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6

대답해!!! 3대 RPG는 죽었는가!!!!! (2부)

1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저드리와 울티마는 같은 장르로 묶이면서도 서로 완전히 정 반대의 길로 나아간 게임들이었다. 이후 RPG라는 장르는 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게임을 양 극단에 놓고 그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한 장르안에서 여러 게임을 하다보면 누구나 그 게임들중에서 장점만을 뽑아내 조합한 궁극의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무리한 바램을 가지게 된다. 존 반 케니헴의 마이트앤 매직은 바로 그런 상상을 실현시키고자 한 야심찬 시도였다. 위저드리의 시스템으로 울티마의 스케일을 구현하려한 것이다. 결과는 나름대로 훌륭했다. 위저드리만큼 깊이있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초기의 울티마처럼 엉성한 게임도 아니었다.

하지만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작품에는 없는 고유의 어떤 극단적인 면이 필요하다. 확실히 마이트앤 매직은 이런 면에서는 위저드리나 울티마와 같은 개성이 부족했다. 거대한 스케일을 유지하자니 개개의 던전에 세심한 공을 들일 여유가 없었으며 울티마는 어느새 4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계관의 정립 면에서는 도저히 따라할수 없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질이 안되면? 양으로 승부한다. 이것이 마이트앤 매직 시리즈가 내놓은 해답이었다. 양적으로 어떤 게임도 따라올수 없는 압도적인 물량의 폭격을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넓은 월드맵을 원해? 그럼 한번 맵그리다 죽어봐. 던전 몇개로는 성이 안찬다고? 여기 수많은 도시와 던전을 주마. 괴물 숫자가 부족해? 한번에 수백마리랑 싸우다 뻗어봐라. 더 높은 레벨을 원해? 끝없는 레벨업이 뭔지 보여주겠다. 아이템이 부족해? 자동생성시켜서 무한대로 주마. 원하는건 (질이야 어떻든) 뭐든지 아낌없이 주겠다는 서비스 정신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아갔다.

물량공세가 뭔지 보여주마!

과연 물량이라는것이 장르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수 있는것일까? 확실히 한동안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 5편까지 하나의 마을과 던전만 고집하던 위저드리도 이후부터 마이트앤 매직에 영향을 받은것처럼 보였고 바즈테일도 시리즈를 더해감에 따라 분량과 스케일이 계속 커져갔다. 또한 울티마가 초기작 이후에는 내다버린 정신이 아득해지는 아스트랄 판타지SF 에픽 스케일 스토리도 이를 물려받은 마이트앤 매직을 통해 다시금 RPG장르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건 결코 긍정적인 영향은 아니었다)

그러나 애초에 양 하나만 믿고 오리지날 요소는 키우지 못한 마이트앤 매직은 발전이 더뎠다. 다른 명작RPG들이 제작자의 어떤 뚜렷한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면 그런 목표 없이 그냥 게이머들이 원하는걸 충족시켜주는데 만족한 줏대없는 게임의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게다가 90년대 중반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이 등장하면서 양적인 면에서도 완전 개관광 씹관광을 당해버리고 만다. 유일하게 자랑하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이 제대로 임자를 만나버린 것이다. 게임계의 발전은 너무나 빨랐고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게임이 설자리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마이트앤 매직은 분명히 자신만의 독특한 게임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3편에서 그 정점을 찍어버렸고 그로부터 계속 퇴보했을뿐 아니라 더이상 보여줄것도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3편 이후로도 오랫동안 시리즈를 유지할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그 특유의 재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지 사실상 그 오랜 기간동안 실제로 RPG라는 장르에 준 영향은 미미했다.

