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5

비디오 게임은 예술이 될수 있는가?

예전에 로저 이버트가 비디오게임은 예술이 될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 온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당시에 그 논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그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솔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지도 대충은 예상을 했었다. (아마 온라인 게이머나 휴대폰 게이머들은 이런 얘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버트가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내서 꺼진 불에 다시 기름을 쏟아부었다. 게임 개발자인지 머시기인지하는 어떤 여자가 이버트의 말을 반박하는 강연을 했는데 그걸 보고 이버트가 다시 대답을 한 것이다.
(이버트의 글과 그에 대한 성난 군중들의 끝없는 항의는 여기서 볼수있다.)

이번엔 좀 긴 글이어서 흥미를 가지고 읽어봤다. 이 전설적인 영화 평론가가 게임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명쾌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갈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결론을 말하자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글의 소스가 되는 강연의 내용부터가 너무 어설펐기 때문에  재미있는 글이 나올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다 읽고나서 자동적으로 밑에 붙어있는 댓글들이 몇개 눈에 들어왔을땐 허탈한 실소마저 흘러나왔다. 서로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어서 너무나 바보같은 상황이었다.

비디오게임은 예술이 될수 있는가? 웃기는 물음이다. 비디오게임은 이미 한참 전부터 예술이었다. 그러나 여기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비디오게임이 예술이라는 말은 동대문이 동쪽에 있다는 말과 같다. 이버트가 말하는 예술은 그 예술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예술은 '의미 있는, 가치 있는 예술'이다. 가치가 없다고 예술이 아닌것은 아니다. 불쏘시개라고까지 불리는 양판소는 예술이 아닌가? 심형래의 영화는 예술이 아닌가? 그것들도 예술이 맞다. 다만 가치없는 예술일 뿐이다. 그러므로 비디오게임이 예술이 될수 있다고 외치는것은 이런말을 하는것과도 동일하다. '비디오게임은 디워나 투명드래곤 만큼 가치있을수 있다.' 아무도 여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당연히 로저 이버트는 이런 쓸데없는 논의를 하자는게 아니다. 비디오게임중에 '가치있는' 예술작품들이 나오고 그것들이 학자와 평론가와 작가로 이루어지는 암묵의 카르텔에 인정을 받고 매체의 전반적인 질이 상승하여 '주류예술'로 승격될수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이버트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영원히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것이다. 거기다가 앵무새처럼 '꼐임도 예쑬이다 씹쌔야 뿜뿜!' 이라고 끝없이 외쳐봐야 짜증나는 노이즈를 생성하는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

어떤 매체가 주류예술이 될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반드시 그렇게 되는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처럼 주류예술이 되는데 실패한 여러 매체들이 있다. 이들이 앞으로 영화나 소설같은 위상을 얻을수 있을것 같은가? 대부분은 회의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비디오게임 보다는 가치있는 예술작품이 훨씬 많다. 그러니 비디오게임이 주류예술에 편입되고 싶으면 최소한 이들을 넘어설만큼의 가치있는 예술적 시도라도 존재해야 한다. 현재 내가 보기엔 도저히 희망을 말할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도 예술이니까 언젠가는 위대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주류예술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이없을만큼 낙관적인 예상이다. 영화는 탄생으로부터 의미있는 예술로 인정받는데 걸린 기간이 겨우 30년 정도였다. 비디오게임은? 벌써 탄생한지 5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심지어 PC게임이 이룩했던 미미한 성과조차도 스스로 거부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도데체 가치있는 예술이 뭔데?' 나는 그것을 말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 원래 예술이란 귀족들의 놀이다. 예술의 가치는 아직도 소수의 지적,문화적 귀족들에 의해 규정된다. 한마디로 무슨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로저 이버트같은 인간의 맘에 들어야 가치있는 예술이 된다 이말이다.

