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0

It's over

게임은 끝났다. 장르문학이 끝났고 대중음악이 끝났듯이 게임도 끝났다. 장르의 탄생은 예전에 멈췄고 장르의 발전도 멈췄다.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면서 끝없는 열화카피만 해대고 있다. MMO의 눈부신 가능성은 이루어질수 없는 이상으로 끝난지 오래고 그저 사람만 많이 모아두면 지들끼리 스스로 노는 '서비스'에 불과한 수준으로 만족해 버렸다. 이 모든게 돈 탓이다. 빌어먹을 자본주의.

이제는 좀 괜찮은 게임을 하려면 과거로 눈을 돌릴수밖에 없다. 소설이나 음악처럼 말이다. 현재의 사람이 즐거움을 위해 이미 끝난 과거의 무덤을 뒤진다는건 참 슬픈일이다. 과거가 좋았다는 말은 정말 끔찍하게 싫어하는 말이지만 끝난걸 대체할 뭔가 새로운게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선 그것밖에 남아있는 말이 없는 것이다.

한때는 내가 태어난 시기가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돈이 인간의 영혼을 잠식한 가장 끔찍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요즘 아이들이 정말로 불쌍하다. 이 애들에게는 처음부터 과거말고 남아있는게 뭐가 있을까.

난 게임이 인간이 만들어 낼수있는 미디어 중에 가장 최후의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게임 이후의 미디어는 없을것이다. 아마 있다면 인간의 감각 자체를 직접 조작하는게 되겠지만 그 수준에서는 그것은 이미 미디어가 아니라 그냥 삶 자체가 되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미디어는 어느 미디어보다도 짧은 시간에 끝나버렸다. 이미 끝난 매체가 아니라 성장해 가는 매체를 한때나마 실시간으로 즐길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댓글 22개:

  1.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짓이든 하고,
    도덕은 죽었고, 사회의 시너지효과는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것이 바로 국가입니다.
    국가가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국가가 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법철학이지요.

    그리고 대안언론과 토론의 장이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열렸습니다.

    ..이 사회에 억지로 긍정적인 측면과 희망을 찾으라면 이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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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 / 장기적 목표없이 눈앞의 이익만 쫓는 꿈이 없는 시대죠. 이게 합리적인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니 어쩔수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는 세상은 좋아지고 나빠지는 사이클이 있다고 믿습니다. 나빠지는 시기가 끝나면 다음엔 다시 또 좋아지는 시기가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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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에 익명으로 글쓴 사람입니다.
    이제야 작성자 이름을 넣는 방법을 알았네요.

    위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는 말은 이렇습니다.
    자본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1.물적자본 2.인적자본 3.사회적자본]
    현대인은 보통 물적자본과 인적자본만을 중요시 합니다.

    문화, 도덕, 정의라고 불리는 사회적자본을 지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기회비용의 낭비라고 생각되며,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경우에도 자신뿐만이 아닌 경쟁자를 포함한 공공의 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확실핸 미래에 대한 기대이익을 가지면서 사회적 자본을 지키는 것은 (도덕론자가 아닌 이상은) 보통 손해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자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각설하고, 제가 궁금한 건 이런 겁니다.

    껍질인간님과 대립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보면 논의의 전제가 다르다는게 보여집니다.

    ---논의1. 게임이 의미있는 미디어인가,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인가?---
    여기가 첫번째 논점이지요.
    껍질인간님과 다른분들의 끊임없는 대립이 일어나는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게임이 사람에게 페르소나(역할)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논의2. 게임은 의미있는 미디어 중 하나에 불과한가, 최후의 미디어인가?---
    보통 감정이란 타인과 발생합니다. 감정의 패턴은 3가지 뿐입니다.
    [1.폭팔 2. 참았다가 폭팔 3.절제]
    인간의 타인과의 공감으로부터 감정이 절제됩니다.
    (여기서 타인이란 생명체와 무생물을 전부 포함하며, 실재와 상상 모두를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미디어도 포함되지요. 오히려 아주 중요합니다.)

