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2

고전RPG 가이드 2 - 게임을 대하는 자세

으잌ㅋㅋㅋㅋㅋ 게임을 대하는 자세라니 제가 써놓고도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게임하는데 거창하게 무슨 자세까지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꼴리는데로 재밌게 하면 그만이지. 그러나 가끔씩 보면 좋은 게임을 너무나 재미없는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임이란건 수동적 경험이 아니라 능동적 경험이기 때문에 어떻게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얻을수 있는 재미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100점짜리 게임이란 언제나 100의 재미를 준다는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찾을수 있는 재미의 한도가 100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게임에서 100을 얻느냐 0을 얻느냐는 순전히 플레이어 하기 나름인 것이죠. 너무너무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게임을 가져다 줘도 항상 0을 얻어갈 뿐입니다. 이건 명백하게 플레이어의 문제이지 게임의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은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에게 게임이 재미를 주는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안에서 재미를 획득해야 합니다. 엄청나게 게임을 못하는 사람도 100의 재미를 얻는 게임이 있다면 그건 게임이 아닙니다. 영화나 다른 무언가가 틀림없습니다. 직접 뭔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숙련도를 요구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숙련도를 쉽게 끌어올리는 게임을 진입장벽이 낮다고 하고 어려운 게임을 진입장벽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면 서양RPG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나는 반복훈련이 필요한 게임도 아니며 룰이나 조작법이 엄청나게 복잡한 게임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숙련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거나 무지하게 재미없는 식으로 플레이 하냐면 기본적으로 잘못된 자세로 장르를 대하기 때문입니다.

서양RPG는 사실 게임의 기본틀에 매우 충실한 장르입니다. 최종 목표가 있고 게임 무대가 있고 방해물들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무대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목표를 이루면 승리하는 것입니다. 그 시행착오는 개인적이며 제작자도 완전히 통제할수 없습니다. 반면에 일본RPG는 최종 목표에 대해 플레이어가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마치 바닥에 떨어진 미끼를 아무 생각없이 계속 먹으면서 따라가다 마지막에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리듯 한번에 하나씩 나오는 문제(대부분 전투)만 풀어나가면 자동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전투 외에는 아무런 시행착오가 없습니다. 실패가 없으니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도 없습니다. 당연히 게이머로서 쌓는 숙련도도 거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일본RPG에 익숙한 사람들은 서양RPG도 일본RPG처럼 플레이하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게임이 뭔가 미끼를 던져주길 기대하는 것이죠. 미끼를 던져주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몰라 한발작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힘겹게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미끼가 한번에 하나씩 나오는게 아니고 여기저기서 막 우수수 떨어지고 이게 미끼인지 뭔지 잘 판단도 안되니 공황상태에 빠져버립니다. 결국 공략집을 찾아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게임의 목표와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표류하면서 전투만 찾아다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식으로는 백날 플레이 해봤자 절대 숙련도는 오르지 않습니다. 영원히 100의 재미를 얻을수 있는 게임들에서 10정도의 재미밖에 찾을수 없습니다. 일본RPG는 게이머를 지독하게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게이머를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니 일본RPG에 익숙한 사람들은 서양RPG를 제대로 하려면 게임을 대하는 근본적인 마인드를,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자세를 가지는게 서양RPG를 하는데 유리한가를 대강 써보겠습니다.

1.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자.
서양RPG는 일본RPG와 다르게 플레이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입니다. 따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서 그 캐릭터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게 아닙니다.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지 말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행동하십시오. 내가, 혹은 이 컨셉의 캐릭터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게 아니고 게임세계의 법칙 안에서 그렇게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생각한대로 행동하려고 해도 인터페이스에 그런 기능이 없거나 게임로직이 받아들일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플레이어의 사고가 현실세계의 법칙에서 게임세계의 법칙으로 전환되기 위해 겪는 과정인 것입니다. 안되더라도 자꾸 타협점을 찾으면서 시도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게임안의 캐릭터로서 행동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2. 명확하고 장기적인 목표의식을 가져라.
바로 눈앞만 바라보는게 아니고 게임의 최종 목표를 항상 염두해 두십시오. 대부분의 서양RPG는, 특히 오래된 것이면 오래된 것일수록 처음부터 명확하게 최종 목표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에 플롯의 꼬임이 있어서 그게 사실은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라는 반전이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건 그때가서 다시 목표를 바꾸면 되는 것이고 어쨌든 처음엔 알려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놓습니다. 그리고 그걸 중심으로 지금 해야할 일을 '스스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1번과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주인공이니까 자신이 결정하는겁니다.