그래도 최소한 당연하고 기본적인 조건들중에 한두가지 쯤 언급하는것에는 그정도 자격까지는 없어도 될것이다. 글 본문중에 이버트는 예술을 정의하는데 이런 표현을 썼다. 'I tend to think of art as usually the creation of one artist.' 왜 하필 한명의 아티스트인가. 그 뒤의 글에도 나타나지만 이것은 단순히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이는 작품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의미하는것이다. 부분은 전체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전체의 주제와 상관없이 남아도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가치있는 예술이 되기 위해 Craftsmanship은 필수이다. 아무나 할수 있는것을 Craftsmanship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정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남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솜씨가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비디오게임은 골치아파지기 시작한다. 비디오게임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그러나 게임이란 룰이 중심이다. 룰은 승패를 나누기 위한 규칙이다. 과연 룰이 내러티브를 전달할수 있을까? 대부분의 게임은 이런걸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게임과 스토리를 따로 만들어서 한 상자에 담아둘 뿐이다. 예를들어 콜오브듀티:모던워페어같은 게임에는 게임플레이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그냥 영화로 만드는쪽이 스토리 전달을 위해서도 더 뛰어날수밖에 없다. 반대로 디아블로는 배경 스토리가 존재하지만 그걸 몰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디아블로에서 스토리는 순전히 장식에 불과하다. 영화가 종합 예술인것은 영상과 음악과 내러티브가 따로놀지 않고 마치 한 사람이 만든것처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비디오게임의 각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것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곳에 게임리뷰를 쓰기로 한 후 각 별점의 의미를 규정하면서 별5개는 그것이 어떤 예술성을 가졌다는 판단이 설때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예술성에 대한 판단 근거 중에 가장 중요한것이 작품의 통일성이었다. 리븐은 대부분의 어드벤쳐 게임들과 다르게 퍼즐과 내러티브를 분리해낼수가 없다. 리븐의 퍼즐이 훌륭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재미있는 퍼즐이라고 할수는 없다. 리븐에 별 5개를 준 이유는 퍼즐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퍼즐(게임플레이)자체가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때문이었다. 울티마4의 경우는 게임의 룰이 내러티브와 완전하게 결합된 극히 드문 예이다. 울티마4의 게임플레이 자체는 후속작들에 비하면 원시적이며 단조롭다. 게임플레이로써 결코 최상위에 도달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게임플레이를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러티브 전달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마지막 승리의 순간은 플레이어 개인의 딸딸이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리차드 게리엇의 우주에 대한 내밀한 관념을 이해하고 영향받게 되는 순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내 리뷰에서는 별5개라고 별4개짜리 게임보다 더 재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별4개짜리가 게임적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게임으로서 훌륭한것과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은 서로 별개의 개념이다. 우와 씨발! 이꼐임 존나 재밌어! 이건 예술이야! 라고 말해봤자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는 소리다.

그러면 게임이 과연 '가치있는' 예술이 될 필요가 있는가? 게임플레이란게 내러티브와 개별적인 개념인 한 좋은 게임과 가치있는 예술은 같은 방향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좋은 게임을 바란다면 예술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게임의 위상이 현재보다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뭔가 '가치있는' 취미로 보이길 원한다면 예술이 되기를 바라는게 맞다. 나는 게임의 위상이 높아지길 원한다. 정말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저는 게임이 취미입니다.' 라고 말할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댓글 32개:

  1. 사실 게임에 장인정신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도 게임제작에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절벽 위의 꽃처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래밍은 아직까지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이죠. 그게 단순한 스크립트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성공적인 시도를 꼽자면, RPG만들기 시리즈로 만들어진 "유메닛키"가 생각나네요. 아마 개인이 만든 게임 중에 가장 예술적인 게임을 꼽자면 유메닛키를 꼽고 싶습니다.(2등은 Don't look back으로 하죠.)

    재미있는 요소는 거의 꽝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만, 정말 충격적이었죠. 좀 많이 띄워주자면 백남준 씨가 게임으로 작품을 했다면 그런 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뭐 백남준 씨 작품을 제대로 본 적 없이 하는 소리지만요.

