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5

제프 보겔 왈 "이제 울티마4는 낡았다"

http://jeff-vogel.blogspot.com/2010/09/ugly-truth-about-classic-games-they-are.html

에... 먼저 제프 보겔이 누구냐면... 아베넘과 진포지라는 인디rpg계에서는 나름 잘나가는 게임들의 제작자인데 자칭 타칭 클래식한 rpg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략 사건의 발단은 옛날 rpg를 무척 좋아하는 학교 선생님 한분이 울티마4를 19살짜리 자기 학생들에게 과제로 플레이 시키고 그 반응을 살펴본 것인데 이분은 예전에도 폴아웃1,2로 실험을 했던 전과가 있다. 학생들에게 폴아웃 1,2를 플레이 시킨후 그당시 잘나가던 폴아웃3를 시켜 봤더니 다들 반응이 폴아웃 골수팬들과 마찬가지로 폴아웃3에 혹평을 가하더라는 그런 얘기다.

하지만 폴아웃1,2에서는 학생들이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결국 게임플레이에 적응을 했었는데 울티마4에는 거의 대부분이 끝까지 게임에 적응을 못하고 포기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토론을 통해 알고보니 아무도 매뉴얼을 읽지 않고 게임을 시작했고 아무도 저널이나 맵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폴아웃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게임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아 뭘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것에 대해 매우 당황해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게임 메뉴얼을 아무도 읽지 않은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울티마4는 게임매뉴얼이 단순한 게임 인터페이스 설명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게임과 연관된 게임의 일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울티마4라는 게임은 디스켓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반이고 나머는 반은 게임매뉴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키지에 들어있는 천지도 조차도 게임플레이에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애초에 이런 설명도 제대로 안하고 무작정 울티마4를 시킨게 잘못이지...

하여튼 이 에피소드를 읽은 제프 보겔씨가 그에 대해 자기 블로그에 한마디 했다. 대충 요약하자면...
울티마4는 게임제작자의 길을 걷도록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게임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사람들이 더이상 플레이할 가치가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옛날 rpg도 마찬가지라는거고...

그 근거로 엉성한 대화문과 인터페이스를 꼽고있고 울티마4에서 시도된 도덕적 선택의 문제같은게 요즘 게임에서 훨씬 잘 구현되었기 때문에 새로울게 없다는 거다.

아... 유명한 인디 제작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게임이라면서 어떻게 이렇게도 울티마4를 이해 못할수가 있는 것일까...
이사람은 그당시에 울티마4를 인터페이스 때문에, 대화 내용 때문에 그토록 감탄했다는 것일까?

뭐 사실 이런경우가 드문것은 아니다. 작품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제대로 그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지엽적이고 사소한 이유로 인생이 바뀔정도로 영향을 받는것 말이다. 예를들면 잉베이 말름스틴이 지미 헨드릭스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한다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알고 보니 그의 음악이 영향을 미친게 아니라 기타에 불지르는 모습을 보고 충격먹어서 기타리스트가 되었다던가 하는것처럼.-_-;

울티마4의 인터페이스는 그당시에도 전혀 좋은측이 아니었다. 한참전에 나온 위저드리1편이 훨씬 뛰어나고 정돈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위저드리에 비하면 그냥 아마추어리즘이 돋보일 정도로 부분 부분은 엉성한 게임이 울티마4다.

울티마4의 진짜 가치는 게임의 주제에 있다. 울티마4의 주제는 게임으로서 다룰수 있는 주제의 가장 최상위에 있는, 그 어떤 주제도 그보다 강렬하고 위력적일수 없는 가장 뛰어난 것이다. 판타지의 가장 깊숙한 핵심을 찌른 이 주제는 이후로 어떤 게임도 감히 다룰수가 없었고 시도하더라도 영원히 울티마4의 아류가 될수밖에 없는것이다.

게다가 단지 주제만 뛰어났던게 아니라 그 주제가 게임플레이와, 게임무대와 너무나 훌륭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에 그토록 울티마4가 그 주제를 감동적으로 전달할수 있었던 것이다.

인디rpg 제작자라는 사람이, 그것도 가장 인생에 영향을 끼친 게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이토록 무지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참으로 비탄스럽기가 그지없다.

내가 아베넘을 해보고 이건 뭔가 아닌데 싶었던 이유를 알것같다. 이사람은 솔직히 말해서 rpg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다. rpg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의 총합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험이다.

