정도였다. 이 살아있는것 같은 눈의 표현으로 인해 표정연기가 더욱 힘을 받으며 3D 캐릭터가 보이기 쉬운 좀비같은 인상이 아니라 진짜 사람같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외모의 표현도 대화가 가능한 NPC들은 모두 유니크하게 표현되어 있다. 얼굴, 체격, 장신구, 헤어스타일 어느것 하나 클론인간같은 복제품이 없다.

물론 표정과 제스쳐만 훌륭한것은 아니다. 대사 문장의 수준은 이때까지 봐왔던 게임중에 최고의 수준이었으며 말카비안 클랜으로 플레이시에 나오는 은유적인 지문들은 반드시 경험해봐야 하는 언어 유희의 극치이다. 캐릭터들의 묘사또한 기가 막히다. 모든 캐릭터들이 마치 각각 다른 작가가 대사를 쓴것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개성적이며 한번보면 그 얼굴과 말투와 성격을 잊을수 없게 만든다. 이 게임은 배경으로 살아있는 세계를 만든 게임이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살아있는 세계를 만들었다.  

바로 이 대화 파트가 이 게임의 특징을 축소판으로 설명하는듯도 하다. 시스템은 뭐 하나 새로울게 없는 모습이지만 그것의 표현에 있어서는 대단히 인상적인 면이 있다. 게리와 만나는 씬같은 부분에서는 영화적이라기 보다는 마치 소설속의 묘사를 영상으로 옮긴것 같은 시적인 맛이 느껴지고 뱀파이어헌터와의 대결에서는 서부극의 고독한 영웅의 비장미, 천문대에서의 압도적인 상대와의 싸움에서 기존 게임의 작법과는 다른 영화적인 해결법, 마지막 대결 장소에서 수직적으로 상승해가며 고조되는 분위기등 뭔가 문학적 페이소스가 가득한 장면들이 많다.

이런 훌륭한 표현들과 깔끔하고 집중력있는 스토리가 게임의 단점에도 불구하게 손을 놓지 못하게하는 마력을 부여한다. 플레이어를 게임 스토리에 참가하지 못하는 구경꾼으로 만들었음에도 이 구경거리가 너무나 멋지기 때문에 구경꾼으로도 만족하게 되지만 아쉬움은 숨길수가 없다. Deus Ex 2 수준의 스토리와의 인터렉션은 바라지도 않고 단지 후반부에 서서히 음모가 드러나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선택만 주어졌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엔딩 직전의 최후반부에는 선택의 길을 제공한다. 알려지기로는 5개의 멀티 엔딩이 존재한다고 한다.

전투에 있어서는 놀라운 부분과 실망적인 부분이 혼재한다. 기본적으로 던전 디자인은 병맛이다. 대부분 별 아이디어 없이 통로와 방에 적병을 배치한 수준이며 가끔 간단한 퍼즐이 등장하기도 하고 하프라이프식의 일직선 구조도 보여준다. 오션하우스 호텔과 그라우트 맨션 정도가 그나마 약간 괜찮은 수준이고 나머지는 참담하다. 특히 사바트 기지 던전은 병맛 대폭발이다.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만든건지 귀찮아서 이렇게 만든건지 모르겠지만 화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게으른 디자인이었다.

등장하는 적병들의 AI수준도 한심한 지경이며 클론같은 똑같은 모습을 보면 몰입감이 제로를 향해 곤두박질 친다. 특히 스텔스가 너무 강력하여 약간만 올려두면 일반적인 적병은 바로 코앞에서도 플레이어를 발견하지 못한다. 아무리 뱀파이어 버프를 받는다지만 바로 눈앞에서 발에 채이는대도 발견되지 않는 스텔스 시스템은 밸런스가 심하게 망가져있다. 게다가 인간도 아닌 언데드 종류의 적이 기습공격에 당하는걸 보면 좀 어이없다. 원래 언데드는 육체적 급소가 없는 기습면역의 존재가 아닌가?