    언젠가는 프로그래밍을 중학교 즈음부터 가르치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진짜 예술적인 게임이 쏟아지려면 그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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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통일성보다는 정합성이라는 개념이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게임이 예술이 되자면 필연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음악으로도 영화로도 표현할 수 있으나 오직 게임의 형식으로 표현할 때 최선이라는 확신을 갖춘, 장인의 천재성으로 만든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게임의 가장 본질인 룰과 그 속에서의 게이머의 상호작용의 반복으로 쌓아가는 게임플레이가 아니면 도무지 이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없을 때 만들어지는 게임, 그래서 게임플레이를 통하지 않으면 온전히 메시지를 전할 수 없으면서 모든 게임플레이의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이 메시지를 위해 철저히 복무하는 그런 게임요. 좋은 소설은 조사 하나도 작가의 심중을 향하고 좋은 영화는 어느 컷을 놓고 봐도 감독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처럼요.

    지금처럼 거대 자본이 돈 놓고 돈 먹기로 10개 돌려 1개 뜨면 흑자 이런 식으로 떼로 달려들어서 만들어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작품성 있는 게임이라는 것들도 그저 그럴듯하게 분위기만 복사할 뿐인 경우가 태반인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비싸게 팔 장식품일 뿐인 거죠. 그저 배경 일러스트 좀 폼 잡고 있고 스토리 설정이 암울하면 작품성 있다고 빨아주는 거 보면 어이가 없어요.

    "(아마 온라인 게이머나 휴대폰 게이머들은 이런 얘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정말 재미있는 말씀이고 공감합니다. 저 둘의 교차점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 같은 SNS의 게임도 마찬가지죠. 제 생각에 저런 게임은 영상예술로 보자면 홈비디오로 만든 유튜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은데, 말씀대로 저런 게임은 말이 게임으로 묶이지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하죠.

    아 그런데 구글 계정에서 이름 설정했는데 언노운으로 뜨네요... 바로 위에 삭제한 댓글이 제 댓글이에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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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저 이버트는 애니메이션에 꽤 호의적입니다. 적어도 디즈니 전성기 때나 픽사 작품 정도면 충분히 주류 예술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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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 글쎄요... 프로그래밍을 배우는게 미술이나 음악에 관한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것보다 더 어려운지는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미술이나 음악같은게 가지고 있는 어떤 직관성같은게 부족한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쓸데없이 복잡하다고 해야할까요. 그게 게임적으로는 쓸데없지 않더라도 예술적 관점에서는 쓸데없을수 있거든요.



    Unknown / 정합성이 일관성과 비슷한거 아닌가요?^^; 일관성도 언급했던거 같은데...
    제가 통일성이라는 단어를 쓴건 각 부분의 조화를 강조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Consistency와 함께 Unity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작품이 되려면 필요한게 많죠. 저는 이버트의 결론에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게임이 예술이 될수는 있지만 되지는 않을거 같아요. 너무 조건이 어려워요. 애니메이션이 영화보다 불리한 이유도 프레임을 한장한장 직접 그려야 한다는 불편한 조건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게임은 그거보다도 더 어려운 조건이라고 보구요. 그래도 게임이 예술이 되면 상호작용이라는 특징 때문에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죠.

    저도 게임이 온라인이 되면 싱글플레이 게임과는 좀 다른 미디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싱글플레이 게임쪽이 더 예술성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죠.