댓글 9개:

  1. 음... 원문을 읽어봤는데... 글의 요지는 울티마4가 후진게임이라고 깐다기보단 지금의 플레이어들에게 추천하기엔 유저편이성이 매우 떨어지는 게임이므로 차라리 추천한다면 울티마6를 추천하겠다...

    라는게 요지인듯한데요... 물론 '지금 시점에서라면 누구라도 이보다 더 잘 만들수있다' 라는 문장은 좀 너무 나간거같아보이긴 합니다만말이죠...

    답글삭제
  2. 물론, 저도 울티마4를 매우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프 보겔씨의 저 포스팅이 썩 보기좋은건 아니지만, 솔직히 과거 그 시대에 게임을 플레이해보지않고 추억보정없이 플레이하기엔 울티마4는 적당하지 않은게임이라고봅니다. 제프 보겔씨 지적대로 추억보정없이 뉴비(?)가 플레이해볼수있는 울티마의 한계는 아무리 넓게봐도 울티마6가 한계인듯합니다. 과거의 추억없이 플레이하기엔 지금의 뉴비들에겐 울티마 1~5까지는 로그라이크만큼 후진그래픽의 알기힘든 게임일뿐이겠죠...

    답글삭제
  3. '사실 나는 제프 보겔 빠돌이니 싸우자~!!'



    ...라는건 농담입니다 ㅋㅎㅎ... 간만에 글 잘 읽었슴다.

    답글삭제
  4. @ㅇㅁㅂ2 - 2010/09/28 09:32
    저도 울티마를 추천한다면 4편 보다는 6편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4편이 이제와서는 플레이 해도 아무것도 얻을수 없는 게임이라는 얘기는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더군요.



    everything that Ultima IV introduced everyone has done far better. Ultima IV had an epic quest and morality woven into the game, which was amazing at the time. But everyone does those things way better now.



    특히 이 부분이 진짜 어이가 없더군요.

    morality를 울티마4만큼 게임플레이에 전면적으로 적용시킨 게임이 그동안 단 한개라도 있었던가요?

    플레이어의 게임내 거의 모든 행위가 morality와 연계되는데 도데체 어떤 게임이 이렇게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morality를 게임플레이로 승화시켰나요?



    기껏해야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에 좀 더 나가면 혼돈이냐 질서냐 하는 d&d식 가치관을 포함시킨 정도고 그것도 플레이어가 충분히 수긍할 정도의 일관성을 지닌 게임은 없죠.



    제프 보겔씨는 댓글에서 HP 떨어져서 죽기 직전에 도망치는것도 용기없는 행위로 간주되는게 말이 되냐고 울티마4를 비판하는데 아니 울티마4 말고 전투에서의 행위가 모랄에 영향을 주는 게임이 또 있기는 있습니까? 최소한 울티마4는 '전투에서 도망치는 것' = '겁쟁이' 라는 플레이어가 이해하기에 아주 명확하고 일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죠.



    토먼트같은 게임을 봅시다. 어떤 대사지문을 선택하면 성향에 영향을 줍니다. 근데 이게 모든 대사지문이 그런게 아니고 제작자 입맛대로 몇몇 특정 대사만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무슨 특별한 기준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모든 대사에 적용하기는 너무 작업량이 많으니까 그냥 몇개만 적용한것 뿐입니다. 플레이어는 이런 비 일관적인 모랄 시스템 때문에 혼돈스럽죠.



    그냥 제프 보겔씨의 관점대로 게임을 '분해'해서 특정 부분만 봐도 울티마4는 요즘 게임들보다 뛰어난 부분을 얼마든지 잡아낼수 있습니다.



    물론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좀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면 요즘게임들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요. 요즘 게임들중에 게임플레이,게임무대,이야기주제의 3박자가 울티마4 정도 수준으로 완벽하게 결합된 게임이 있기는 있나요?



    분명히 울티마4가 요즘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쉽게 추천하기에 적당한 게임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울티마4를 통해서 아무것도 얻을수 없다는 얘기는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분명히 힘들고 어렵겠지만 울티마4를 지금에라도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은 반드시 요즘 게임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얻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어렸을때 울티마4 했던 그 기억만 남아있었다면 이런말 못하겠는데 얼마전에 다시 플레이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수 있습니다. -_-;

    답글삭제
  5. 사실 추억보정이란 것도 요즘와서 다시 해보면 들통이 나더군요. 진짜로 재미있었던 게임은 요즘 해봐도 재미있고 그 시절 추억보정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게임은 요즘 해보면 허접한 부분들이 여지없이 본모습을 드러내던데요. 다시 해봐도 영향을 미치는 추억보정의 효과는 인터페이스, 진입장벽을 없다시피 해준다는 점 뿐인것 같습니다.

