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3

데이어스 엑스 3 게임플레이 비디오


흐헣헣허헣헣ㅎ허허허헣헣헣
ㅅㅂ 어떻게 이렇게까지 내 예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할수가 있을까.
이미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여 할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피하게 하옵소서" 하는 일말의 현실도피성 기원을 해보지만 언제나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는 울부짖음으로 끝나는구나...
최악을 상상하며 기대를 모두 접어버렸었지만 막상 그 상상이 완벽하게 현실화된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보자니 그냥 한번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탈력을 느낀다.

어렸을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던 미래의 게임... 그 모습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건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뿐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게임'은 어디에도 없고 그자리를 '영화'가 대신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다된밥에 재뿌렸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제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맘에 드는 그래픽과 너무나 극단적으로 맘에 안드는 게임플레이로 나오는 게임들을 보자니 무슨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연상된다. 소원을 말한대로는 들어주되 그것이 아무 쓸모가 없는 왜곡된 방식으로 들어주는 심술굳은 악마말이다.

대화도 게임이 지멋대로, 행동도 게임이 지멋대로, 이제는 전투조차 게임이 지멋대로... 모든 통제권을 게임이 갖고 게임이 편할때만 약간의 캐릭터 통제권을 내주고 시점은 3인칭과 1인칭을 몇초마다 정신없이 오가고 카메라는 구도잡기에만 바쁘고...
그냥... 하지마... 게임 만들지마... 그냥 차라리 진짜 영화를 만들어... 제발...

댓글 8개:

  1. 메기솔의 영향을 크게 받은것 같군요. 근데 데이어스엑스3와는 별개로 컷신이 많이 들어간 게임을 안좋게 보시던데 그건 왜 그런가요? 게임이라는게 능동적 플레이를 요구하는 매체라고는 하나 모든 게임이 그 정의에 따라야 하는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영화 또는 소설과 장르혼합이 되는것 자체로 완성도가 깎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컷신은 비현실적 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게임 플레이와 영화적인 진행을 적절히 섞어 서로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것 아닐까요? 순수히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은 관점이 아니라 좋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싶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평가가 나올 여지도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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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ㄷㄷ - 2010/10/03 16:29
    게임이라는 매체는 사용자가 철저히 1인칭이 되는 미디어입니다. 실제 게임에서 보여지는 '시점'과는 상관없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화면에 보여지는게 3인칭 시점이더라도 플레이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캐릭터와 게임세계에 몰입함으로 인해 그것을 '게임속1인칭'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좀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3인칭이라는건 내가 대상과는 다른 의지를 지닌'관찰자'가 된다는 얘기인데 게임이라는 매체에서는 항상 플레이어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분신이지 결코 다른 의지를 지닌 제 3자가 아닙니다.



    3인칭 시점이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뒤가 보이는 비현실성이 있지만 이게 게임을 한참 하다보면 현실을 잊고 게임속 물리법칙에 동화되다보니 그것이 부자연스럽다는것을 잊어버리고 마치 1인칭시점인냥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갑자기 시점이 바뀌는것입니다. 한참 3인칭시점(+그로인해 얻게되는 이득)을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적응되었던 게임속 물리법칙이 깨지면서 혼란스럽게 됩니다. 한참을 게임속에 몰입해 있다가 갑자기 가장 밑바탕이 되는 캐릭터와 플레이어를 연결하고 있던 법칙이 바뀌면서 플레이어는 게임 바깥으로 내쫓기는 꼴이 됩니다. 그러면 다시 1인칭을 기본 시점으로 적응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간단한 시점 변환도 게임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물론 이게 게임플레이의 필요성에 따라 일관성을 지니고 시간 단위로 어쩌다 한번씩 바뀐다면 크게 문제가 안될수도 있습니다. 다시 적응하는데 그렇게 큰 수고가 드는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게 별 일관성도 없이 몇분 단위로 미칠듯이 시점이 바뀌기 시작하면 미처 새로운 시점에 적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만큼 게임에 몰입하기가 힘들죠. 몰입할려고 하면 내쫓기는 일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플레이어는 점점 피곤해집니다.



    시점변환 정도로도 플레이어의 게임플레이를 방해하지만 컷신의 문제로 오면 시점의 변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됩니다.



    시점의 변환은 캐릭터와 플레이어를 잇는 게임법칙을 변화시키는 정도일 뿐이지만 컷신의 경우는 그순간 아예 캐릭터와 플레이어를 완전히 분리시켜 버립니다. 컷신이 나오면 플레이어는 아무것도 할수없고 그저 화면을 영화보듯이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지켜봐야 합니다.



