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난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관객의 감정을 지배하려는 느낌이 들기고 하고 여기서 그만 딱 멈췄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에 꼭 한발자국 더 나가는 인상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때 ET를 처음 봤을때도 이미지들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종교적 느낌에 본능적인 거부감 비슷한것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의 묘한 거부감과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이 영화의 일반적인 평가는 외계인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접촉의 순간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한게 훌륭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스토리는 그냥 평범한 한 남자가 우연히 UFO를 목격후 UFO덕후가 되어 가족도 버리고 온갖 고생끝에 결국 외계인을 만나 감격한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접촉장면을 보면서 뭔가 매우 꺼름칙한 기분에 휩싸였는데 나에겐 이 접촉장면이 그냥 단순히 미지의 것에 대한 경외심을 넘어 어떤 종교적 열망을 드러내는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외계인과의 만남을 그냥 종교적으로 표현한걸로는 뭐 아무리 나아가봐야 나 사이언톨로지 신자요 하는 고백정도로 그치겠지만 문제는 주인공이 겪은 그때까지의 스토리가 이걸 단순한 외계인 숭배를 벗어나 노골적인 비밀결사 입단식에 대한 은유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아니, 은유라기 보다는 거의 프로파간다로 보일 정도였다. 도데체 그  외계인과 주고받는 아무도 모를 음계교신과 나치경례를 연상케하는 수신호는 뭐란 말인가. 이걸 순수하게 인간과 외계인이 언어를 넘어 교감한다는 감동적 장면으로 치부하기엔 그 분위기가 너무나 프리메이슨적으로 음흉하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소수의 과학자들이 살인을 벌이면서까지 일반인을 철저히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초월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외계인 앞에서 벌이는 음악과 수신호의 비밀의식이라니...

이 비밀의식에 참가한 유일한 일반인은 남녀 단 한쌍인데 여자는 참가자격을 얻기위해 자신의 아이를 제물로 바쳤고 남자는 오로지 비밀결사에 참여하기 위한 열정만으로 가족과 사회를 버리고 미친놈 취급받으며 눈물겨운 고생을 이겨낸 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소재인 악마의 탑이라는 산을 두 일반인 주인공이 힘겹게 오르는 장면은 너무나 상징적인 장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름부터가 '악마'의 탑이고 피라미드 모양의 산은 프리메이슨류의 일반적인 조직구조의 모습이다. 그러면 마지막 몇발을 남겨두고 자꾸 미끄러지는 전혀 스필버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뜬금없고 미숙해서 코믹하기까지 한 그 연출도 완벽하게 설명된다. 꼭대기 까지 오르기 전까지는 독가스를 살포해서까지 죽이려고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상에 오르자 같은 편이 되어 축하를 해주고 자기들만의 제복까지 입혀주는 장면까지 보면 의심을 넘어 확신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초월적 실재에게 선택받는 사람은 바로 하찮은 평민 출신인 이 주인공이다. 마치 일반인인 당신도 오로지 프리메이슨에 대한 열정만을 가지고 모든걸 포기하고 노력하면 우리와 함께 이 특별한 비밀을 공유할수 있다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듯한 영화였다.

처음엔 그냥 낄낄거리면서 했던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게다가 시온의정서인가 뭔가하는 떠돌아 다니는 글에 오락물로 시민을 우민화 시키라는 내용도 있었던걸로... 스필버그야 말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시조가 아닌가. 아 이거 진짜로 진지하게 찍은 프리메이슨 가입 권유 광고일지도? 낄꼴깰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