그렇다. 나는 마이트앤 매직을 3대 RPG에 넣지 않는다. 마이트앤 매직은 RPG장르의 수혜자 였을뿐 결코 개척자가 아니었다. 거기다 가장 접근성이 높았기 때문에 한때는 일본RPG만 하던 콘솔병신들이 마이트앤 매직을 좀 찌끄려보고는 서양RPG는 전투만 하면서 레벨업만 대해는 하등한 장르라고 인식하게 만든 주범이기도 했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단물만 쪽쪽 빨아먹은 주제에 뽕을 뽑을때까지 우려먹고 CRPG에 안좋은 인식만 남겨놓은 셈이었다.

우린 존나 예전에 끝났어. 돈때문에 하는거지.

그래서 3대 RPG의 마지막 자리는 바즈테일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마이트앤 매직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인터플레이의 바즈테일은 분명하게 위저드리의 카피였다. 마을도 던전처럼 직접 돌아다닐수 있고 그안에 존재하는 던전도 한개가 아니라 여러개였고 이것저것 추가 사항이 있었지만 기본 시스템은 완전 위저드리 판박이였다. 그렇지만 바즈테일엔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다른 뭔가가 있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분위기'였다.

위저드리는 D&D를 PC에서 구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PC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 PC가 할수 있는 부분은 극대화 시켰지만 PC가 잘 할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무시했다. 스토리는 '너 던전이야? 나 모험가야!' 수준이었고 TRPG적인 룰은 전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던전구조는 뭔가 테마와 개연성이 있는 특정 장소라기 보다는 오로지 재미와 고난을 안겨주기위해 디자인된 게임적인 형태였다.

위저드리가 D&D를 그대로 구현하기 보다는 D&D에서 PC로 할수 있는것만 뽑아서 새로운 게임을 만든 느낌이었다면 바즈테일은 위저드리를 보고 힌트를 얻어 최대한 D&D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려고 했다. 배경 스토리와 세계관에 좀더 신경을 썼고 던전은 단순히 함정과 퍼즐과 괴물이 가득한 게임스테이지가 아니라 하수구, 지하묘지등 개연성 있는 특정 장소였고 그에 걸맞는 모습과 구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로인해 게임플레이의 깊이 자체는 위저드리보다 딸렸지만 분위기 하나만큼은 훨씬 D&D스러웠다. 울티마 초기작이나 마이트앤 매직도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D&D와는 영 거리가 먼 다른 분위기였다. 둘다 세계관의 개연성이나 통일성 같은건 밥말아먹고 그냥 이것저것 멋지다고 생각되는건 막 가져다 붙인 격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이후 SSI가 정식으로 D&D라이센스를 받아 만든 골드박스 시리즈들은 기본 인터페이스 구성이 바즈테일을 그대로 빼다박는다.

하지만 이런 지엽적인 특징만으로 3대 RPG라는 위대한 위치에 오를수는 없다. 게임플레이 자체를 한단계 더 끌어올릴 획기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즈테일에서 살짝 보여준 그 비범함은 바즈테일의 정식 후속작이 아닌 같은 회사의 새로운 게임에서 정체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본격 바드가 좆쩌는 게임 바즈테일

보통 한 회사에서 나오는 RPG들은 비슷한 형식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장르전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공한 시리즈를 만드는 회사라면 굳이 이전에 쌓인 노하우를 버리고 다시 무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엔 위험부담도 있을뿐더러 그럴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즈테일이라는 성공작을 낸 인터플레이는 바즈테일에만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된다.

인터플레이가 88년에 발매한 웨이스트랜드는 놀랍게도 바즈테일에서 보여준 위저드리 형식이 아닌 울티마 형식처럼 보였다. 위저드리를 배껴먹더니 이번에는 울티마까지 배껴먹을 작정이었을까? 실은 겉으로 보이는 형식만 비슷했을뿐 게임은 전혀 달랐다. 더이상 바즈테일같은 던전RPG가 아닌 울티마와 같은 퀘스트RPG였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퀘스트RPG였던 것이다.