반면에 이런 병맛 던전과 병맛 적병의 끝에서 만나는 보스전은 굉장한 퀄리티를 선사할 때가 있어서 그전까지 열받은게 이 보스전 하나로 뭔가 대단히 뛰어난 던전이었던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대부분 보스전은 그전의 병신같은 졸개들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특별한 패턴의 공격법을 가진 고전적인 콘솔 액션게임 스타일로 이게 진짜 실시간 액션은 처음 만드는 정통RPG제작사에서 만든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소스엔진 특유의 물리효과를 사용한 주변 배경 파괴와 어우러져 뱀파이어 헌터와의 결전같은 장면에서는 대단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단언하건데 보스전에서 만큼은 바이오쇼크보다 훨씬 뛰어난 액션게임이 된다. 이런 보스전 덕분에 전투스킬의 유용성이 살아나게 되고 망가진 게임이 되는게 구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뛰어난 부분과 엉성한 부분이 거의 극단적으로 맞물려 플레이어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어쩔때는 기막힌 장면과 이야기에 감탄하는가 하면 어쩔때는 캐주얼하고 단순한 게임플레이때문에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뛰어난 리플레이 가치와 대화의 혁신적인 구현 및 VTM세계관의 훌륭한 표현은 이 흠많은 게임을 그냥 놓치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다른건 다 제쳐두더라도 이 게임의 대화 파트만은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현존하는 모든 게임중에 가장 재미있는 대화를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쉽게 공감할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인 뱀파이어의 역할을 맞아 처음에는 대단히 게임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게임처럼 선과 악의 길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끈임없이 상대를 착취하는 악을 행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에게 애당초 선이라는 선택지는 없는것이다. 이 이질적인 거부감을 참으며 게임을 진행해 나가다가 어느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실제로도 우리에게 선과악의 선택지가 존재하는가?

게임을 해나가면 해나갈수록 기시감이 들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사실 선과 악으로 구성된 곳이 아니라 피를 빠는자와 피를 빨리는자로 구성된 세상이다. 피를 빨리는자는 자신보다 더 약한자의 피를 빨며 생존하고 있으며 더이상 자신의 아래에 피를 빨 상대가 없으면 이 게임에 등장하는 노스페라투 클랜처럼 하수도에서 인간이 아닌 쥐의 피라도 빨아야 생존하는게 이 지구상의 생명체로서의 숙명인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이 불편하고 잔인한 진리를 체득하고 이 먹이사슬의 위치에서 최대한 상위의 포식자로서 안전한 생존을 위해 권력을 다투는 인간군상과 하등 다를바가 없는 존재들이다. 이 시점부터 더이상 뱀파이어의 역할에 거부감을 느낄수 없게 된다. 아예 뱀파이어라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그저 우리세계에 흔한 조폭 똘마니중에 하나라는 느낌만 들 뿐이다. 이런면에서 이 게임은 너무나 M등급에 어울리는 게임이다.



평가 ★★★☆☆

댓글 16개:

  1. 리뷰 정말 잘 봤습니다. 한국에선 잘 안알려진 이 명작을 리뷰한 사람이 있다니, 눈물이 날려 하내요 ㅜㅜ

    한동안 정말 미친듯히 했었는대..
    게임성에야 문제가 있었다지만, 스토리는 진짜 치밀하고 정교하게 잘 짜여진거 같아요.

    대화 수단들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개성이 넘쳐나는게 정말 죽였죠 ㅎ

    진짜 이런 명작을 기대하는건 앞으로 힘들다는게 좀 씁쓸하내요.. 데이어스 엑스 3의 트레일러랑 데모 플레이도 봤지만, 첫인상은 '데이어스 엑스도 끝난건가'..

    뭐랄까.. 유통사가 하필이면 스퀘어 에닉스라 그쪽 영향도 받아서 너무나도 전형적인 일본식 RPG의 방식을 따르는 FPS/RPG 하이브리드가 될거같은 불길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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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 / 아쉬운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요즘엔 이정도 되는 게임조차도 기대하기 힘들죠. 특히 대사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인데 일본RPG좋아하는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상하게 별로 언급이 안되는 게임중 하나죠. 한글판이 아니라서 그럴까요.