예를들어 마왕을 죽이는게 목표라면 처음엔 뭘 해야할까요? 먼저 마왕이 어디있는지를 알아야겠죠. 어떻게 알수 있을까요? 당연히 정보를 수집해야겠죠. 어디서 정보를 수집할까요? 그런걸 알만한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다녀야겠죠. 그런데 마을 밖으로 한발작만 나가도 엄청나게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나 순식간에 플레이어를 죽여버리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는 우선 정보수집은 뒤로 미뤄놓고 레벨업부터 해야겠죠. 레벨업이 이루어져서 이제 어느정도 돌아다녀도 좋겠다 하면 다시 정보수집으로 돌아가야 겠죠. 이런식으로 판단->계획->실행->실패->계획수정의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목표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게임이 당장 해야할 일을 던져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최종목표로부터 현재 뭘 할지를 스스로 도출해 내십시오. 그리고 거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면 됩니다.

3. 모든걸 다 해봐야 한다는 결벽증을 떨쳐라.
일본RPG만 하던 사람들이 곧잘 보이는 증세가 게임에서 할수있는 모든걸 다 해봐야한다는 결벽증입니다. 그래야 뽕을 뽑았다고 생각하고 뭔가 놓치고 지나갔다는 의심이 들면 자꾸 생각이 나서 잠도 못이룹니다. 일본RPG가 지독하게 선형적이고 스토리중심의 게임이라서 생기는 대표적 폐혜죠. 이런 결벽증이 있다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서라도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서양RPG를 가장 재미없게 플레이 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딴식으로 플레이하면 서양RPG 최고의 명작도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애초에 서양RPG는 그런식으로 플레이하라고 만들어진 장르가 아닙니다. 정당한 룰 안에서는 무슨짓을 하던 '엔딩'만 보면 됩니다. 니 재주껏, 니 스타일로 엔딩을 보라고 만든게 서양RPG이지 영화처럼 중간에 뭔가 놓치면 전체 경험에 흠집이 나는 그런것이 아닙니다. 일본RPG는 영화처럼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뭔가 놓치면 다른 사람보다 게임을 '덜' 한게 되지만 서양RPG는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각각이 고유의 경험이 됩니다. 자신이 뭔가를 놓쳤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경험이 된다 이말입니다. 이게 바로 비선형적인 게임이 가지는 장점입니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퀘스트를 전부 하는게 최고의 경험일거 같죠? 그러나 만약 어떤 퀘스트는 악한 퀘스트고 어떤 퀘스트는 선한 퀘스트라면 이 둘을 전부 깬 플레이어는 1번을 고려하지 않았을 확률이 큽니다. 그저 남김없이 다 깨야한다는 결벽증으로 기계적으로 둘다 깬 플레이이어와 스스로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둘중 하나만 깬 플레이어, 둘중에 누가 더 재미있는 게임을 했을까요?

4. 룰을 지키되 남용하지 말자.
게임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은 활용하라고 제공하는것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십시오. 다만 그것을 원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방법으로 남용하는것은 치트와 마찬가지 입니다.