그때까지 CRPG는 룰적인 측면에서는 위저드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위저드리가 TRPG의 룰을 가져온 부분은 오로지 전투에 관한 분야 뿐이었으며 생성한 캐릭터의 의미도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는 아무 차이점이 없었다. 던전에서 만나는 전투 이외의 상황 - 퍼즐을 푼다던가 함정을 맞닥뜨린다던가 - 에서는 순전히 플레이어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결해야 했다. 당연히 위저드리를 배꼈던 바즈테일이나 마이트앤 매직도 마찬가지였고 울티마는 애초에 TRPG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되기를 원했기에 전투에서 조차 복잡한 룰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바즈테일에서 D&D의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노력한 인터플레이는 이제 웨이스트랜드에서 본격적으로 TRPG자체를 그대로 구현하기위해 위저드리라는 베껴먹기에 훌륭한 견본을 버리고 모든걸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한다. 제작자로 아예 TRPG의 룰체계를 만들던 사람을 데려왔으며 PC게임에 맞게 변형된 룰이 아닌 MSPE라는 실제 TRPG룰을 그대로 사용했다. 거기다 시나리오 작가로 전문 소설가를 데려오기까지 했다. 그당시만 해도 CRPG에 스토리는 게임을 하기 위한 핑계와 설정에 불과한 것이었고 전문적인 작가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는 분야였다.

본격 포스트 아포칼립스 RPG 웨이스트랜드

결과물은 놀라웠다. 전투화면은 바즈테일을 쏙 빼닮았지만 룰은 더이상 전투에서만 사용되지 않고 게임의 모든것에 영향을 미쳤다. 진짜 TRPG처럼 캐릭터의 스탯과 스킬과 아이템을 자유자재로 문제해결에 사용할수 있었고 심지어 전투상황에서 조차 활용할수 있었다! 문제해결 방법도 한가지가 아니라 룰의 활용을 통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파티도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파티를 쪼개서 서로 다른일을 시켜 문제해결에 활용할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너무나 혁신적이었는데 웨이스트랜드는 그뿐이 아니었다. 퀘스트RPG의 전통을 따라 비선형으로 진행됨에도 소설같은 진짜 플롯이 있는 기막히게 멋진 스토리를 보여준 것이다. 울티마가 그토록 하고싶어했던 바로 그것을 웨이스트랜드는 첫번째 시도에서 훌륭하게 성공해버린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울티마5편은 이쪽 측면에서는 웨이스트랜드에 처참하게 짓뭉개진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여기서 스토리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의 변화를 보여주었고 여러 상황에서 대체 분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당시의 한정된 용량에 이런 스토리를 표현하는것이 불가능하자 따로 패러그래프라는걸로 게임에 들어가야할 텍스트를 뽑아 책자로 제공하는 미친짓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야말로 기술적 한계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버린 것이다.

웨이스트랜드는 캐릭터의 퍼스날리티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현재까지도 TRPG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수있다. 위저드리가 D&D의 말잘듣는 모범적인 장남이었다면 울티마는 말안듣고 엇나가는 말썽쟁이 차남이었고 웨이스트랜드는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오로지 아버지와 똑같이 되는것 외에는 생각할수 없었던 편집증적인 막내였다.

이 정신나간 막내는 CRPG에 부족한 '룰'이라는 측면을 가져오면서 장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바로 리플레이어빌리티. 반복플레이의 가치였다. 위저드리는 던전을 한번 극복하면 더이상 다시 할 필요가 없었다. 맵은 이미 다 그려졌고 그안의 속임수와 퍼즐은 해답을 전부 드러내 버렸기 때문이다. 울티마도 한번 엔딩을 보면 다시 할 의미가 없었다.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알아내야 하는게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있다면 게임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웨이스트랜드는 달랐다. 전투 외적인 면에서도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풀었던 퀘스트도 새로운 방법으로 달성할수 있었고 다른 진행방법을 선택하므로서 스토리에서도 다른 길을 열어갈수 있었다. 비로소 CRPG가 어드벤쳐장르로부터 크게 한단계 도약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웨이스트랜드의 직계자손 훨아웃