    익명 / 주류예술이라는 표현을 자의적으로 썼습니다. 디즈니나 픽사작품이야 당연히 로저 이버트가 말하는 예술에 포함되겠죠.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종종 나올테구요. 그래도 여전히 예술쪽에서 메이저한 매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있는 예술로 인정받는 작품들이 너무 소수죠. 그런데 게임은 그정도 조차 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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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뭐 근데 게임이라는 매체가 좀더 상위의 무언가로 올라가기는 좀...게임이 전달하려는 메세지와 게임플레이가 서로 잘 얽혀서 뗄수가 없을 정도가 되어야 되는데 그런 게임이 듣는 평가는 보통 어렵다 혹은 난해하다 혹은 장벽이 높다......여튼 좋은 소리 못듣죠. 더군다나 제작사 입장에서보면 제작비용 대비 수익이 잘 안나오니까......제작사도 직원들 월급은 줘야죠. 적어도 노동부에 신고당하는건 막아야지 않겠슴까.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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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odin / 당연히 돈벌자고 그런게임을 만들사람은 현재 없겠죠. 처음엔 개인이나 소수의 뜻있는 모임이 비상업적인 의도로 시도를 해야겠죠. 예전 PC게임도 그런식으로 시작됐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게임시장이 너무 커진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소수의 폐쇄된 환경에서 어느정도 예술적 성과를 올리고 나서 대중화가 됐어야 했는데 그전에 너무빨리 대중화가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런 시도가 주목을 받기도 힘들게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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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랜만에 느닷없지만 ㅎㅎ

    만화 얘기를 하셔서 가만 생각해보니 소위 주류 예술이라는 것들은 공통적으로 진입장벽이 높고 향유하는 계층이 소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 매체 자체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더라도 예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은 특별하게 취급받고 특정한 사람들만 즐기는 경향이 있으니까요(예술영화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생에 대한 통찰로써 감동을 주는 것이 예술의 한 양상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그것은 6살짜리를 위한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껍질인간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성은 인류문화발전?을 위해서 추구할만하다(사실 추구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게임계의 대중적인 흐름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계를 보면 알 수 있듯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본격적인 예술이 될리도 없고 되어서도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도 좋은 작품성을 가진 게임들이 많이 나와주어서 '저는 영화감상이 취미입니다.'만큼은 당당하게 게임 취미를 얘기할 수 있게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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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ssacaji / 영화도 아트하우스용 예술영화가 나온다고 상업영화가 안나오는것이 아니듯이 예술적인 게임들이 나온다고해서 상업적인 게임들이 손해볼일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상업적 게임들이야말로 가장 큰 수혜자가 될게 분명합니다. 현재 게임계의 심각한 문제는 더이상 파이오니어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콘솔게임은 상대적으로 덜 상업적이었던 PC게임을 베껴오면서 발전했어요. PC게임이 죽고나서는 콘솔게임도 완전히 발전이 멈춰버렸죠. 저는 비디오게임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이 겨우 이정도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비상업적인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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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껍질인간/ 그러한 점들은 백번공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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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sacaji / 제가 너무 당연한 말을 했죠.ㅠㅠ 게임시장이 커진만큼 많이 버는 대형 퍼블리셔들이 좀 비상업적인 시도에도 약간은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R&D투자라고 생각하면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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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게임은 당연히도 종합 예술이고. 우리가 PC로 접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글, 그림, 영상, 3D, 유저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다른 결말까지 보여주는 종합 예술. 추리소설을 예로 들자면 추리소설도 지금의 그래픽노블과 별반 다를 바없는 취급을 당하던 때가 있었다. 영화도 그랬고 힙합과 록음악도 마찬가지고. 지금 우리가 예술이라 생각하는 많은 장르들은 다른 시간대에서는 쓰래기 취급을 당하던 것들이 많다. 게임도 지금 그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미 예술계열에 들어가도 충분한 게임들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학적으로 혹은 그래픽적으로 그 표현에 있어 영화보다 혹은 클래식 음악보다 더 감동을주는 게임이 나에겐 분명히 있었다. 파이널 판타지6까지 일러스트를 담당하던 아마노 요시타카조차 자신의 게임 일러스트 경력을 부끄러워 한적이 있다고 한다.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게임음악조차 교향악단을 동원하며 유명작곡가를 쓰는 시대. 이제 게임을 예술이라 불러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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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Pierrot4 / 당연히 예술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종합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라 해서 더 고급 예술인 것도 아니고, 자동으로 예술 작품으로 편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 예술가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기획하고, 글쓰고, 그리고, 연주했다고 해서 그 작품을 예술 작품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일단 뮤지컬만 하더라도 '예술'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쇼비지니스'로 분류하죠. 셰익스피어나 T.S. 앨리엇, 빅토르 위고의 걸작을 재료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인기가 많고, 감동이 휘몰아쳐도, 뮤지컬은 '예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스필버그'의 영화도 예술이라고 하지 않지요. 존 윌리엄스가 런던 필 하모니와 함께 아무리 웅장한 음악을 연주했다 하더라도, 스필버그의 영화는 오락영화입니다. 아무리 오스카를 많이 탔다 하더라도요. 영화가 예술 장르인 것과는 별개로 말입니다. 게임이 뮤지컬이나 영화보다 더 많은 요소를 사용함으로 주제나 줄거리를 표현한다고 해서 종합적인 예술로 인정받고 존중받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껍질인간/ 불행히도 게임이 미학적으로, 발전해서 인정받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견일 뿐입니다만, GTA나 키넥트, 스카이림 등을 보면서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이 너무나 확연히 보이는데요. 게임은 작품이라던가, 인생의 통찰 쪽이 아니라, 가상현실, 신경자극의 키워드를 갖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게임유저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개돼지로 취급이 아니라 개돼지로 만들어 버리려는 의도로 보일 정도 인데요. 제가 너무 음모론적인지는 몰라도요. 매트릭스를 생각하는건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영화 '아바타'만 보더라도 이런 주제와 관련해서 할 얘기가 많이 생기는 데요. 제목부터가 울티마에서 나온것이고, 결국 게임에서 이기고,, 거의 신적존재가 되지요. 뭐 영웅이려나. 아이러니 하면서 씁쓸합니다.
    니 인생의 라이프는 찐따 루저이지만, 가상현실의 버츄얼 리얼리티를 받아들이면 인생의 라이프는 영원의 이터너티속에 영웅의 히어로. 슬픔의 소로우는 안녕 굿바이.