대표적인게 세이브 로드 시스템입니다. 원래 게임이란건 중간에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하는게 원칙입니다. 세이브라는 기능도 게임을 끝마칠때 현재 진행한 부분부터 다음에 이어서 하라고 있는것입니다. 로그라이크류는 죽으면 그냥 세이브파일도 함께 없어져버리죠. 사실 이런게 진짜 게임다운 겁니다만 로드할수 있음에도 일부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정도로 하드코어하게 즐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이브 로드를 이용해서 모든 분기를 점검해 가장 보상이 많은 쪽을 알아낸다던가 캐릭터가 죽은것도 아닌데 사소한 실수가 생겼다고 바로 로드해버리는 등 게임플레이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는 명백하게 치트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룰상의 헛점으로 인해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꽁수'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모로윈드의 알케미 시스템처럼 말이죠. 이러한 꽁수는 재미로 한두번 정도 쓰는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아예 게임을 풀어가는 도구로 활용해 버리면 치트키를 켜고 하는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꽁수가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치트로 간주하고 스스로 외면하십시오.

치트는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게임을 망쳐버립니다. 치트를 사용해 플레이했다면 결코 그 게임을 해봤다고 할수 없는 것입니다. 게임은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 내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입니다. 치트는 컨텐츠를 볼수 있도록 할 뿐이지 컨텐츠를 경험하게 하지는 못합니다.

5. 결과를 받아들여라.
서양RPG는 비선형적인 만큼 게임 진행이 뒤로 후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참 레벨업을 해놨는데 특이한 공격을 받아서 레벨이 떨어진다던가 힘들게 입수한 중요 아이템을 뺏겨서 다시 찾아와야 한다던가 하는 경우 말입니다. 또한 돌이킬수 없는 실패도 있을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실패해서 보상을 못받는다던가 동료NPC가 죽었는데 되살릴 방법이 없다던가... 이런것들을 웬만하면 전부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서 받아들이십시오. 다시한번 말하지만 서양RPG는 치트 안쓰고 엔딩만 보면 됩니다. 엔딩의 길이 열려있는한은 로드하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엔딩을 보고나면 그 돌이킬수 없는 아쉬움 덕택에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이 되었다는걸 깨닫게 됩니다. 성공한 사랑뿐 아니라 실패한 사랑도 추억이 되는 것입니다.

이건 반드시 보고싶은 부분이었는데 하는 부분이 있다면 엔딩후에 2회차에서 시도하십시오. 처음 엔딩을 자신의 힘으로 보았다면 2회차부터는 치트를 쓰던 말던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면 사실 2회차 자체가 치트거든요.

6. 공략참조는 패배로 간주하자.
공략이란 다른 누군가가 성공적으로 플레이한 경험을 적어놓은것 입니다. 그것을 참조한다는것은 결국 자기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대신 해주는걸 옆에서 구경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요즘 게이머들은 막히면 공략참조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듯한데 막힌걸 자기힘으로 푸는과정이 게임입니다. 안막히면 게임이 아니라 영화나 놀이기구죠. 그러니 공략을 본다는것은 나는 이 게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고 선언하는것으로 간주하십시오. 절대 패배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패배를 인정할때야 승리를 향해갈수 있습니다. 패배해놓고도 승리했다고 착각하면 절대 승리를 향한 노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7. 게이밍스킬을 키워라-실패의 교훈을 기억하자
앞서 말했듯이 게임은 '하는'것이고 잘하면 잘할수록 재미있어집니다. 멀티플레이 대전용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겁니다. 초보시절 양민학살 당할때는 재미없다가 어느정도 실력이 올라 자신이 양민학살을 하는 위치가 되면 너무너무 재미있어지죠. 서양RPG도 이와 다를바가 없습니다. 아니 게임이라면 응당 그래야 합니다.

또한 장르 안에서는 그 실력이 어느정도 호환이 됩니다. 퀘이크3 고수가 다른 FPS 처음 잡는다고 못하지 않죠. 대전격투게임 잘하는 사람은 무슨 대전격투 게임을 하던지 기본은 합니다. 서양RPG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 서양RPG를 하는데 엄청나게 삽질해가면서 어떤 게임을 깼다면 그 삽질속에서 얻은 교훈이 있을겁니다. 그 삽질을 다음 게임에서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을 잘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여러개의 게임을 깨다보면 나중에는 처음 잡는 게임도 어떻게 해야 삽질을 최대한 피할수 있는지 대략 감이 오게 됩니다. 실력이 늘어난 것이죠. 그러니까 치트나 공략집을 보면 삽질을 안하게 됩니다. 삽질이 없으면 실력도 늘지 않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재미도 없습니다.