그래서 나는 3대 RPG로 위저드리, 울티마 다음에 웨이스트랜드를 꼽고싶다. 하지만 앞의 두개가 시리즈 물인데 비해 웨이스트랜드라는 제목은 그 한편으로 끝나버린다. 그렇다고 웨이스트랜드의 유산이 거기서 사라진것도 아니었다. 이후의 드래곤 워즈라는 게임은 바즈테일+웨이스트랜드와 같은 게임이었고 폴아웃은 그야말로 웨이스트랜드의 아들과 같은 게임이었다.

인터플레이는 꾸준히 이 TRPG를 그대로 구현한다는 목표를 자사의 게임에 이어나갔고 그것은 바즈테일때부터 그들이 구현하고자 한 일관된 목표였던 것이니 3대 RPG의 마지막 자리는 웨이스트랜드 대신에 그 시작점으로서 바즈테일이라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어느 한 게임의 이름을 지칭하기 보다는 차라리 '인터플레이 RPG' 라고 부르고 싶다. SSI가 잠시 이 길에 동참하긴 하지만 사실상 인터플레이 홀로 걸어온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3대 RPG는 위저드리, 울티마, 인터플레이RPG 이고 각각 대응하는 대표적 특징으로서는 던전, 퀘스트, 룰 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할수 있다. 이 세가지 특징은 CRPG를 정의하고 발전시켜온 가장 중요한 특징들이었다.

웨이스트랜드가 나온 88년에 드디어 RPG의 3가지 특징이 완성되고 그때부터 92년까지 RPG의 황금기가 도래한다. 물론 외적인 기술면으로는 이후로도 크게 발전하지만 게임 내적인 로직은 이미 이 당시에 다 구현되어버렸고 RPG라는 장르는 거기서 발전은 커녕 자꾸자꾸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게 된다. 다음시간엔 어떻게 3대 RPG가 무대에서 퇴장했고 현재의 게임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겠다.

어? 데자뷰가... (이렇게 길어질줄이야... -_-;)

댓글 14개:

  1. 기다리던 글 잘 봤습니다. 3대 RPG의 세번째 위치에 인터플레이 작품을 놓으시는 건 살짝 반칙같아 보이긴 합니다만 제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의견이시네요. 마메의 경우에는 1편이 출시된 뒤 잠깐 애플로 깨작된 정도였고 나중 4편은 나름 즐기면서 편하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요새 다시 자료들 뒤적이고 다른 게임들과 살짝 비교를 하다보니 그 게임의 성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더군요. 아마도 마메시리즈가 남긴 최악의 유산은 퀘스트의 범람과 단순무식화에 일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새 온라인 MMORPG를 보면 제가 즐기고 알던 RPG랑은 너무 달리 소위 퀘스트라 일컬어 지는 심부름센터 놀이로 일관되어 지는 거 같던데 (WOW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초기 마메에서 유전되어온 인습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플레이한 RPG라이브러리가 작은 편이라 편협한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웨이스트랜드는 어려서 플레이할 때 영어 문제가 심해 제대로 즐겼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친구랑 당시 각자 따로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서로 게임을 풀어가는 과정이 상이해서 대단히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뭐, 심각하게 룰이니 뭐니하는걸 이해하던 나이도 아니었고 단지 "우지"를 들고 악당들에게 갈겨대는 쾌감만으로도 즐거웠던 시절이긴 했습니다만.. ^^ 패러그래프북에 페이크 문단들도 많아서 문맥없이 아무 암호나 넣으면 바로 골로가게 만들어 황당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모로 인터플레이 게임들에 대한 추억이 많은데 지금은 이름만 남은 해골로 남아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본문에 드래곤워즈를 언급하셨는데 간단한 감상이라도 남겨주시면 좋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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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 / 같은 경험을 하면 다들 비슷한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죠.ㅎㅎ 같은 경험을 했는데 다른 결론이 나오면 천재겠죠.