    공감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타인이라 불리는 존재가 3요소중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미디어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첫번째, 권력적 지위.
    (인간에게 이해득실을 따지게 하고, 자기검열이 발생한다)
    두번째, 공유되는 기억과 호의와 신뢰.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심리학과 좋은 인간관계들을 말한다)
    세번째, 실질적인 문제해결능력.
    (갈등의 종국적인 해소를 가져온다)

    껍질인간님.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습니다.
    [대중문화쪽에는....연예인, 예능프로그램, 스포츠, 영화, 소설, 수필 등.]
    [사회문화쪽에는....이성교제-친구-술자리(인간을 매체로 볼수 있다면 성립가능.) 여행, 전통문화.]
    [정치경제쪽에는....뉴스,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주식시장, 정부-기업-NGO의 삼각관계.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삼각관계.]
    [전문지식쪽에는....무한대.]

    사람에게 페르소나(역할)을 제시해주며,
    그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메세지를 얻고,
    얻은 단편적인 이론(단기기억)을 내면화(장기기억)시켜주는 동기부여(공감대)가 존재하며,
    결국 내면적 성숙을 유도하는 매체!

    (게임을 포함한) 모든 매체는 개발자와 운영자에 따라, 긍정적인 메세지와 페르소나(역할)을 포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모든 매체와 정보는 접근성-장기기억화-재맥락화 과정을 거치고, 굳이 게임이 아니어도 모든 매체는 자신과 사회를 수평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껍질인간님은 수많은 매체중에서 게임이 최후의 미디어라고 말하셨습니다.
    게임이 다른 미디어와 다르게 두드러지는 면을 보셨나요?

    게임은 의미있는 미디어 중 하나에 불과한가, 최후의 미디어인가?
    수많은 매체중에서 게임이 최후의 미디어라고 말한 껍질인간님의 뜻은 무엇인가요?

    고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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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댓글이 이렇게 긴것은,
    님이 쓰신 울티마4에 대한 장문을 감명깊에 읽은 반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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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eko / 사회적 자본을 무시하는데서부터 이미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적자본이란게 사회적 자본이 밑바탕이 되어야 생기는건데 오늘당장 손에 쥔것만 쥐어 짜겠다는건 모래성을 쌓는거나 마찬가지죠. 다들 권력을 어떻게 얻을지에 대해선 합리적이면서 그 뒤에있는 권력에 대한 동기는 너무나 비합리적인것 같습니다. 자본의 무한증식을 보고있으면 마치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짐승을 보고있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냥 공멸을 향해서 다같이 질주하고있는것 같아요.

    1. 게임이 의미있는 미디어인가 아닌가 하는건 논의를 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영상과 소리와 언어등 어떤 형태의 표현수단도 받아들일수 있으면서 어떠한 형식에도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용자의 능동적인 참여와 표현이 가능한 인터렉티브 미디어입니다. 현재 주류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기능적 도구로 인식되는 이유는 게임의 메카니즘과 수용자간의 상호작용만 있을뿐 창작자와 수용자간의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게임의 메카니즘을 자기 표현의 매개체로 삼는 창작자가 많아지고 대중적으로도 성공한다면 이런 인식은 금방 사라지겠죠. 미스트가 대성공을 했을때 약간 희망을 보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그때 훌륭한 창작자의 공급이 별로 없었어요. 그냥 쓰레기같은 복제품만 양산되서 대중을 실망시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2. 제가 최후의 미디어라고 말한건 실용적 가치가 있는 미디어를 포함해서 말한게 아니고 좀더 미적이고 엔터테인먼트적인 개인의 표현 수단으로서의 미디어를 말한 것입니다. 그런 미디어로 제한한다면 저는 직접적인 대화를 제외하고는 창작자와 수용자간의 모든 상호작용 행위는 결국 게임이 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게임들을 해오면서 직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기에 이걸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모든 예술행위의 본질은 결국 버추얼 리얼리티라고 봅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트 된 버추얼 리얼리티 말고 인간이 심상을 통해 만들어낸 비 자연적이면서 미적 향유외에는 쓸모가 없는 성과물들을 지칭한 제 나름대로의 표현입니다. 게임은 이 개인이 심상에 품은 버추얼 리얼리티를 서사를 통해 하나의 사건으로 완결짓는게 아니라 관객 자체를 그 버추얼 리얼리티 안으로 끌어들여 관객이 제3자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 성과물을 바라보는게 아니고 창작자와 거의 동일한 1인칭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서 해석의 과정을 없애고 창작자와 관객간의 거리를 더욱더 좁히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선 최초의 1인칭 미디어이고 창작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메세지를 더욱더 오해의 위험없이 전달할수 있습니다.

