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9

고전RPG 가이드 1 - 게임의 준비

제가 이런거 쓸 자격은 안되지만 필요한 분이 있는거 같기에 그냥 대강 함 써봅니당...

사실 그냥 게임에 딸려오는 매뉴얼만 충실하게 읽어도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같은 PC게이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걸 요즘 게이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거 같기도 하더라구요.

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우선 기본적으로 영어를 읽을수 있어야 합니다. 고전 어드벤쳐나 RPG는 기본적으로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게임들입니다. 콘솔게임이 그림 중심인것과 정 반대죠. 감각적인 반응이 필요한게 아니고 추상적 사고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요즘 게임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처음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울거예요. 저도 어릴때 첫 게임은 엄청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걸 꾹 참고 자기힘으로 엔딩을 보고나면 게이머로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것이죠.

이제 하고싶은 게임을 정했으면 바로 게임을 실행하...지 않습니다. 실행하기전에 할일이 많습니다.

*실행하기전 해야할 일

1. 크리티컬 버그에 대한 정보를 찾습니다. 인터넷에서 게임제목과 버그를 검색해보면 게임진행을 완전히 망칠수도 있는 아주 중대한 버그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건 꼭 게임전에 체크를 해둬야 나중에 커다란 불상사를 피할수 있습니다. PC게임엔 버그가 많다는걸 명심해야 합니다. 대부분 심각한 버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패치로 해결되었겠지만 간혹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PC게임에 버그가 많은건 게임을 못만들어서가 아닙니다. 비선형적인 게임은 그만큼 버그를 잡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의 포가튼사가라는 게임이 일본RPG에서 벗어나 서양RPG같은 비선형적 RPG를 만들려고 시도했다가 엄청난 개발기간과 발매지연을 거듭했음에도 버그때문에 게임진행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이후 패치가 나왔음에도 몇몇 중요한 버그는 고쳐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제작자는 자기들 실력에는 비선형RPG가 너무나 버거웠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만큼 비선형RPG는 선형적인 RPG에 비해 만들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결코 서양RPG에서 일본RPG만큼 버그가 없기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예전 PC게이머들은 버그를 오랜 친구와 같이 여겼습니다.

2. 게임이 확실히 패치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아무리 버그가 많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패치를 통해 결국은 할만한 게임이 됩니다. 반드시 패치가 전부 되었는지 확인하고 제대로 패치가 되었는지 확인하세요. 비공식 패치가 있는 게임도 있는데 이런건 무조건 깔지 말고 잘 알아보고 깔아야 됩니다. 어떤건 버그가 아니라 원래 제작자가 의도한것임에도 버그로 오해하고 고쳐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3. 매뉴얼을 정독 합니다. 고전RPG의 매뉴얼은 그냥 장식이나 참고용이 아닙니다. 필수!입니다. 매뉴얼 안읽고 그냥 이것저것 눌러서 경험으로 파악해보겠다는건 TRPG를 룰북 안읽고 해보겠다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해서는 반드시 중요한 기능들을 놓치고 게임의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고전RPG는 매뉴얼이 게임의 반입니다. 엄청!중요합니다. 제발 매뉴얼부터 읽으세요. Read The Fucking Manual!

4. 매뉴얼을 읽었으면 캐릭터 컨셉을 구상합니다. 대부분의 고전 RPG는 캐릭터 생성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다수를 생성해야 할때가 많습니다. 게임 실행해서 그냥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간 나중에 후회하고 다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수도 있습니다. 매뉴얼을 잘 읽었으면 대강 어떤 캐릭터가 필수적인지, 밸런스가 잘 맞는지 알수 있을겁니다. 예외로 울티마처럼 질문을 통해 캐릭터를 생성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컨셉을 미리 정할필요가 없겠죠.

5. 빈 노트와 연필을 준비합니다. 고전RPG중에는 오토저널이나 오토맵 기능이 없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앞서 PC게임들이 '텍스트'게임이라고 했듯이 단지 읽기만 하는게 아니라 기록이 필요할때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게임하면서 노트에 뭘 따로 적는다는게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커다란 장점도 있습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죠.

