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들을 하다보면 뭔가 대단히 혐오스럽고 찝찝한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 이 느낌의 정체가 뭔지 어렴풋하게는 알면서도 정확하게는 짚지 못했는데 별 생각없이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다는걸 문득 깨달았다.
대부분의 인터넷 게시판은 짧은 글들만 가득하고 원하는 글만 골라서 읽을수 있다. 덕분에 전혀 스트레스 없이 재밌는 글들을 볼수있고 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다.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1분도 안쉬고 몇시간이고 계속 읽을수 있을것 같은게 인터넷 게시판이다. 무언가를 잠시도 쉬지 않고 몇시간이나 한다는것은 그게 게임이라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이런게 가능할까?
인터넷 게시판이 주는 재미는 숏텀의 재미이다. 첫 몇줄을 읽는동안 재미가 없으면 다른 글을 찾고 몇줄 안되는 글로 몇십초에서 몇분만에 즐거움을 얻는다. 소설처럼 지루한 부분을 억지로 읽을 필요도 없고 결론을 보기위해 수백 페이지를 몇일씩 끊어가며 볼 일도 없다. 쉽고 빠르게 정제된 즐거움을 얻는데다가 아무런 에너지 소비도 없으니 휴식도 필요없이 몇시간이고 지속이 가능한 것이다.
가끔씩 게임관련 게시판을 보다보면 게임하는것 보다 게시판 보는게 더 재밌다는 글을 볼때가 종종 있다. 나에게는 별로 공감이 안가는 얘기지만 그들에게는 당연한 얘기다. 게임은 승패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이고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항상 재밌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난 게임에서 스트레스와 지루함 고통등을 당연하게 여긴다. 왜냐면 나에게 게임이란 숏텀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롱텀의, 그것도 가장 긴,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긴 소설이라도 수백시간이 필요한 소설은 없다. 그러나 게임은, 그중에서도 RPG는 기본이 수십시간이고 수백시간에 달하는 것도 드물지 않다. 수백페이지 짜리 소설을 읽는 사람이 거기서 마치 인터넷 게시판을 보듯이 1초도 따분하지 않길 바란다면 바보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긴 게임을 하면서 1초도 따분하지 않길 바라는건 다들 당연하게 생각한다. 왜?
콘솔게임은 인터넷 게시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치고 피하고 점프하면서 숏텀의 재미를 얻고 이 숏텀의 재미가 무한 반복되면서 수십 수백시간을 소비한다. 그냥 누가 하다가 중간부터 다른사람한테 플레이를 넘겨도 조작법만 알면 별 문제가 없다. 재미의 시작과 끝이 너무나 짧은 텀이기 때문에 아무때나 들어오고 나와도 상관이 없다.
RPG나 어드벤쳐는 이런것과 전혀 성질이 다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중간에 누가 하던거 붙잡아서 해봐야 시작과 과정을 모르니 도저히 어떻게 이어서 할수도 없다. 영화나 소설을 중간부터 보거나 중간에 끊어버리면 아무런 재미도 느낄수 없다. 혼란스러워서 화가날 뿐이다.
RPG나 어드벤쳐도 시작과 과정과 결말을 통해서 전체 구조를 다 경험했을때야만 재미있는 것인지 아닌지 결론을 낼수있는 것이다. 플레이 도중 뭔가 지루하고 따분하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부분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이건 숏텀의 관점에서 재미없는 부분이지 롱텀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마지막 까지 가봐야 알수있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엔 대조가 필요하다.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림자가 필수적이고 악이 없으면 선이 존재할수 없다.
현재 게이머라고 하는 족속들은 롱텀의 재미가 뭔지를 모른다. 그들에게는 30분 해서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게임인 것이다. 그들의 비위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지경이니 이제 RPG도 오로지 숏텀의 재미에만 촛점을 둔다.