    그러고 보니 마이트앤 매직은 확실히 mmo와 게임플레이 감각에서 비슷한 면이 있는거 같네요. 근데 mmo가 마매를 참고해서 닮아갔다기 보다는 둘다 목적이 비슷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닮은꼴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합니다. 목표가 제작자의 생각 중심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중심이었죠. 그만큼 고전 RPG들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게임이었고 깊이가 얕을수밖에요.

    저는 웨이스트랜드는 발매후 한참 지난 시점에서 플레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었죠. 으아니 그 시절에 애플로 이런 괴물같은 게임이 나오다니 인터플레이의 제작자들은 다들 외계인인가 하면서요. 정말 대단한 게임이죠. 제대로 안해보셨으면 지금 플레이해보셔도 절대 후회 안하실겁니다.

    요즘엔 패러그래프 있는 게임들이 참 그립습니다. 뭔가 소설같은 운치가 있었죠. 요즘 게임들이 아무리 그래픽 좋고 영화처럼 화려한 카메라 워크를 해대도 그시절 패러그래프 몇줄 읽는게 훨씬 분위기 있었던것 같아요.

    드래곤워즈는 말그대로 바즈테일에 웨이스트랜드가 합쳐진 게임이었죠. 바즈테일처럼 1인칭 시점에 던전 중심이었는데도 웨이스트랜드의 TRPG적인 룰의 사용법이라던가 스토리 진행방법같은걸 그대로 적용시켰죠. 세계관도 굉장히 특이한 게임입니다. 홍수로 대부분이 물에 잠긴 세계에 드래곤을 마치 전략핵처럼 각국의 결전병기로 가지고 있는데 이게 풀려나면서 세계가 멸망하는걸 막는 스토리였죠. 룰도 좀 특이했고 특히 재밌는점이 마법체계가 완전 위저드리6편과 빼다박았다는 점입니다. 둘다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었기에 한쪽이 표절한것 같지는 않고 이미 이전에 TRPG에 이런식의 마법시스템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드래곤 워즈도 정말 최고의 명작중에 하나입니다. 인터플레이가 만든 RPG중에 웨이스트랜드와 함께 최고의 작품이었는데 전혀 유명하지 않죠. 폴아웃도 잘만든 게임이긴 합니다만 두 게임에 비하면 난이도 면에서 너무 부족하죠. 인터플레이는 이때가 정말 절정기였습니다. 그런 게임을 몇개 더 만들고 망했어야 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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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렇습니다... 웨이스트랜드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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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ㅎㅎ...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확실히 웨이스트랜드는 정말 걸작중의 걸작이라고 봐요. 제가 처음 애플2로 플레이했을때 당시 컴퓨터가게에서 카피해오면서(당시에는 다 그랬다구요 ㅠㅠ) 컴퓨터가게 아저씨가 '이게말이야... 울티마+바즈테일이야'라고 저에게 웃으며 해주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당시 집에와서 플레이해봤던 웨이스트랜드는 울티마+바즈테일 그 이상의 무언가였습니다. 갑자기 그 아저씨는 지금 뭐하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중3~고1일때 아저씨였으니, 제가 아저씨가 된 지금 그분은 뭐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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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러니 어서 3편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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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ㅇㅁㅂ2 / 되도록이면 빨리 쓰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원래 한번에 쓸려고 했는데 이제 언제 끝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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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웨이스트랜드가 나오니 댓글을 안 쓸 수가 없네요.
    의견에 동감합니다. 정말 엄청난 RPG 였고, 저는 지금도 애플2로 플레이 중입니다.
    당시 웨이스트랜드와 오토듀얼을 함께 복사해 왔었는데, 패러그래프까지 복사해와서 초등4학년이 사전 뒤져가며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원히 잊지 못할 감흥이었죠. 우지 오토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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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익명 / 정말 끝내주는 게임이죠. 아직도 마인드 메이즈로 접속하던 순간을 잊을수가 없네요. 어떻게 그시절에 그런 엄청난 게임을 만들수 있었을까요? 웨이스트랜드같은 게임이 몇개는 더 나왔어야 했죠. 울티마도 위저드리도 실컷 나왔는데 웨이스트랜드 비슷한 게임은 정말 드물죠. 전 폴아웃도 웨이스트랜드에 비하면 뭔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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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패러그래프는 당시 CRPG들이 흔하게 제공하던 것이었을 뿐입니다. 1988년의 풀 오브 레이디언스에도 그런 책자는 같이 동봉되었습니다. 골드박스 시리즈는 다 그런게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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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익명 / 웨이스트랜드가 최초로 패러그래프 시스템을 시도했습니다. 최소한 RPG장르에서는 말이죠. 풀오브레디언스가 웨이스트랜드를 따라한거죠. 별로 놀랍지도 않은게 원래 SSI가 워게임 만들던 회사라 골드박스 시작하면서 바즈테일을 많이 벤치마킹 했거든요. 그러니 바즈테일 후속으로 나온 웨이스트랜드의 시스템을 따라한것도 별로 놀라울게 없죠. 인터플레이와 SSI의 골드박스 시리즈만 사용했기에 흔하다고 하기에는 좀 그런거 같아요. 골드박스 시리즈가 워낙 많아서 뭐 갯수상으로는 상당한데 사용한 회사는 두회사 뿐일걸요. 다른데서도 썼나? 잘 모르겠네요. 근데 확실한건 웨이스트랜드가 가장 먼저 사용했고 SSI가 따라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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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여기서 호의적인 글을 보고 웨이스트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한 5시간 좀 넘게 한 거 같은데 정말 재미 쩌네요.