뭔가 거창하게 쓴거 같은데 그냥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당연한 것들을 적은것 뿐입니다. 과연 이런것들까지 설명을 해야하는지 스스로도 좀 어색하긴 한데 예전에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더라구요. 특히 3번의 경우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다. -_-;

댓글 24개:

  1. 오오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한 만큼 잘 읽고 갑니다.

    제가 수능을 마쳤을 때 폴아웃2가 한글화됐습니다. 제 게임 인생의 물줄기를 완전히 바꿔버린 작품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특히 껍질인간님이 지적하신 6번 때문에.. ㅠㅠ

    다만 3번의 경우에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게임을 이왕에 재밌게 즐길 바에야 제작자가 만들어놓은 컨텐츠를 최대한 즐기는 것이 좋다고 저는 기본전제를 둡니다. 예로 드신 것처럼 퀘스트가 선악의 이분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2회차 플레이로 수행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야 이곳저곳 던전과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수많은 NPC들과 대화를 진행하며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 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회차의 플레이에서 그게 적용이 안된다면 여러 회에 걸친 플레이가 필요하겠지요. 일례로 폴아웃2에서 New Reno 4대 갱단의 퀘스트가 있겠습니다. 다만 모든 유니크 아이템 수집 같은 방식.. 이런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주제넘겠지만 본문에 8번으로 ‘여러 회차 플레이’를 넣어도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
  2. HAVETO / 꼭 저대로 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저는 저런걸 쓰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게임은 스스로 하는거고 스스로 재미를 찾는 미디어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개인적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자기 잘못으로 엄청나게 재미없게 플레이 해놓고는 그걸 자기탓으로 여기는게 아니라 게임이 잘못됐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냥 '정석'적으로 즐기는 방법, 그러니까 최소한 게임을 잘못 즐겨서 게임을 오해하지는 않을 방법을 써본것 뿐입니다. 절대 저대로 해야만 서양RPG를 제대로 즐긴것이다 이런 주장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자기 입맛대로 첨삭해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게다가 저거는 좀 오래된 서양RPG에 들어맞는 얘기고 최근 게임으로 올수록 잘 안맞을 거예요. 왜냐면 요즘 게임들은 저런식으로 즐기라고 만드는 게임이 아니거든요. 예전 RPG들은 그냥 엔딩만 목적으로 플레이 해도 저절로 대부분의 컨텐츠를 섭렵할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공략집을 보지 않는한 70~80퍼센트는 깨야 엔딩을 볼수있게 되어있죠.

    답글삭제
  3. 폴아웃 할 때 동료가 죽으면 계속 로드하고
    도둑질 실패하면 계속 로드하던 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솔직히 폴아웃에서 도둑질실패하면 패널티가너무 세요ㅠㅠㅠ 마을주민들이 전부 적이되니........

    답글삭제
  4. 으음... / 폴아웃1,2는 패널티가 너무 크고 3은 너무 작죠. 그 중간쯤 어디라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저도 1,2편에서 그 부분은 디자인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세이브 치팅이 불가능하면 그런 패널티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아무때나 세이브 로드 가능하게 해놓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버리면 누가 로드를 안합니까. 100이면 100 다 로드해버리죠.

    답글삭제
  5. 그러고 보니 웨이스트랜드에서는 의미 있는 패널티였군요; 환경이 잘못되면 아예 디스크를 새로 해서 시작해야 했으니 ㄷ;

    답글삭제
  6. Cenobite / 예전 게임들은 세이브치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죠. 저는 그게 더 게임답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란게 첫 시도만에 반드시 엔딩을 봐야 하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첫 시도만에 엔딩을 보는게 덜 게임적이죠.