    전에도 써먹었던 비유지만 음악을 그냥 듣는것과 악기를 연주하는것으로 비유할수 있습니다. 게임은 관객이 그냥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직접 악기를 연주하게 할수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악기에는 어떤 방향성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톤과 음역을 제한하는것 뿐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창작자가 원하는 특정 음악을 게이머 스스로 자발적으로 연주하게 하는게 가능한겁니다. 저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 이상 더 발전된 미디어를 상상할수 없습니다. 1인칭보다 더 가까운게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로 최후의 미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 저의 망상에 불과한 저견!이었습니다.

    울티마4 리뷰는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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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껍질인간/사회적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의 모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 권리를 향유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권리가 추상적으로 적혀있기 때문에, 헌법은 실정법으로 나타내져야만 그 효력이 명확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나 실정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데에 보수적이지요. 둘다 사회적가치를 지키는 데에는 중요합니다.

    사회적자본을 지킬지 말지의 선택권을 가진 개개인들이 사회적자본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택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제제받지는 않고, 사회의 비판기능과 양심의 가책이 그것들에 대한 제재요소로 쓰이지요. 사회에 물질만능주의같은 가치들이 팽배하게 되면 사회의 비판기능과 개인양심의 제재기능이 약해집니다. 그러면 사회적자본의 약화되어 재생산기능이 떨어지지요. 개인들에게는 이러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적책임(다음선거에서 낙선하는 것)을 지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적자본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요.

    사회적자본을 지키는 주체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행정부입니다. 행정부의 경제유도행정은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감소시키며, 국민들이 불필요한 재정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돕습니다. 교육부는 공교육을 통한 인적자원개발을 지속적으로 하며, 가계의 교육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공교육을 혐오합니다만 공교육이 사회적자본을 지키는 뼈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다음으로 사회적자본을 지키는 것이 전통문화, 가정환경,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좋은 미디어들이지요.

    1. 게임은 미디어입니다.

    2. 껍질인간님 리플에서 생각해본, 직접적인 대화를 제외하고 남은 미디어들 중 게임이 가지는 장점.
    ->일방향 정보제공이 아닌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게임캐릭터로부터 페르소나(역할)을 부여받으며 능동적 참여와 사고과정을 유도한다.
    물론 높은 자유도와 게임내 행동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관된 피드백이 있어야 겠지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전제 자체가 1인칭을 포함하고 있겠고요. 공감됩니다.

    -----------
    모든 사고과정은 접근성-장기기억화-재맥락화 과정을 거칩니다.
    1.접근성이란 말그대로 ‘얼마나 쉽게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가’입니다. 게임으로 말하면 얼마나 쉽게 사람들이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가 지요.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경영학의 마케팅이 빈번하게 쓰일테고,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좋은 그래픽이 필요하겠지요.
    2.장기기억화는 반복되는 암시나 학습이 그사람에게 행동규범으로 체득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보통 2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데 첫 번째는 개인이 합리적으로 이것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이고, 두 번째는 개인이 감동을 느꼈을 때입니다. 게임으로 말하면 첫 번째 요인은 애초에 논외대상이고, 두 번째 논의대상인 감동을 얼마만큼 줄 수 있는 가지요. 여기서 스토리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3.재맥락화 과정은 스토리에서 얻은 이야기와 이론 등의 맥락들을 자신의 사고체계와 비교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지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게임으로 따지면 위에서 말한 ‘일방향 정보제공이 아닌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게임캐릭터로부터 페르소나(역할)을 부여받으며 능동적 참여와 사고과정을 유도한다’라는 부분이지요. 재맥락화과정이 더욱 두드러지겠죠.

    부디 가치와 맥락을 포함한 게임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이 조성되야 겠지요. 정부가 게임산업의 장점을 알아보고 재정적, 행정적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정부는 지켜야할 다른 현실의 사회적자본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요.
    언제나 이야기하는 ‘대부호가 재정적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야하는게 안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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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정부가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건 게임산업을 타국에 진출시켜서 보다 많은 세금을 얻으려는 생각에서 출발한 관심일 겁니다. 게임문화의 발전을 보는 것이 아닌, 한국MMORPG들이 얼마나 잘 팔리나를 보는 거죠.

    나중에 이명박의 독재시대가 끝나고 잘못을 더 큰 잘못으로 덮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줄 알며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문화산업이 꽃피게 될 때에,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게임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론을 조성하기만 하면, 공무원과 기업들은 알아서 기면서 생전에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게임에 대해 연구하게 될 겁니다.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이지요.