예를들어 퀘스트 같은것도 예전엔 이런식이었다. A를 가져와라. 이게 끝이다. 어디 있다고 절대 얘기 안해준다. 한참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채집하고 B,C,D등 다른 장소를 알고나서 A가 그중 어디에 있을 것인지 게이머 스스로 생각해야 했다. 당연히 실패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 댓가는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만큼 클때도 있었다. 그러니 성공했을때의 쾌감은 그 어느것에도 비할바 없는 즐거움이었다. 퀘스트를 성공하는것 자체가 바로 보상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퀘스트는 단 한개의 예외없이 B에가서 A를 가져오라고 문제와 답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문제를 못푸는 플레이어가 있으면 큰일나니까 말이다. 이걸 성공해봐야 거기엔 아무런 쾌감도 없다. 친구의 답을 베껴쓰는 숙제같은 것이다. 그러니 대신 '퀘스트 보상'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좋은 아이템으로 게이머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게임이 끝나면 아무런 쓸모도, 기억도 남기지 않을, 그냥 수치에 불과한 게임 아이템 말이다.
플레이 하는 동안은 분명히 재미있다.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어서 끝도 없이 붙잡고 있을수도 있다. 그런데 엔딩을 봐도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 할때는 재밌는데 끝내고 보면 그저 게임에 시간을 '소비'했다는 느낌밖에 남지 않는다. 좋은 RPG는 결코 이런 느낌을 남기지 않는다. 중간중간 짜증나고 지루해서 때려치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엔딩을 봤을때는 충만감을 남긴다. 플레이 하길 잘했다는 느낌을 남긴다. 좋은 소설을 읽었을때 거기에 소비된 시간을 아까워 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이런 롱텀의 재미는 게임에서만 사라진게 아니다. 소설에서도 라이트노벨이 최고의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고 TV 쇼 프로그램에서도 사람들이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숏텀의 재미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대의 흐름'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빠져서 그렇다고 한다. 할일도 많아서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롱텀의 재미를 추구할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사람들은 롱텀의 재미를 맛본적이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뽕맞아본 사람이 자주할수 있다고 대마초로 바꿀수 있을것 같은가? 인터넷 게시판의 가벼운 잡담이 좋은 소설의 탄탄하고 정교한 구조가 주는 아름다움을 대신할수 있을것 같은가? 양은 결코 질을 대신하지 못한다.
게이머라는 족속중에 롱텀의 재미를 알았던 게이머는 이제 나같은 낡은 PC게이머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RPG의 진짜 재미를 설명해봐야 인터넷 게시판의 잡담이 주는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이 알아들을리가 없다. 이걸 좀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딱 저 같은게이머에게 하는 한마디군요 ㅋ
답글삭제동감합니다. 사실 어느 예술 장르나 초심자를 벗어나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는 만큼 느끼고, 보고, 즐기게 되는 법이지요. 재미삼아 소설계의 올타임 넘버원을 꼽는 자리가 있으면, 꼭 언급되는 소설 중 하나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입니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삶을 깊이 반추해보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초보 독서가가 함부로 덤볐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는 소설이지요(웃음). '대심문관'이라는 챕터가 주는 강렬한 사유의 힘을 느끼려면 심지어 인문학적 소양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그 소설의 악마적 깊이에 '전율'을 느끼게 되지요.(그래도 제 마음속 넘버원은 '드래곤라자'입니다! 하하)
답글삭제클래식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교향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며 듣고 깊이있게 감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클래식fm등을 통해 입문해 짧고 아름다운 소품부터 시작해 조금씩 견문을 넓혀갔지요. 사실 아직도 뭣도 모릅니다만, 가끔은 제법 긴곡도 집중해서 듣고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근데 이 세계도 워낙 끝이 없어 저는 아무래도 영원히 '초심자'일 거 같긴 합니다(웃음). 하지만 제가 잘 못느낀다고 해서 그 음악들의 위대함이 퇴색되는 건 아니기에 전 겸허함을 느낍니다.