    데이어스 엑스3는 별 관심이 없어서 어떤 게임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1편 처럼 액션에 많이 치중한 게임이 되겠죠. 광고도 그런쪽으로 하는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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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개인적으로 RPG에 'R'부분에 있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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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 저는 이 게임이 RP를 썩 잘 구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RP는 단순히 대사연기가 아니라 그 캐릭터의 입장이 되서 생각하고 판단하는거라고 보거든요. 그런면에서 보면 RP의 여지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게임이죠. 하긴 뭐 이정도 되는 게임도 드물긴 하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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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단순한 퀘스트는 그야말로 MMORPG수준이지만, 재밌는 퀘스트는 정말로 재밌죠. 유령의 집 같은 독특한 퀘스트도 생각나네요. 특히 저 여자 나오는 퀘스트는 스토리도 그렇고.. 말씀하신 보여주기도 최고였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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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익명 / 이것저것 영화 패러디가 무척 많았던걸로 기억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 유령의 집은 샤이닝이 생각하고 그라우트 맨션의 인테리어는 서스페리아가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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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실은 얼마전에 이 겜을 클리어햇엇습니다.
    과연, 들은 대로 아쉬운 점도 많앗지만 정말 멋진 게임이더군요.
    껍질인간님은 어느 루트로 진행하셧는지 모르겟지만, 전 아나크들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햇엇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흥미로워졋고, 특히 엔딩은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앗엇죠.
    다만 아무래도 아쉬웟던 점도 많앗는데.. 제가 원하는 선택지가 나오지 않는다던가 하는 점이엇습니다. 가령 저는 마지막에 열쇠를 부숴버리고 아무도 석관을 열수없게 하고 싶엇지만, 그런 선택지는 잇지 않더군요. 오히려 밍샤오 관련 부분은 갠적으로 이쪽에 관심이 딱히 없엇고, 아나크 쪽에서 적대시하는 쿠에이진 쪽에 계획을 알려준다는 건 제 플레이쪽에선 전혀 안맞는 일이엇던지라 딱히 몰입에 지장을 주진 않앗습니다.
    갠적으로 WoD라는 세계관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고 잇지만 티알을 할 시간과 공간이 마땅치 않아 즐기지 못하고 잇엇는데 이런 컴퓨터 게임으로나마 즐길 수 잇어서 참 즐거웠습니다. 이 세계관으로 컴퓨터로 된 게임이 좀 더 나와줫으면 좋겟습니다만.. 찾아보니 리뎀션이라는 게 하나 더 잇긴 하더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건드려보려 하고 잇습니다.
    다음 게임으로는 던전 rpg를 해보려고 생각하고 잇엇습니다. 처음엔 위저드리를 생각했는데.. 막상 매뉴얼을 절반쯤 읽고 맛보기 겸으로 켜보니 두려운 마음이 들더군요. 뭔가 던젼rpg입문작으론 어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엇어요. 그래서 살짝 쉬운걸로 햐보려고 악스 파탈리스라는 놈을 건드려봣습니다. 주인공이 자기 정체를 깨닫는데쯤까지 플레이햇는데, 상당히 재밌더군요. 다만 소리 쪽에 문제가 잇어서 자막이 업으면 뭐라는지 못알아먹겟어요 -_-; 대강 감으로 알아듣는 중.. 그래도 재밋게 하고 잇습니다 -_-ㅋ
    최근 여러모로 바쁘신 모양이던데, 전에 말씀드렷듯이 하고 계신 일 잘 풀리시길 바라며 이만 댓글 줄입니다. 뭔가 여러가지 쓰다보니 글이 은근 길어졋네요 허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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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더블스포일러 / 일본RPG처럼 선형적인 게임이지만 리플레이가치는 꽤 괜찮은 게임이죠. 스토리가 크게 변하지는 않아도 개별 퀘스트 해결방법은 다양하니까요. 다른 클랜으로 다시 해보셔도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받으실겁니다. 악스 페이탈리스는 저도 못해봤네요. 울티마 언더월드의 정신적 후속작임을 자처하던 게임이니만큼 던전RPG 입문작으로서는 손색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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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최근 며칠간 이 게임을 잡았는데, 오랜만에 퀘스트를 진행하는 재미가 살아있는 게임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퀘스트마커 없이도 그렇게 끔찍하게 어렵지도 않으면서 또 진짜 탐정이 되어 풀이해나가는 재미도 있더군요.

    다만 해킹과 락픽, 밀리 같은 몇몇으로만 스킬을 찍지 않으면 지나치게 고전하게 되는게 좀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보스와 코앞에서 교전을 시작하는데 그런 점에서 사격은 거의 고자 수준이더군요;; 벤트루로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를 만들어버리니 앙카라석관 근처에도 안갔는데도 보스만 만나면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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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HAVETO //

    저도 사격 위주로 스킬을 올렷엇는데.. 전 최소한의 락픽을 제외하면 몽땅 디시플린과 사격에 올렷엇습니다(트레미어엿는데 th..머시기 하는 피의 마법을 끝까지 올렷엇져)
    덕분에 딱히 전투가 어렵진 않앗엇어요. 오히려 중반은 너무 쉬운 게 문제일 정도;
    다만 후반부가 되면 적들이 정말 정말 강해지니 전투 관련 기술은 반드시 높게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혹은 좋은 총들을 사둘만한 돈을 마련해두세여; 안그러면 후반부에 많이 힘드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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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HAVETO / 저한테는 너무 쉬워서 퀘스트 깨는 재미는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문제해결을 위한 스킬 요구치가 높아서 캐릭터를 구상하고 성장시키는 재미는 있었던거 같아요. 몇몇 밸런스가 안맞는 스킬이 있긴 했지만요. 근데 사격이 그렇게 고자였나요? 항상 사격위주로 키웠던거 같은데 별 문제를 겪었던 기억은 없네요. 초반에는 확실히 근접이 좋긴 했던거 같은데 후반되면 사격으로도 별 문제는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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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꼼꼼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제게 있어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이긴 하지만 말씀하신 단점들 대부분 공감이 갑니다. 특히 일직선 진행.. 그나마 스토리가 좋아서 다행이었지 뻔한 세계 구원 이야기였으면 정말 끔찍한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애초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세계관이긴 하지만요. 중간중간 이메일이나 말카비안 PC의 입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Pawn이라는 단어는 아마 이런 진행방식에 대한 자학개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즐겁게 읽고 질문 두 개 남기고 갑니다.