    특히 분위기가 맘에 듭니다. 핵전쟁 이후 암울한 세계관에 등장인물들은 죄다 싸이코인데도 의외로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고 어딘가 밝고 명랑한(?) 도스게임만의 정신나간 분위기가 묻어나네요.

    요즘 게임은 이런 분위기가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작위적이고 의도된 연출 같은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요즘 게임이라야 많이 해본것도 없지만 그냥 수박겉핥기론 그렇게 느꼈습니다

    도스게임만이 갖고 있는 뭔가 아마추어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프로같은 그런 묘한 느낌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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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진짜 옛날 도스게임은 완성도 면에선 콘솔게임에 밀렸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은 단연 갑중 甲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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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익명 /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게임중에 하나입니다. CRPG의 커다란 흐름중에 하나를 차지하는 근원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한계때문에 약간 엉성했던 부분만 빼면 RPG적으로 흠잡을데가 없는게임이죠. 유머도 상당히 과격하죠. 폴아웃 유머도 막나가긴 하지만 웨이스트랜드의 유머는 거의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요즘게임에는 웨이스트랜드는 커녕 폴아웃 정도의 과격함도 찾아보기가 힘들죠. 기술 빼고는 다 퇴보했어요.ㅠㅠ 사람들이 이런 게임을 좀 해보고 예전 게임에 비하면 요즘 게임들이 얼마나 속이 텅텅비고 겉 껍데기만 화려한 게임들인지를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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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쓰신지 참 오래된 글인데 이제서야 봤네요.
    출시 연도라던가 영향을 받고 안받고 등의 연관관계는 제가 아는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글 전체에서 언급한 부분은 상당부분 저와 같은 의견이라 매우 친숙한 글처럼 편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터플레이 식의 CRPG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더 글이 맘에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 Wasteland의 정식 후속작이 올 가을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는지라...
    같이 그 작품을 기다릴 분이 계시겠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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