    1. 일단은 게임을 만드는 주체인 회사가 있고,
    2. 회사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권력이 있습니다.
    3. 공권력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국민의 여론이고요.
    4. 국민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고객이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선택이 존재하지요.
    5.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처음에 국가가 해주고, 가치와 맥락을 포함한 게임시장이 존재하는 것을 회사가 확인하게 된다면, 주류는 아니어도 명맥을 보존하게 되는 것은 가능하게 되겠지요.

    지금 해나가야 할 것은 이런것들이겠네요.
    현실과 정치가 개판이고 삶에 여유가 없을수록 모든 국민은 정치와 경제의 박사가 되어가고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니, 문화생활에 대한 접근성은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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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eko / 저는 현대의 물질만능주의 풍조는 미디어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미디어는 공교육과 가정교육을 대신하고있습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공교육이 시작되기 훨씬전인 2~3살부터 온갖 미디어를 접합니다. 부모는 맞벌이때문에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 시간동안 미디어가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해버립니다. 공교육이 막장인것은 누구나 알고있지만 아주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기도 합니다. 만약 미래에 공교육이 질이 높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미디어를 이길수있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접근성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니까요. 목표와 동기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뛰어난 교육이라고 해도 그게 강제된 학습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자발적인 놀이와는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미디어가 공교육을 대신하는걸 나쁘다고 말하는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놀이를 통한 자발적인 학습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문제는 미디어의 질입니다. 미디어가 획일화와 물신화를 앞장서서 조장해 사회적자본을 망치고 있습니다. 공권력의 방향을 설정하는것은 국민의 여론이지만 그 국민의 여론은 미디어가 설정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자본의 앞잡이가 되었으니 사실상 자본이 모든걸 지배하는 셈이죠. 그렇다고 국가가 나서서 미디어를 검열하면 전체주의의 위험이 있습니다.

    미디어는 국가도, 자본도 아닌 완전히 개인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는 자본과 검열에서 자유로울때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된것도 자본화가 지나치게 빨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PC게임 시장은 자본과 검열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개인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시간만 충분하면 게임을 만들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물건에 주목하는 PC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 집단이 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모든 실험과 발전은 바로 여기서 행해졌습니다. 그러나 PC게임이 대자본화 되어 초토화 되는 순간 모든 시도는 멈춰버렸습니다. 또다시 예전의 PC게임시장과 같은 순수한 토양이 마련되지 않는한은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와 자본간의 유착을 끊을수 있는 어떠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물질만능주의 풍조가 사라질 일도 없으며 미디어의 발전도 힘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상상할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도 '대부호가 재정적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입니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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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자본이 수익성을 토대로 미디어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도 맞지만, 공권력또한 미디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송통신법과 낙하산인사로 미디어가 다루는 주제들을 제한시켜버리지요. 앞서 말하신 검열과 의제설정 등이지요.

    자본과 공권력의 투입으로 인한 미디어들의 변질로,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매스미디어들에 대해 사람들은 미디어의 정보들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인터넷토론들과 대안미디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수준이 쓰레기같아보이기도 하고, 높아보이기도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는 기대해봐도 좋을듯 합니다.

    미디어가 온전히 자유로운 때는 없었습니다. 언제나 자본이 그것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이익을 챙겨왔지요. 다만 게임산업은 발달한지가 얼마되지 않은 초창기에 자본의 관심밖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자본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상, 자본의 개입이 없는 게임산업 초기의 그 순수성은 다시는 찾지 못할 겁니다. 그와 대립되는 다른 가치를 더하여 중화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자본과 국가는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는 자국산업의 발전에 이익이 되는 자본과는 손을 잡고, 손해가 되는 자본은 배척합니다. (로비가 없는 경우에는 이렇고요. 로비가 들어가면 국가는 자본의 노예가 되어 사회적자본을 해치는 선봉장이 됩니다만..)