    답글삭제
  7. 이렇게 게임하는게 가능한가여?난 일단 선성향으로 하기로 마음을 잡아도 분명 악한일이지만 악한패널티보다 이익이 더 클경우 일단 하고 보는데 선성향으로 마음을잡앗으면 이런것도 하면 안되니 게임을 너무 어렵게 진행하게 되는거 같음

    답글삭제
  8. 익명 / 선성향 악성향 얘기는 그냥 하나의 예를 든것일 뿐입니다. 게임에 따라서 그런 성향자체가 의미없는 경우도 있고 진행이 성향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죠. 제가 하고싶은 얘기는 그런게 아니고 무슨 숙제하듯이 기계적으로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답글삭제
  9. 실패한사랑은 추억이 .. 흑흑..

    답글삭제
  10. "게임은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 내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입니다."

    굳이 게임에 국한된 얘기 뿐만 아니라 컨텐츠 산업 전반에 확장해도 무방할 만한 할 경구인 것 같군요. 덕분에 인식의 지평이 한층 넓어진 기분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11. 익명 /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수용자의 경험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서 좀더 개인적이니까요.

    답글삭제
  12. 울티마 리뷰보고 충격받아서 계속 포스팅 쭉 읽는 중입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3,4,5번이 참으로 저에겐 부족하네요..

    특히, 3번..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답글삭제
  13. neoSpirits / 소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14. 1번은 저도 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ㅎ 오블리언할때 국왕이 죽었고 당장 수도원으로 가서 이 사태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마굿간부터 찾아서 말 훔쳐타고 바로 달려서 수도원으로 갔죠. 패스트 트레블 기능있지만 현실감 제로고ㅎ 평소에 게임 플레이를 생각해보면 이렇게 npc한테 피해끼치는것조차 싫어해서 진짜 바른 생활을 하는 편인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쩔수 없다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뭔가 진짜 등장인물이 된것 같고.ㅎ 짜릿하더라구요.ㅎ 나중에 도시에 가니깐 바로 가드들한테 잡히던데 좀 억울한 면도 있었음. 이것들이 나라 구할려고 그런것도 몰라주고. 뭐 이런맘도 들고. 저한테 가장 부족한게 npc죽거나 조금이나마 게임플레이가 나쁜 방향으로 흐르는걸 못참고 바로 로드한다는건데 많이 뜨끔하네요. 앞으로 참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퀘를 다할려고 하는것도 저한테 너무 해당되네요. 딱 캐릭터의 성격을 생각하면서 끌리는 퀘만 해야겠습니다.

    답글삭제
  15. 갑자기 매뉴얼을 꼭 정독하란 말이 크게 와닿네요. 룰과 배경을 잘 숙지할 수록 게임에 대한 몰입감은 더욱 커지는 법이죠.

    전 다크썬이라는 도스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매뉴얼 읽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그전엔 게임매뉴얼 따윈 읽지 않았죠. 그런데 이 게임은 규칙이 너무 복잡해서 처음부터 막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pdf파일로 된 매뉴얼을 찾아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뉴얼엔 단순한 게임조작과 기초적인 전술 이외에도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 설명이 적혀있었는데 이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모니터에 표현되는 세계와 매뉴얼에 그려진 세계가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머릿속으로 멋진 판타지세계가 그려졌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극심하게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게임을 끝낸 뒤에도 아쉬움과 여운 같은게 남아서 다크썬 세계를 쉽게 떠날 수가 없더군요. 컴퓨터만 끄면 쉽게 잊혀지는 그런 rpg들과는 달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크선은 디앤디의 캠페인세팅 중 하나였고 전 여기에도 아주 푹 빠져서 관련된 자료는 닥치는 대로 구하게 됐습니다.