    시점이 변해도 캐릭터를 조종하는한 변함없이 플레이어는 1인칭입니다. 하지만 컷신이 나오는 순간 플레이어는 진짜로 3인칭으로 게임을 바라보게 됩니다. 게임에서 쫓겨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셔터가 쾅하고 닫히면서 완전히 연결이 끊기는거죠.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이런 연결이 끊기는 경우가 용납되는 상황은 게임자체가 스테이지 형식으로 끊겨 있어서 한 스테이지가 끝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전의 공백기 뿐입니다. 그때는 실질적으로 게임이 끝난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스테이지 형식이나 챕터 형식으로 된 게임은 하나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여러개의 게임을 순차적으로 하는것이고 그 게임과 게임 사이에 연결을 끊는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러니 그 사이에 컷신이 나와도 플레이어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이미 하나의 게임이 끝났고 셔터가 내려왔으니 다음 게임을 기다리면서 짧은 영화를 보는건 휴식으로서도 아주 좋지요.



    그러나 아직 스테이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예상도 못한 지점에서 마구 셔터가 내려오며 게임을 끝내고 다시 시작시키고 끝내고 시작시키고하면 절대 게임에 몰입할수가 없죠.



    이렇게 생각을 해보세요. 게임을 한참 신나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친구가 컨트롤러를 확 빼앗아 갑니다. 그러고는 너 내가 하는거 구경이나해 이러고 지가 게임을 합니다. 그래서 친구가 게임하는걸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친구가 컨트롤러를 홱 던져주면서 이제 니가 하라고 합니다. 이걸 아무 일관된 법칙도 없이 수시로 한다고 해보십시오. 저는 메기솔같은 게임을 하면 딱 이런 기분입니다.



    게임은 영화와는 다른 매체입니다.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반드시 영화적인 컷신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하프라이프같은 게임은 절대 게임 끝까지 시점을 변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절대 플레이어의 컨트롤 권한을 빼앗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장 영화적인 fps라고 불립니다.



    게임에는 영화와는 다른 문법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아예 다른 매체니까요. 영화와 소설이 다르듯이 말입니다. 영화가 1분마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글이 빼곡하게 보이는 화면이 나오면 용납이 되겠습니까? 소설은 글로 내러티브를 표현하지만 영화는 영상과 컷 분할로 해야합니다. 물론 소설적인 운치를 더하기 위해 중간에 가끔씩 화면을 책의 페이지로 보여주는건 문제가 없지요. 게임도 영화적인 분위기를 위해 휴식기에 영화적인 컷신이 가끔 나와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위의 동영상처럼 미칠듯이 튀어나오는거죠. 게임이라는게 컨트롤 권한이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게임인건데 이걸 수시로 빼앗아가면 더이상 게임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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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불분명한 컷신의 타이밍은 분명 게임플레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군요. 설명을 보니 이해가 됩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1인칭의 관점을 갖고 있고 시점 변경도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건 생각해 본적이 없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하프라이프에 대해서 말인데 하프라이프에서의 이벤트 처리는 표면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컨트롤을 빼앗지 않지만 본질적으로는 컷신과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인물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주인공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의사표현도 못하죠. 할 수 있는건 어디를 보느냐, 어디에 서있냐 정도인데 전적으로 무의미한 조작입니다. 이런 부분은 컷신의 수동성을 정말이지 얄팍한 방법으로 해결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군대땜에 한동안 못들어올것 같네요. 많이 배워갑니다. 사실 최근 게임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서 게임이라는 취미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근데 이 블로그 와서 여러가지 써놓으신 글을 보며 게임들을 하다 보니. 제가 변한게 아니란걸 알았네요. 게임계가 변해가는거였습니다. 단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실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예전 게임들을 그냥 외면해버리고 있었는데 여기 와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계속 블로그 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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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ㄷㄷ - 2010/10/04 02:29
    컷신이 없이도 영화적인 연출이 가능하다는 예를 들기위해서 하프라이프를 언급한것이지 하프라이프식의 스크립트 연출이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식의 스크립트 덩어리 게임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죠.



    군대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이미 입대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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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보기만 하는 게임을 만드는 대표적 메이커 스퀘어 에닉스로 판권이 넘어가더니 예상한 결과물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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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oogunking - 2010/12/04 06:58
    파이날판타지 말고는 관심도 없을 스퀘어에닉스가 이 게임에 영향을 줬을거 같진 않죠. 오프닝 엔딩 동영상을 그쪽에서 만들었다는 얘기는 있더군요. 파이날판타지 보다는 메탈기어 솔리드 4편의 냄새가 좀 나더라구요. 심심하면 나오는 컷신이나 유치한 똥폼이나... 특히 단색조의 색감도 많이 닮았는데 초기 스샷에선 색상을 상당히 컬러풀하게 썼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었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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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래서일까요...

    저는 스플린터셀1편이 너무나 재밌었습니다.

    최소한 당시의 메기솔보단 스셀1편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제가 주인공인것 같은 느낌과 문제 해결 방법의 다양성이 좋았던것 같네요..

    역시 장르를 불문하고 주인공과 플레이어 자신의 일체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제일 중요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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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neoSpirits / 게임이면 당연하게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바뀔수 없는 기본전제이고 게임이라는 매체의 정체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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