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31

[패키지 이야기] 폴아웃

사실 폴아웃은 당시 인터플레이의 경영자였던 브라이언 파고가 발매를 취소하려던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스톤키프가 거하게 망해서였는지 이딴건 안팔려! 하고 다만든 폴아웃을 폐기처분하려 했대요. 근데 팀 케인이 찾아와서는 제발 발매해달라고 싹싹 빌어가지고 불쌍해서 아무 기대없이 발매해줬는데 그게 예상외의 성공을 해버린거죠. 그러니까 폴아웃은 안나올수도 있었던 게임입니다. 이게 안나왔으면 CRPG의 한 줄기였던 웨이스트랜드 혈통은 완전히 죽어버렸을겁니다.

제가 폴아웃을 처음 접했을때는 그래픽때문에 질질싸면서 플레이했었죠. 그당시에는 굉장히 멋진 그래픽이었어요. 게임 내용이 웨이스트랜드 재탕이라 중반 이후부터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래픽으로 보여지는 독특한 분위기 하나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는 더이상 아무런 감흥도 느낄수 없는 그래픽이더군요. 그래픽때문에 게임성도 많이 희생한것처럼 보이는데 그 매력이 이제는 다 날아간걸 보면 폴아웃3같은 게임들도 10년 후에는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제가 그래픽에 큰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게임플레이만 남더라구요.


폴아웃 패키지는 당시의 트랜드에 맞게 날개가 달린 커다란 종이상자인데 특이하게 박스아트가 가로로 되어 있습니다. 파워아머 디자인이 굉장히 멋지죠. 투박한 헬멧에 잡동사니를 덕지덕지 붙인 느낌인데 게임의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립니다. 구석에는 RPG of the Year수상 내력이 스티커로 붙어있네요.

뒷면에는 흔한 게임화면 한장도 없네요. 글을 읽어보면 박스디자인이 Nuclear Survival Kit이라는 컨셉으로 되어 있어서 낡은 양철박스같은 느낌을 낸거 같습니다. 게임스팟에서는 올드스쿨 RPG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했네요.ㅋㅋ 97년에도 이미 RPG는 올드스쿨이었던 것입니다.ㅠㅠ

 전면의 날개를 연 모습니다. 게임화면과 게임의 특징등이 써져 있네요. 왼쪽 상단의 첫 문장은 Remember Wasteland? 입니다.ㅋㅋ

게임시디 케이스와 문제해결 가이드. 예전 PC게임에는 도스시절 전통때문에 저런 문제해결 가이드가 꼭 들어있었죠. 도스시절에는 게임 실행만 해도 난관이 상당했기 때문에 저런게 필수였습니다. 메모리 관리 문제라던가, 하드웨어 호환성 문제같은걸로 골치를 썩였기 때문에 게임만 하는 사람이라도 PC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죠.

시디프린팅 모습입니다. 별거 없네요. 윈도우95 지원한다는 마크가 붙어있지만 도스로도 실행이 됐던걸로 기억합니다.

폴아웃의 매뉴얼인 서바이벌 가이드입니다. 볼트 거주자를 위한 안내서 컨셉으로 그럴듯하게 일련번호까지 붙어있습니다. 도스시절엔 허접한 매뉴얼로 명성을 떨치던 인터플레이가 폴아웃을 기점으로 매뉴얼에 상당한 공을 들이기 시작했죠. 폴아웃 매뉴얼은 최고의 매뉴얼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용도 게임 설명이 아니라 마치 핵전쟁 후에 살아남는 법을 설명한 책자처럼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목차를 보면 튜토리얼을 시뮬레이션으로 표현하는등 제법 컨셉에 맞게 공을 들였죠.

핵무기의 파괴력에 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오기도 합니다.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이런걸 읽으면서 게임세팅에 빠져들게 되고 게임이 더 재밌어지는거죠. 심심하지 않게 재밌는 그림도 들어있습니다. 40~50년대 코믹스풍 그림이 매뉴얼과 게임전반에 사용되는데 발랄한 그림체와 망한세상이 대조를 이루면서 아이러니를 자아냅니다.

중간에 책광고도 나옵니다. 물론 실존하는 책이 아니라 폴아웃세팅의 가장책자죠. 쥐를 먹는 법, 수상 생활법, 낙석을 피하는법-_-;등등...

퀵 리퍼런스 카드. 인스톨방법과 키맵이 쓰여있습니다.