    영화만 해도 그렇게 인생폐인 만드는데, 인터넷은 어쩔것이며, 미래의 기술력이 동원된 오감이 자극되는 가상현실 게임들은 얼마나 대중들을 정신 못차리게 만들지. 권력의 도구로 얼마나 악용될런지 생각만도 끔찍합니다.

    웨이스트랜드2가 좋은 작품성으로 자본에서 독립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저같은 수많은 RPG 초보들에게 레퍼런스로 자리잡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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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돌격조장 / 저는 게임이 스필버그 영화 정도만 되도 바랄게 없습니다. 그정도만 되도 아무도 게임을 어린애나 하는 유치한 놀이로 취급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능력있는 제작자들이 많이 유입되고 대중에게 인정받으면 퍼블리셔들이 맘대로 작품을 망치려고 들수도 없겠죠. 어린애들이 몰려와서 좋은 작품에 오줌발사하지도 않을거구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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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스필버그 하니까 LMNO가 생각나는군요;

    http://retrog.net/tag/LM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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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익명 / 예전에 더그처치하고 스필버그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본적이 있는데 이게 그거였군요. 잘봤습니다. 취소된게 무척 아쉽네요. 재밌게도 바이오쇼크 인피니티가 이거랑 비슷한 방향을 잡은거 같군요. 영향을 받은건지 우연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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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더그 처치가 밸브로 갔다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요; 물론 루킹글래스 같은 야생적인(?) 게임보다는 다듬어지고 위생처리된 것 같은 깔끔한 게임을 만드는 곳이지만...최소한 개발자와 게임을 존중하는 회사니까요; 그리고 그런 밸브도 처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채용하진 않았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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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익명 / 더그처치가 밸브로 갔군요. EA에 남아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참 이사람 보면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는 울티마 언더월드와 시스템쇼크 보다 충격적인 게임을 아직도 만나본적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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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읽으면서 개인적인 생각이 떠올랐는데 저는 사실 이 블로그와서 껍질인간님의 강한 논조가 정말 좋았던 게.. 제가 가지고 있던 어떤 세계관의 틀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점이었거든요. 이 블로그의 글들에 접촉하고 경험을 하기 전이랑 뭔가 달라지게 된 점.. 근데 그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비롯해서 매체들의 작품성, 예술성을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경험하고 나서 제가 가진 체계나 관념이 얼마나 바뀌었는지가 기준이 되는 거죠. 그 기준이 넓어져서 모두의 관념과 체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가 전체적인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구요.
    그래서 이전까지는 어떤 경험이든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어느 정도의 작품성, 예술성을 지니지 않았나 생각을 했는데...