    요즘은 게임은 안하고 게임매뉴얼들을 주로 읽는데 예전 서양rpg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바로 이런 게임 바깥의 부가적인 체험을 중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네가 생각했던 게임의 영역은 확실히 모니터 안쪽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답글삭제
  16. 굳이 rpg가 아니라도 옛날 게임 매뉴얼 중에 정말 재밌는 게 많네요. 스페이스퀘스트 같은 어드벤처 게임들도 그렇고...

    그런데 진짜 매뉴얼계의 패왕격이라 할 만한 게임은 시드 마이어 게임들인 것 같습니다. 기본이 100쪽 이상이고 ... 하여튼 그냥 쩝니다. 최고에요.

    답글삭제
  17. 힘과마법/저랑은 반대시네요. 전 매뉴얼 읽는시간이 제일 싫어요. 빨리 게임하고 싶어서 현기증나는데
    매뉴얼 붙잡고 있으면 지루하더라고요. 게다가 매뉴얼 내용의 반이상이 안읽어도 스스로 알수있는
    내용들이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특히 두꺼운 매뉴얼의 게임은 시작하기가 부담스럽더군요.

    답글삭제
  18. 하기전에 보면 게임플레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하고 메뉴얼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같은 경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의 메뉴얼을 보면 정확한지는 몰라도 역사적인 내용이 많아 볼만했고 이블 아일랜드 같은 경우 게임 배경을 특정인물의 시각으로 황제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해서 나름 재밌더군요.

    답글삭제
  19. 힘과마법 /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오시면, 거의 장편의 공군 군사 교범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300페이지는 우스울 정도입니다.(레드 바론이 300페이지)

    답글삭제
  20. 제가 이 블로그에서 가장 영향을 받은 건 사실 이 글입니다. '게임을 대하는 자세' 아 정말 오글거리는 제목이지만... 껄집인간님 글을 계속 보면서 정말로 제 안의 '게임을 대하는 자세'가 변화하는 걸 느꼈습니다.

    3번

    결벽증을 버려라.

    울티마4는 이 블로그에서 최고추천작인 게임이지만 솔직히 옛날에 재미없게 한 기억이 있어서 안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저 3번항목말입니다 저 결벽증을 버려라는 말을 실천하는 순간! 전혀 새로운 세상이!

    옛날 할 때 6번 '공략참조는 패배로 간주하자.'를 안 지켜서 어느 정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새로 시작하면서 아 씨바 다 귀찮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충대충 했더니... 어? 뭐지! 재미가 있다?!

    미덕을 모으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영성이 +1 상승했습니다' 이 따위로 지시하는 방법과 '아니 씨팔 뭘해야 되는거야' 하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더군요 바로 그 고민하는 과정이 게임임을 알게 되었구요

    새로운 경험이 늘어날수록 '다른 rpg' (요즘 rpg?)에 대한 껄집인간님의 분노가 더욱더 잘 이해됩니다

    제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양rpg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 게임을 시작하면 휑한 풍경에 아무 설명없는 화면, 마음속으로 '어 씨발 뭐 어쩌라고'란 말이 나와야 합니다.
    + 일정한 미션을 통과했을 때, npc의 표정은 존나 무덤덤한데 현실의 게이머는 존나 신나서 난리부루스를 쳐야합니다.
    + 화면에 나오는 대사가 함축적이어서 머리속으로 화면에 나오지 않는 대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령 '세계를 구하기 위해 성배를 가져와라' 이러면, 머리속으로 '지는 쳐박혀 앉아서 편하게 잇속 챙기고 나만 좆빠지게 고생하고 개년아 내가 성배만 찾으면 반란 일으켜서 왕좌를 차지하고 니 후장가죽으로 벽을 장식해 주겠다'라고 대사를 읊은 후 yes라고 칩니다
    + 위트 있는 대사는 니가 만들어서 합니다

