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0

울티마4를 다시 해보면서 드는 생각

울티마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지가 너무나 오래전이라 현재는 남아있는 기억조차 별로 없지만 그래도 울티마 5,6이 최고의 게임성을 가졌음은 의심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울티마4에 대한 기억은 반신반의 할때가 많았다. 게임시스템과 표현면에서는 명백히 5,6편에 뒤졌다는걸 알기 때문에 그당시 느꼈던 감정이 단지 어린시절의 추억 보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어쩌면 현재의 RPG들은 그때로부터 한참 발전한건데도 단순히 현재 내가 게임자체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그때 게임들보다 못하다고 느끼는건지 확인해보고 싶었기에 울티마4를 다시 시작해봤다. 원래는 위자드리를 해볼려고 했는데 그 지독한 던전을 다시 샅샅히 해체할 생각을 하니 좀 엄두가 나지 않아 대신 울티마를 선택한 거였다.

시작하고 초반에는 좀 실망스러웠던게 사실이다. 내가 기억하기보다 대화는 더 단순했고 게임시스템은 정돈되지 않아 엉성해보였다. 결국 4편에 대한 내 기억은 추억에 불과했던 것인가하는 실망이 드려는 순간, 초반을 지나 서서히 게임이 전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단했다. 내가 기억하던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게임이었다. 분명히 부분부분 잘라놓고 보면 너무나 원시적인 면이 많았지만 그것들이 결합된 전체로서의 모습은 내 기억의 가장 미화된 모습을 월등히 상회했다. 오히려 내가 그당시 가지지 못했던 안목의 성장 덕분에 그때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제대로 보게 되었다.

결과는 내 생각의 정 반대였다. 오래된 게임을 통해 현재 게임들의 가치를 끌어올려 보려했던 내 시도는 반대로 현재 게임들을 더 깊은 지옥의 수렁속으로 쳐박아 버렸다. 절망적인 마지막 시도가 희망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울티마4와 같은 RPG는 이제 절대로 다시는 나올수 없다는 확신만 심어주었다.

어렸을때 상당히 재밌게 했던 몇몇 일본RPG들은 요즘 다시해보면 정말로 형편없는 수준으로 느껴지는걸 고려해보면 울티마4에 대한 이 느낌은 결코 추억 보정 따위가 아니다. 시대와 기술을 초월한 진짜 명작인것이다. 슬픈것은 RPG라는 장르는 거기서 한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다는거다. 발전은 커녕 퇴보를 거듭하다 사망해버렸다. 결국 리차드 개리엇같은 천재적인 개인의 출현 밖에는 해답이 없다. 그러나 시대가 원하지 않는 천재란 그저 절망적인 비극에 지나지 않겠지.

댓글 8개:

  1. 가끔 놀러오겠습니다.

    그쪽도 글은 안쓰더라도 가끔 눈팅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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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ㅇㅁㅂ2 - 2010/06/21 19:44
    감사합니다. 저도ㅇㅁㅂ2님과 크리스탈님 글만은 검색해서 계속 찾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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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울티마 4의 가치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 사람들에게만 보일 뿐
    시각적 자극에 치우친 가치를 먹여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한낱 발로 만든 게임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4편은 '획기' 그 자체였죠. 게임이라는 것이 이렇게 철학적일 수도 있구나.
    하지만 게임은 자유로워야 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4편에서 처음 등장한 8대 미덕은 5편에서 대폭 간소화되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4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미덕 그 자체였지만, 이후에는 그런 미덕을 기본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했으니까요. 매번 울티마를 할때마다 '도망가면 겁쟁이'라는 생각에 잡혀 있으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4편은 참 재밌습니다만
    그 재미를 믿고 끝까지 참는(?) 노력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죠. 4편은 확실히 엉성합니다. 플레이어가 중간에 게임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죠. 그 엉성함이 옥의 티입니다. 당장 5편만 해도 완벽 그 자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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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저는 울티마4가 인내력을 요할 정도로 많이 힘든 게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위저드리같은 게임에 비하면 정말 캐주얼한 게임이죠. 울티마4 정도면 고통(?)과 재미의 밸런스가 적당한 게임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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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공감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영문으로 즐겼던 유년시절의 울티마를 요즘에는 스맛폰으로도 도스에뮬을 돌릴 수 있으니 틈나는 데로 하나씩해보고 있습니다. 역시 명작이 맞습니다. 요즘 세대와 비교하자면... 만화대신에 고전명작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울티마4는 이제 클래식이 됐다고 봅니다.

    천재가 등장해야만 바뀔 수 있다는 것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철학 역시 데카르트의 Cogito 이후로 혁신적인 발전이 없다고 보는 1인으로서, 세상에 길이 남을 큰 변화는 천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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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의 뭐 역사적으로 보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천재도 과거의 튼튼한 기반이 있어야 나오는것이지 아무런 기반이 없는곳에서는 나오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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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정말 궁금해서 질문하고자 글을 남겨요 울티마 4 에 대해서 명성만 들었지 직접 해보지 못해거든요 어떤 점이 그렇게 뛰어난지 알고싶습니다 스토리가 다른 게임 보다 뛰어난건가요 ? 게임에 규칙이 뛰어난지 알고싶습니다 어떤점이 그렇게 뛰어나서 나온지 오래되어도 그렇게 휘어잡은건지 알고 싶어요

    (저는 트집 잡고 싸우고자 하는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단순하게 질문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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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deadly-dungeon.blogspot.jp/2011/05/4-ultima-iv-quest-of-avatar.html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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