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9

브라이언 파고의 웨이스트랜드2 소식

http://uk.pc.ign.com/articles/121/1218794p1.html

웨이스트랜드2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몇년전부터 찔끔찔끔 들려왔다. 브라이언 파고가 EA로부터 웨이스트랜드의 판권을 사들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진후 그는 웨이스트랜드2가 바즈테일과는 다르게 원작의 스피릿을 그대로 계승할것이라고 했었다. 인엑사일이 현재 만드는 게임들이 웨이스트랜드2 제작을 위한 자금 모으기라는 얘기도 들렸고 폴아웃과 트로이카게임즈의 제이슨 엔더슨이 웨이스트랜드2 작업을 위해 인엑사일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안그래도 돈없는 인엑사일이 개처럼 모은 돈으로 절대 많이 팔릴리가 없는 웨이스트랜드의 충실한 후속편을 만들겠다는건 자살하기위해 살아가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마 이름만 웨이스트랜드인 또다른 액션 바즈테일이거나 절대로 제작되지 않을 게임이거나 둘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고인능욕 하느니 차라리 후자가 되길 바랬기에 되도록이면 더이상 웨이스트랜드2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몇일전 브라이언 파고가 킥스타터라는 온라인 기금 사이트로 자금을 조달해 웨이스트랜드2를 제작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이런 기금 사이트가 있는줄 처음 알았는데 이걸로 팀 셰퍼도 이미 게임을 하나 낸 모양이다. 팬들의 기부금으로 게임을 만들어 다시 팬들에게 팔아먹는다니 참으로 아햏햏한 생각인데 어찌보면 이거야말로 PC게임이 다시 살아날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진 돈 다 꼴아박고 망할 위험도 없고 퍼블리셔의 농간에 놀아나 병신게임이 될 위험도 없으니까 말이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투자자가 아니라 후원자에 의해 발전하는 법이다.

브라이언 파고는 최소 백만딸라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과연 RPG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부자들이 얼마나 될것인지가 문제다.-_-; 백만달러면 10억인데 요즘 왠만한 게임들이 수백억 짜리라는걸 생각하면 대충 웨이스트랜드2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짐작할수 있다.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규모의 게임이다. 인디게임처럼 초저예산의 아이디어 게임도 아니고 그래픽과 기술에만 돈을 쏟아부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쓰레기들도 아닌 소규모의 알짜배기 팀원들이 제대로 만드는 '작품'이 되기에 적절한 예산이다. 현재 계획에 의하면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탑뷰에 파티기반, 스킬기반 게임이 될거라고 하는걸 보니 현재 RPG트렌드와는 분명히 다른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소식은 마이클 스택폴이 웨이스트랜드2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웨이스트랜드를 브라이언 파고의 작품이 아니라 켄 세인트 안드레와 마이클 스택폴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진정한 웨이스트랜드의 후속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90년대 초반 이후로 게임업계에서 완전 손을 땐걸로 알았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온걸 보면 웨이스트랜드2에 임하는 자세도 매우 진지할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불안한 프로젝트가 중간에 어떻게 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브라이언 파고의 생각이 바뀌어서, 혹은 대형 퍼블리셔가 꼬셔서 병신같은 쓰레기로 바뀔수도 있고 제작진간에 트러블이 생겨서 산으로 갈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돈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나는 지금당장 몇만원이라도 보태주고 싶긴 한데 정작 결과물이 이상하게 나왔을때는 어떤 분노와 좌절이 기다릴지가 두렵다. 영영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기다림을 주는 소식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거의 항상 속아왔지만 한번더 속아볼 각오를 해야할것 같다. 아, 갑자기 웨이스트랜드가 격하게 땡긴다.

댓글 6개:

  1. "퍼블리셔의 농간에 놀아나 병신게임이 될 위험도 없으니까 말이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네요. 동감입니다. 퍼블리셔나 사업부서에서 왜곡된 '마케팅'의 가면을 쓰고 개입하면서 괜찮게 나올 수 있는 게임들이 모두 씹창나게 되니까요... 브라이언 파고의 계획이 잘 진행된다면, 그리고 우리가 운이 좋다면, 늘그막에 진짜 명작 RPG를 하나 만나게 될 수도 있겠네요. 아... ;ㅅ; 벌써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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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enobite / 퍼블리셔 없이 만들어지는 RPG는 과연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원작과 비슷한 정도의 게임성만 보여줘도 감동의 눈물을 흘릴거 같습니다.ㅠㅠ 킥스타터라는 이런 신박한 방법이 있다는데 상당히 놀랐습니다. 희망을 말하기엔 너무 이를지도 모르지만 만약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CRPG의 부활을 기대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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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https://twitter.com/#!/owenmp/status/176128291143561216/photo/1
    웨이스트랜드2는 이미 계획된것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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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 으잌ㅋㅋㅋㅋㅋ 저거 파란 브라이고의 아지트에 있던 피씨같은데 저런 이스터에그가 있었군요. 최근 웨이스트랜드를 다시 하고 있는데 한번 찾아가봐야겠네요. 저도 요즘 웨이스트랜드2에 대한 기대로 떨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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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제서야 계획 발표하면 앞으로 2, 3년은 더 걸리겠군요 지금 나온다면 당장 살만한 게임이겠지만 우음...

    폴아웃, 아케이넘, 발더스게이트 이 세가지 게임을 하면서 가졌던

    "씨발 이게 게임이지!"

    하는 느낌을 또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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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열림 / 기본 스토리나 컨셉디자인같은것들은 이미 준비가 됐다고 하네요. 엔진도 구입해다가 쓸거라고 하니까 어쩌면 예상보다 빨리 나올지도 모르죠. 저는 늦게 나와도 좋으니까 제발 원작의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했으면 좋겠습니다. 또다른 폴아웃이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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