    완전히 주관적인 제 기준이었습니다. 아니면 말고요

    답글삭제
  21. 힘과마법/저도 이 글 포함해서 팁란에 있는 글들이 가장 도움이 됐습니다. 예전엔 매뉴얼 무시했는데 이젠 게임 시작하기전 매뉴얼을 반드시 읽고 공략은 최대한 안보려고 합니다. 최선의 결과 얻기위해 세이브로드도 안하고 모든 이벤트, 아이템 다 얻으려는 결벽증도 버리고 보니 게임이 훨씬 재미있어졌어요. 근데 감정이입에 대한건 감정이입이 되는 게임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게임이 있더군요. 어떤게임은 아무리 노력해도 철저히 캐릭터와 분리된 플레이어로 남을수밖에 없는데 어떤 게임은 별 노력 없이도 캐릭터와 동화됩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공략도 보고 파티원 죽으면 마을까지 가기 싫어서 로드도 합니다만 죽음에 대비한 세이브는 의도적으로 잘 안하다보니 긴장감이 더 늘었네요.

    답글삭제
  22. 힘과마법/그런데 아이디가 힘과마법이라서 궁금한게 있는데요. 힘과마법 최고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6789해봤는데 갈수록 개판이 되더니 9은 입에서 쌍욕이 나올정도로 졸작이더라고요. 6는 재미있긴 했는데 3대 rpg로 거론되던건 6이전 작품 때문인것 같더군요.

    답글삭제
  23. 달랑/ 전 6은 조금밖에 못했고 3,4는 엔딩까지 봤습니다. 근데 총 한 시간은 6이 더 길었어요. 세개밖에 못해봤지만 굳이 최고라면 3을 꼽겠습니다. 하지만 느낌 상으론 6이 더 호감갑니다. 지도, 아이템, 던전크기, 퀘스트, 룰 등이 전부 어마어마하죠. 그때는 서양rpg하면 디아2가 최곤줄 알 때라 마매6의 색다른 재미에 엄청난 감동을 느꼈어요. 근데 게임이 워낙 커서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나네요. 그래서 한 10프로 정도밖에 못해본 게임을 뭐라 평가하기도 애매하고, 사실 기억도 흐릿합니다.

    그래서 나머지 두개중 좀 더 재밌게 한 3탄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마이트앤매직이 되겠네요. 좀 무의미하지만.

    근데 사실 전 디아2빠돌이에요

    포켓몬스터도 재밌었고

    답글삭제
  24. 힘과마법 / PC쪽은 매뉴얼이 굉장히 중요했죠. 아무래도 콘솔쪽의 직관적인 게임들과는 방향이 달랐으니까요. 80년대에는 매뉴얼 뿐만이 아니라 막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많이 줬어요.ㅋㅋㅋ 물질계와 아스트랄계를 엮는 훌륭한 매개체였죠.ㅋㅋㅋ



    보헤미안 / 매뉴얼 두께의 제왕은 단연 시뮬쪽이죠. DCS A-10C 같은건 매뉴얼이 700페이지가 넘어갑니다.ㅋㅋㅋㅋ 근데 그게 다 그냥 순수한 기체 조작법에 불과해서 운용 측면에 관한 내용이 너무 적다고 사람들이 불평합니다.



    힘과마법 / 원래 서양RPG는 대충하는게 맞는거예요.ㅋㅋㅋ 비선형이니까 하다가 안되면 다시 돌아가서 안했던거 하면 되는거죠. 어떻게보면 민족성(?) 차이같기도 해요. 양키들 보면 그냥 대충대충인게 많잖아요. 대신 큰 틀에선 뛰어난 경우가 많죠. 반면에 일본애들은 막 엄청나게 섬세한데 큰 틀을 보면 별게 아닌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힘과마법님의 기준을 보니... 이제 서양RPG가 뭔지 감을 잡으신거 같군요.ㅋㅋ



    달랑 / 플레이어가 감정이입을 하려고 해도 게임이 그걸 거부하는 경우가 있죠. 수많은 컷신, 마음대로 말하는 주인공, 작위적인 게임구성, 흐름의 단절, 기타등등... 그래서 이런게임들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절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