    저는 초/중딩때 즐겼던 창세기전을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다시 해봤다가 너무나 조악한 게임성에 실망했던 경험이 있고 둠1,2는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추억보정은 그냥 다시 한번 플레이해보면 가려지는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6. 제보~!! 두고두고 깔거리가 생겼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따윈 없다~!! 난 진삼국무쌍이다~!!

    드래곤에이지2 플레이화면 함 보시져...

    드디어 바이오웨어가 미친듯...ㅠㅠ



    http://www.youtube.com/watch?v=HpT8XLKPPG0&feature=player_embedded

    답글삭제
  7. @ㅇㅁㅂ2 - 2010/09/29 17:51
    동영상은 이미 짤린거같아서 못봤지만 바이오웨어가 무슨짓을 하던지 저는 놀랍지 않습니다. 바이오웨어랑 베데스다는 이미 제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된 이름이니까요. 한때 저한테 베데스다가 배신자라면 바이오웨어는 혐오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둘다 아무 생각도 관심도 없습니다.



    바이오웨어의 꿈은 rpg를 만들려는게 아니라 대자본 미연시를 만드는데 있으므로 연애요소가 없는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좀 놀라운 소식이 되겠네요.

    답글삭제
  8. 저 학생들의 사례를 보면 폴아웃때부터도 비선형성을 잃어가던건 아닌가 싶네요
    이것저것 하며 생각해보니 비선형성이란게 어떠한 목표를 직접적으로 던져줘서
    그 목표대로 선형적으로 나아가는게 아닌 세계 곳곳에 널려진 이야기들을
    스스로 찾아가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인 목표를 찾아가는 방식을 의미하는거 같은데
    문제는 정말로 이런식으로 비선형성을 주는게임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싶더라구요.
    폴아웃1은 솔까 초반은 선형적이죠. 마을배치도 선형적으로 배치된 느낌도 있고
    워터칩이란 떡밥 찾으란 목표도 있고 후반은 좀더 비선형적이긴 한데 이쪽도 누구를 때려잡으라라는
    직접적인 목표를 던져줬으니....

    웨이스트랜드는 그에비해 좀더 비선형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부턴 일직선이라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은 확연히 비선형적이고 간접적이니까요.
    폴아웃2는 중간과정이 확실히 비선형적이라 생각합니다. 겍을 찾으라지만 볼트 13은 정말로 찾기 어려우니까요.
    거기다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갈래라는 점에서 저는 좀더 높게보고 싶습니다만 이쪽도 과제를 직접적으로 던져주죠.
    아케이넘은 이들보다도 더 비선형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적 장치덕에 선형적이라 생각했지만
    그걸 넣고서라도 궁극적인 목표를 알아가는 과정인 확연히 비선형적인 느낌이 드니까요. 당장에 주어진 목표는
    워터칩과 비슷한 느낌이라지만 이쪽은 그게 필수가 아니고 오히려 버리더라도 별 지장이 없다는점이 재밌지요.
    뉴베가스는 비선형적이긴 한데 목표를 너무 직접적으로 줘서 그리 좋은 비선형성은 아닌거 같아요.
    다만 메인퀘스트를 굳이 따라가지 않더라도 마이너 팩션에 개입이 가능하고 알고보니 그게 메인퀘스트의 일부분이었다는 식으로 비선형적으로 이어가지요.
    저 학생이나 나나 울티마4에서 해메이는 이유는 이만큼 비선형적인 게임을 접해본적이 없어서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후의 게임들이 비선형적인 부분에선 진보하기보단 쇠퇴한건지도 모르지요.
    다만 위저드리8은 해본게임중에서도 비선형적인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이쪽도 어떤 뚜렷한 목적이 주어지지 않고 이문제 저문제 풀어가다가 결론에 도달하는 구조니까요.
    일본쪽에도 이런걸 따라한 게임이 있는게 그게 메탈맥스 시리즙니다.
    물론 이쪽은 울티마를 마이너 카피한 드퀘를 따라한거라 가볍긴 하겠지만 비선형적이라 하면 확실히 비선형적인거 같더군요.
    엘더스크롤도 생김새만큼은 비선형적인걸 만들기는 정말 좋게는 되어있기는 한데....
    써먹길 ㅄ같이 써먹는건지 안하려 그러는건지...
    서브퀘스트들과 메인퀘스트를 좀만 조절하면 더 좋게 되었을텐데 말이죠

    답글삭제
  9. 울티마빠질만 하니 객관적 사고능력이 없어진듯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