    껍질인간님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게임을 하는 것은 정말 많은 경험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가치관이 바뀌거나 유의한 변화를 이끌만한 큰 경험은 얻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간혹 분명히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구요..

    게임에 대한 감동이 내러티브에서 오기도 하고 스토리에서 오기도 하고 게임성에서 오기도 하고.. 같은 게임을 해도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는 것...이기에 앞서 생각했던 것처럼만 생각하면 작품의 예술성을 논하는 건 온전히 주관성에만 맡겨야 하겠죠..
    결과적으로 다시 구체화를 해보니 크리에이터의 분명한 의도가 소비자의 변화를 분명하게 이끌 수 있는 경우... 작품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블로그도 참으로 예술적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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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feveriot / 저는 제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플레이어의 자율적 플레이를 통해 전달되는것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가지가 함께 들어가 있어야 하는거죠. 제작자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플레이어에게 자율성을 주지 못한다면 애초에 게임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고 아무리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게임이라도 제작자가 전달/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면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후에 대체될 '상품'일 뿐이지 보존해야할 '작품'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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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스터젼의 법칙. 어차피 90%는 쓰레기이죠. 미술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다른 작품을 파고들어 즐긴다해도 진정 예술적 가치를 느낄수있는건 10%도 안될거라 봅니다. 나머지는 오리지날러티도 없는 모방이나 작가의 자기복제 수준일듯. 결국 고전의 반열에 든 작품만 시대가 지나도 살아남겠죠. 근대 유럽에서 음악가 인기순위 조사한 기록이 있던데 그때 상위 십위에 있던 사람중 반수는 지금 듣보잡이더군요
    지금 순수예술가 추앙받는 몇몇만 다음세대에도 기억되듯 결국 게임제작자 일부는 이름이 전승될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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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두억시니 / 뛰어난 작품이라도 많이 알려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그냥 묻혀서 사라져버리고 말죠. 뛰어난 작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게임쪽은 그런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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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만화는 주류예술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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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도 상업적 특성때문에 예술에 들어가냐 아니냐 말이 많은데 만화가 '주류'예술은 절대 아니죠.-_-; 만화는 마이너한 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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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음 정말 몰라서 묻습니다.

    1.껍질인간님이 생각하는 주류예술은 무엇인가요?

    2.상업적 특성이 안들어간 주류예술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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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19세기까지 이어져오던 전통적인 예술 형식 있잖아요. 문학,건축,음악,회화,무용 뭐 이런것들... 20세기 들어서 추가된게 사진,영화,현대미술? 이쯤 되는거 아닌가요?

      2. 다른것 보다 영화가 더 상업적 특성이 강하다 뭐 그런얘기지 예술이 돈하고 완전 독립할수는 없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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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류예술이라고 하는 것을 정의하기가 참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껍질인간님이 말씀하시는 의미는 영어로 말하면 "fine art"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이 단어를 우리말로 정확히 어떻게 번역하는지 몰라서,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정의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ine_art

      Fine art, from the 17th century on, denote art forms developed primarily for aesthetics and/or concept, distinguishing them from applied arts that also have to serve some practical function.

      Historically, the five greater fine arts were painting, sculpture, architecture, music and poetry, with minor arts including drama and dancing.[1] Today, the fine arts commonly include the visual art and performing art forms, such as painting, sculpture, collage, decollage, assemblage, installation, calligraphy, music, dance, theatre, architecture, film, photography, conceptual art, and printmaking.

      하위 항목에 보면 Comics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Comics are a graphic medium in which images are utilised in order to convey a sequential narrative. Comics are typically seen as a low art,[4][5][6][7][8][9] although there are a few exceptions, such as Krazy Kat[10] and Barnaby. In the late 20th and early 21st century there has been a movement to rehabilitate the medium.