내용물 한자리에... 내용물에 비해 박스가 너무 큰 느낌이라 이당시 박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는 내용물에 맞게 박스크기가 적당해서 좋았는데 중반쯤부터 갑자기 박스가 엄청 커지기 시작했죠.-_-;


댓글 17개:

  1. 헉, 근 1년만에 보는 패키지 이야기인가요.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결국 게임 플레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래픽은 불편하지 않을 정도면 크게 개의치 않거든요 ㅋㅋ. 그나저나 가이드 형식으로 쓰여진 매뉴얼이라니, 게임에 더 쉽게 몰입하게 해주는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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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옛날 PC게임 매뉴얼중에는 저런형식이 많았죠. 이제는 볼수없는 형식인데 킥스타터로 나올 RPG들이 다시 저런 시도를 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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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메뉴얼 인쇄라도 해서 봐야 할려나요 ㅎㅎ
    처음에는 웨이스트랜드의 후속작으로 나왔는데 정작 지금와선 웨이스트랜드를 아는사람이 드무니....

    파고가 저때 멘붕이라도 했나보네요 ㅋㅋㅋㅋ
    까딱 잘못갔으면 토드마냥 팔릴 게임만 만들었을지도요ㅋㅋㅋ
    그래도 지금 행보 보면 나름대로 RPG를 살리려는 사람같습니다.

    팀케인이 왜 폴아웃의 아버지라 불리는지 이해됬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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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짐작하건데 스톤키프가 망한게 큰 쇼크였을거예요. 거기에 사활을 걸었었거든요. 그거 망하고 나서 이제 전통적인 RPG는 끝났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그거 망한건 RPG라서가 아니라 게임이 별로라서 망한거거든요.-_-; 저는 파고가 그딴거에 돈을 다 꼴아박은게 이해가 안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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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패키지 개봉 방향이 좀 신기하네요 가로방향이라니.. 전 세로방향으로 인쇄된 패키지 케이스만 봐서요. 패키지 중에서 속날개가 따로 달려있는게 참 좋았죠. 집이 좁아서 다 갖다버린게 아쉽습니다. 여담이지만 전 케이스 디자인만 놓고보면 AVP2가 제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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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로방향 정말 드물었던거 같습니다. 폴아웃1편말고는 생각이 안나네요. avp2는 어떤 형식이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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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 때 브라이언 파고는 요즘 EA같은 퍼블리셔같랑 다를게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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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퍼블리셔라면 제작자가 아무리 빌어도 절대 안내주죠. 저정도면 엄청 인간적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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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역시 사람은 경험해봐야 고충을 아는거군요.파고도 그동안 꽤나 당한걸로 아는데 그때 경험으로 지금의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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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은 개발팀으로 시작해서 자기들 게임내려고 스스로 퍼블리셔를 만들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큰 회사를 경영하는건 맞지않다고 느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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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웃긴게 록맨은 제탕해서 팔아먹어도 80점 넘게 주던 인간들이 스톤키프 2가 위로 나오니깐 아주 혹평을 하더군요... 내용 보면 구세데 스토리에 그래픽에 너무 복잡한 게임성이라고.... 풋 이거 원 한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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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로 나온 스톤키프 동영상 보니까 왠지 재밌어 보이네요.ㅠㅠ PC로 나왔으면 플레이 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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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여기오시는분들중에 예전 1990~1996년도까지 KBS게임피아나 마이컴등 게임,PC잡지 중고로 파는곳 아시는분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ㅠㅠ
    MSX와의 만남도 좋구요~
    꽤나 깊이있는 게임평론이 많았었는데 구하려니 힘드네요...
    98년정도 부터는 잡지간 부록싸움만 하다보니 내용이 읽을거리가 점점없어졌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창간호~97년도까지의 게임잡지 구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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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꾸준히 블로그 검색하셔서 개인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이상은 힘들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몇번 구입해보려 했으나 판매하시려는 분은 잘 안보이더군요..

      검색해 보시면 아마도 스캔뜬것이나 하이텔,천리안등의 게임 게시판 갈무리한 파일들 구하실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전부 가지고 있던것을 잃어버려가지고 다시 구하려다가 귀차니즘으로 걍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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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오 패키지가 찰지네요. 저 캐릭터 이름이 볼트보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폴아웃3부터 생긴 이름인 거 같습니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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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우연찮게 흘러들어와서 재미난글 읽고갑니다

    웨이스트랜드2 소식은 알고있었는데
    뭔 게임인가 했더니 초 고전이였군요 ^^;

    그나저나 저 시절엔
    뜯고나면 너무 허하긴해도 박스구경도 재밌었는데
    요즘은 그런게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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