    1. '스토리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숨겨진 주인공의 배경설정'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제 막 흡혈귀가 된 네오네이트의 배경이라고 해봐야 마스커레이드의 M도 모르고 살던 인간 시절의 이야기일텐데 이게 흡혈귀 기타 초자연적 괴물들의 이야기와 화학반응을 일으키긴 어렵다고 봅니다. 아니면 흔한 13세대 흡혈귀가 아닌 '선택받은 자' 같은 설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2. 기습공격은 스텔스킬을 말씀하시는 걸로 보이는데 미술관에서 그림에 칼질한 후 만나는 블러드 가디언 외에 스텔스킬이 먹히는 언데드/초자연체가 있나요? 혹시 PC 같은 흡혈귀들 말씀이라면, D&D와 달리 WoD의 흡혈귀들은 심장(마비 → 참수/선탠/분신)과 머리(참수=파이널데스)라는 약점이 있기에 기습공격이 그렇게 말이 안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기습을 수행하는 PC도 보통 인간이 아니라 흡혈귀고요. 물론 야구방망이 스텔스킬이나 스티븐시걸 플레이 같은 건.. 뭐 개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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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익명 / 1. 특별히 구체적인 내용을 상상한건 아니고 그냥 우연히 흡혈귀가 된게 아니라 어떤 의도같은게 감춰져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바램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캐릭터의 배경 설정같은게 완전히 비어있다보니 주인공이 뭔가 스토리에서 독립된 존재처럼 느껴져서요.

    2. 좀비같은거 많이 나오지 않았었나요? 이것도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_-; 뱀파이어는 당연히 아니죠. 시작할때부터 뱀파이어 참수하면서 시작하는 게임인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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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스포일러 주의)






    사실 메인퀘와 서브퀘가 연관 있는 게 단 하나 있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Bertram Tung이라는 노스페라투의 구울 녹스(Knox)에게 달라붙은 Asian Vampire를 처리해달라는 퀘스트를 할 때 그놈의 아지트에 있는 노트북을 보면 '이 도시의 뱀파이어 세력 정도면 우리가 이 도시를 먹을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오죠. 한마디로 '밍샤오는 씹새끼!'입니다. 저는 이걸 두번째서야 눈치챘는데, 처음 할 때는 '이제 쫄다구는 그만...'하면서 나홀로 엔딩을 봤거든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아하게 중지를 들어올린 후 유유히 걸어가는 벤트루의 그 자태란..아마도 제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게임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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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본문에도 대략 언급되어 있긴한데 이 게임은 대화 외에는 진짜로 토 나오게 재미없습니다. 대화 하나는 화내면 정말로 움찔할 정도로 잘 표현했는데 이렇게 구린 퀘스트와 던전 레벨 디자인은 첨 봤습니다.

    퀘스트 수준이 맨날 어디가서 누구/물건 찾기 혹은 뭔가 트리거 하기 수준이고, 그 누구/물건/트리거가 종종 던전 안에 있는데 던전 레벨 디자인이 정말로 토 나오고 전투 방식도 토 나옵니다. 구역 하나마다 몇 명씩 뭉쳐있는 적들과 전투 -> 마지막 한두 놈은 피 빨아먹어서 체력과 피 수치 회복 -> 다음 구역으로 가서 반복. 이 토 나오는 짓을 토 나오게 단순하고 지루한 던전의 끝까지 반복하면 퀘스트가 끝나고, 퀘스트 준 NPC한테 찾아가서 칭찬 한 번 받고 보상으로 잠깐의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 다음 다시 비스무리한 퀘스트를 또 받습니다. 게임 하다 보면 꼭 제가 애들이 안 놀아줘서 관심 받으려고 애들 잔심부름하고 있는 동네 왕따가 된 기분입니다.

    이 게임은 10중 2만 뛰어나게 잘 만들고 나머지 8이 구렸습니다. 비선형성이 퇴보한 데이어스 엑스 맨 카인드 디바이디드가 실시간적 FPS 전투, 퀘스트 진행의 비선형성, 레벨 디자인 어디로 보나 백 배는 더 나은 게임일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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