6.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PC게임의 또다른 특징중 하나는 장기적이고 느긋하다는 것입니다. 버튼하나 누르면 뻥 터지면서 재미가 바로 딱 나오지 않습니다. 어쩔때는 몇날 몇일을 재미는 커녕 머리아프고 고통스럽고 짜증나고 답답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일종의 저금이라고 생각하세요. 나중에 한번에 몰아서 빵 터집니다. 그래서 조용하고 집중할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게 중요합니다. 5분 단위로 게임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게임이 진행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이제 게임을 실행합니다. 정해놓은 컨셉대로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아마 '뭐 씨발 게임하나 하는데 이렇게 열심히야 미친놈아'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겁니다.ㅋㅋ 그래도 수십시간 내지는 수백시간을 즐길 게임을 하는데 이정도 준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C게임이란게 원래 TRPG나 복잡한 워게임에서 받은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다지 빠르고 가볍지가 않아요.

댓글 10개:

  1. 드디어 시작하시는군요. 마음가득 기대감을 품고 다음편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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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전에 RPG할 때는 게임 시작하는 첫날은 매뉴얼 정독하고 캐릭터 만들면 끝이었죠(한밤중이 됨) 그때 생각이 나네요.

    다음회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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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장호준/ 으잌ㅋㅋㅋ 그냥 뻔하고 당연한 얘기들 밖에 없을 겁니다.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ㅋㅋㅋㅋ



    Cenobite/ 예전엔 매뉴얼 읽고 캐릭터 구상하는 과정도 즐거웠죠. 게임에 대한 상상과 기대감을 부풀리는 과정이랄까요. 시작을 힘들게 하니 그만큼 게임도 쉽게 놓지 않았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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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드한 팬들이 있는 게임 '유니버설 컴뱃' 해보려다가 200페이지 짜리 메뉴얼 보고 좌절했지요.

    근데 메뉴얼보다도 문제가 이 게임은 너무 편협한 의미에서 '리얼리즘'과 '자유도'를 쫓아서.. 컨탠트는 왠만한 MMORPG의 싸대기를 양쪽으로 갈길정도로 말도 안되는 양을 자랑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버그가 반겨주고 잘가고 있다가 느닷없이 내 우주선이 터지는데, 알고보니 내부 시스템이 고장 났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가 안알려줘서 ㅡㅡ;;

    그리고 광산 캐는데 리얼타임으로 24시간 넘게 걸리는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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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익명 / 200페이지야 약과죠. DCS A-10C같은 게임은 매뉴얼이 700페이지가 넘는데요 뭘.^^;

    유니버설 컴뱃이 무슨 게임인가 찾아봤더니 무려 배틀크루저3000의 후속작이네요. 배틀크루저3000도 꼭 해볼려고 마음먹은 게임이었는데 벌써 후속작 나온지도 한참 지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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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폴아웃:뉴 베가스의 마지막 시나리오 DLC가 출시되었으니 이제 맘잡고 제대로 플레이할 생각입니다. 비록 최신게임이지만 이 글을 정독하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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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익명 / 별거 없어요.^^;; 그냥 당연한 얘기들인데... 별거아닌거 그냥 후딱 써버리고싶은데 오늘도 못썼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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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고전게임은 아닙니다만 패러독스 게임은 매뉴얼이 필수죠. EU3 시작할때도 오리지널 매뉴얼 + 확장팩 매뉴얼 4개 + 전략 매뉴얼까지 합계 400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틈나는데로 3주나 걸려서 다 읽고서야 게임이 제대로 이해되었는데 그쯤 되니 벌써 게임이 질려버리는 부작용이 있더군요.

    그 외에도 패러독스 게임 중 빅토리아도 150페이지 읽고서야 이해되었기 때문에 호이는 재미있을 거는 확신하지만 시작할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튜토리얼에 매뉴얼을 담았으면 얼마나 좋을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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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익명 / 패러독스 게임들은 PC게임의 전통에 충실한 게임들이니까요. 튜토리얼도 좋기는 하지만 기억해야 할게 많은 게임이라면 저는 튜토리얼보다 매뉴얼을 더 선호합니다. 게임 중간에 까먹은 부분이 있으면 매뉴얼 뒤적거리면서 금새 찾을수 있거든요. 물론 가장 좋은건 충실한 매뉴얼과 튜토리얼 전부 제공하는것이겠죠.

    워게임쪽하고 시뮬레이션쪽은 나오는 숫자는 적어졌어도 꾸준하게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어느정도 기대할수 있는것 같습니다. RPG도 막 매뉴얼 수백페이지 되는 그런거 좀 한번 나와봤으면 좋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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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으잌..

    저도 매뉴얼부터 보긴 합니다만,

    항상 영어 사전을 보면서 하니까 시간이 엄청 걸리더군요..

    포스팅 내용중에..

    1번이 영어가 되어야 될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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