    자본의 개입을 중화시킬 수 있는 것은 국가의 공권력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그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의회와 깨어있는 언론, 깨어있는 시민이며, 사고할 줄 알고 매스미디어를 의심하고 배척하며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국민들 개개인의 의식이며, 결국 개인들의 집단이 모여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 국민들을 믿는 것처럼 적었네요. 사실 저도 국민들에게 언제나 희망과 절망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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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Leko / 태어나면서부터 죽을때까지 평생을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영향을 받는데 그것을 거부할만한 힘이 얼마나 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부터 제 자신이 의심스러운데요. 단지 언론에 한해서만 이야기를 하는건 아닙니다. 언론에야 공권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에는 아직 별로 관심이 없는듯 합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야말로 사람들의 의식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있습니다. 현세대가 갓난 아기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여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있습니다. 현세대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격과 정서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자본의 증식을 위한 선전도구에 완전히 휘둘리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덕과 정의를 붕괴시켰다면 그 빈 자리를 자본의 지배를 받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물신풍조로 차지했습니다. 저는 이것에 대항할만한 다른 가치를 공권력이 찾아줄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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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장문의 글이군요 ㄷ 읽지는않았습니다
    난독증이 있는지 잘안읽어져서요
    이런긴글을보면 대단하다라는 생각과함께
    에이 뭐이렇게긴글을...이란 생각도드네요 ㄷ
    요즘 이런긴글을 못봐서그런가
    ㅋ 어쨋든 좋은글이네요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보앗죠

    (장난이에요 ㅋ 잘 정독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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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일 경우는 그렇군요..
    역시 다시 대안은 '대부호론'으로 끝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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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새로드립 / 갈수록 제 글보다 댓글이 더 볼만한 블로그가 되어 가네요.ㅋ

    Leko / 우울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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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새로드립/이명박가카께서 한국을 종합적으로 말아드시면서 국민들을 경제학과 정치학의 전문가가 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신 덕분에 전 그 혜택을 누린 것 뿐입니다. 제 정체는 심심한 게임덕후일 뿐이예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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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들른 뒤로 흡입력 있는 글들이 많아 줄곧 읽다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처음으로 댓글을 다네요.

    게임의 경우 최근들어 쇠퇴되는 추세가 있다고 해도 대중음악이나 그 외에 드라마나 영화로 대표되는 영상 매스미디어들은 오히려 현대가 전성기라는 주장이 있을만큼 발전해나가는 중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다들 자본주의가 문화를 흐린다고 생각하지만 인류 역사를 통털어 상업주의와 자본없이 문화는 단한번도 발달한 적이 없습니다.

    멀게는 자본집약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장원시절의 중세가 그렇고, 가깝게는 17~18세기 청교도가 득세하던 미국이 그렇죠.

    찬란한 서구 문화를 이루었다고 여겨지는 시기인 그리스 시대에도 폴리스로 대변하는 자본 집약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리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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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댓글을 쓰고보니 약간 본문과 어긋나는 감이 있어서 덧붙이는데...

    대중 문화가 자본에 종속되면 질이 떨어진다는건 잘못된 편견이라는 거죠.

    http://tapestry.blog.me/100135968294


    이 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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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Cass / 저는 문화예술에 자본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본에 '종속'되면 발전이 멈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예 자본이 없는것보다는 차라리 종속이라도 되는게 낫겠죠. 가장 좋은 지점은 자본과 예술가가 서로의 필요성에 비슷한 균형이 유지될때인데 현재는 자본이 더이상 예술가를 필요로 하질 않는거 같아요. 기술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기술자들만으로 자본의 증식이 쉽게 이루어지거든요. 돈이 벌리는 한은 절대 새로운 시도를 할일이 없고 그러면 예술가는 필요가 없죠.

    링크하신 글은 저는 별로 공감이 안되네요. X파일이나 CSI를 예로 드는데 이런게 TV드라마의 한계를 실험하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같으면 트윈픽스를 예로 들겠는데 트윈픽스가 언제적 거였죠? 한 20년 됐나...-_-; 요즘같은 상황에서 과연 트윈픽스같이 괴상한게 나올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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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뜬금 없는 댓글이지만 트윈픽스 열혈 팬으로서 마지막 댓글에 놀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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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우라카타 / 읭? 왜 놀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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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트윈픽스라는 드라마를 알고 계시는 분 찾기도 희박하지만 어떤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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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트윈픽스 얘기가 나오길래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근데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네요. 시즌1은 좀 촌스럽기도 하고 재미도 그럭저럭이라 약간 억지로 본 감도 있는데 뒤가 궁금해서 계속 봤죠. 근데 시즌2는 정말.. 미드 중 가장 인상깊게 본 시즌이 아닐까 합니다. 어찌 이런 작품을 아직까지 몰랐을까요? 전혀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악의 본질을 이렇게 잘 표현한 드라마가 있을까 싶네요. 결말 또한 정말로 인상깊었습니다. 좋은 드라마 잘봤습니다. 게임말고 미드도 좀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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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달랑 / 저는 드라마 잘 안보는데다가 취향도 좀 특이해서 추천해도 별로 좋은 소리 못듣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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