      위키피디아에 나온 내용을 따르면 만화(혹은 Comics)는 아직까지 주류 예술에 완전히 편입되었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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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ine Art의 정의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가령 위의 정의대로 만들어졌지만 Commercial Art의 패러다임을 따를 수 있죠.
      이 경우에는 제작자의 의도까지 고려해야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게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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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크레용 / 20세기 중반부터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구분은 무의미한게 되었죠. 근데 그렇다고 예술의 카테고리가 사라졌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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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떻게 카테고리화 하는지 설명 해주실 수 있나요?
      상반되는 두 카테고리에 속하는 예술작품의 구분을 잘되는데
      정작 정의를 하려면 예외를 댈 수 있어서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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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예외야 어디든지 있는것이고 제가 본문에 썼듯이 '문화귀족'들이 정해온 것들이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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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두분 모두 답변 감사드리고 잘 배워 갑니다.
    9예술에 속한다고 들었던게 의문이 생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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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전 게임이 예술과 매우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전자오락(컴퓨터든, 콘솔이든, 핸드폰이든간에) 이전의 게임들은
    스포츠나 (축구,야구 등등) 테이블게임 (바둑,체스 등등)이 있는데

    이것들을 보면서 예술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축구가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게임이라도 예술은 아니죠

    대신 진짜 좋은 게임은 게임 플레이를 예술로 만든다고 봅니다.
    예술적인 팀플레이, 예술적인 슛, 예술적인 수읽기??
    (애초에 예술 자체가 수학적으로 증명할만한 단어가 아니라 애매하지만...)

    하지만 이런 고전적인 게임들과 '전자오락'이 매우 큰 차별점을 두는건
    세계의 구현이라고 봅니다.

    스포츠는 '규칙'과 약간의 도구들로 이루어져 있고
    테이블 게임은, 규칙과 게임판이나 게임말로 구성되어 있죠 (이것도 게임도구)

    하지만 전자오락은 게임에 등장해야 하는 모든것 하나하나 까지 모두 게임에서 직접 구현해야 합니다.
    심지어 게임에 등장하는 중력과 같은 물리법칙까지도 게임에서 직접 만들어야하죠
    (축구는 공만 차면 지구가 알아서 중력이나 관성 등등을 적용시켜주는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전자오락은

    고전적인 의미의 게임 = 규칙 그리고 게임을 위한 도구 (공이나 바둑알 같은...)
    로 되어 있는데
    전자오락은 = 규칙 + 세계창조
    로 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세계 창조 부분이 일종의 예술에 가깝겠네요
    하지만
    껍질인간님 께서도 본문에 적어놓으신 것 처럼
    전자오락의 본질은 세계창조 + 규칙이지만
    두 요소 중 세계창조보다, '규칙'이 더 중요합니다. (룰이라고 적으셨네요)
    세계창조는 사실 굳이 전자오락이 아니라도
    그림,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등 다른 매체에서도 다 하는것이니, 게임 고유의 성질이라고 볼 수는 없겠네요

    그리고 규칙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없다는걸 껍질인간님꼐서도 본문에 지적 하셨구요
    예술은... 어쨋든 감상하는것들이 대부분 이니까요

    음... 어쨋든 저의 생각은
    게임은 그 본질에 다가갈수록, 더 게임적으로 변할수록 예술에서 멀어진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결론은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예외는 있는것 같습니다. 스탠리 패러블은 제가 본 게임중 가장 예술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매체에선 불가능한 예술이죠)
    (저는 게임 자체는 예술이 될 수 없지만 '게임 플레이'는 예술이 될 수 잇다고 했는데, 게임자체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그걸 플레이 하는 사람의 수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울티마4를 공략집 보고 따라간다면 예술도 뭣도 아니지만, 껍질인간님 처럼 시행착오와 노력을 거쳐 게임내에 있는 메세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감동받을 수 있다면, 그건 진짜 '예술적인 게임 플레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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