클래식rpg, adv를 감히 저 '위대한 고전'과 같은 반열의 예술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예(Art)가 완성되어야 예술(Art)이 되는 법, 고전pc게임들이 기예의 완성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기술적 한계마저도 기가막힌 아이디어나 유머로 승화시키기는 재치가 있었지요). 그러나 어쨌든 예술을 '향해' 나아가던 장래성 밝던 장르였던건 분명합니다. '크론도의 배신자'같은 게임을 보면서 누가 미래에는 이 장르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서 멀어지리라 의심할 수 있었겠습니까?(하지만 주인장님도 이곳에서 리뷰를 한 '미스트'나 '리븐'과 같은 게임은 누가 제게 묻는 다면 아무런 유보 조건 없이 '예술'이라 답하겠습니다. 하하)
아, 잡소리가 길었네요. 어쨌든 이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 고전rpg의 진중한 재미를 알게 되기를 빌겠습니다. 제 생각엔 고전rpg는 위의 제가 든 거창한 예들과는 달리 소소한 근성만 있어도 충분히 즐길만 한 것 같은데.. ㅎㅎ
우주스크류 / ㅎㅎ딱히 게이머들한테 뭘 바라고 쓴 글은 아닙니다. 그냥 어떤 계기로 요즘 게이머들을 더 잘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답글삭제gamekid / 영화도 처음엔 기계를 이용한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했고 장르문학도 초기엔 문학취급을 받지 못했죠. 그러던것이 도전적인 예술가들에 의해 지금의 위상까지 올라오게 된 것인데 저는 어렸을때만해도 게임도 언젠가는 그런 위치로 격상될것만 같았습니다. 근데 게임쪽에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별로 나타나질 않더군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야말로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것일텐데 왜 게임이라는 형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건지...
현재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워낙 저급하고 가볍다보니 사람들이 아예 거기에 눈꼽만큼의 근성을 발휘하는것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바이오쇼크같은 게임 정도로 새롭고 예술적인 게임이라고 떠드는 게이머들과 웹진 저널리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PC게임이 이룩했던 업적 조차도 얼마나 철저히 무시당하는지 알수있죠. PC게임의 유산을 이어가도 모자랄판인데 아예 역사에서 지워버릴 지경이니 미래가 깜깜합니다. 그냥 확 아타리쇼크같은거나 한번 더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저도 숏텀을 즐기는 그런 게이머인데 님과 같은 게이머가 되려고 해도 대부분의 그런 rpg는 영어거나 매우 게이머에게 불친절해서 도저히 못하겟더라구요
답글삭제익명 / 영어로 된 게임을 피하면 별로 할 게임이 없지 않나요? 제가 어렸을때는 한글판이 드물었고 한글판이라고 해봐야 그 퀄리티가 너무 조악해서 오히려 영어보다 못한 한글일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읽는걸 당연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여러 게임을 해봤지만 게임 영어가 게임하는데 큰 장애가 될 정도로 어려웠던 게임은 매우 소수였습니다. 그냥 영어에 익숙해지는게 게임을 즐기기에는 가장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답글삭제불친절함은... 저는 솔직히 요즘 게임들이 너무 지나치게 친절하다고 봅니다.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조작해야 할 부분까지 과도하게 자동화를 시켜버리는 바람에 게임이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에는 불친절하다고 느껴지겠지만 그것도 하다보면 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불친절했다는걸 알게 될 겁니다.
잘 읽고 있지만 댓글은 안 다는 불량 애독자입니다. 어째서 일직선 형태의 단조로운 게임이 최근 들어서 대중적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저도 나름대로 생각해 보다가 예전에 읽은 어느 포스팅이 관련이 있는 듯 하여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사실 직접 생각을 정리해서 트랙백을 남기려 했는데 제가 수험생이라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네요.
답글삭제http://news.egloos.com/3603510
익명 /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전 요즘 사람들이 예전 사람들보다 더 멍청해졌다느니 이런 소리는 안믿습니다. 어차피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어느시대나 소수였을 테니까요. TV가 처음 나왔을때도 사람들이 책을 안읽고 TV만 봐서 바보가 될거라는둥 이런소리가 있었죠. 오히려 평균적으로 보면 쉽게 정보를 얻을수 있게 된 지금이 예전보다 더 똑똑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답글삭제근데 왜 점점 대중문화는 질이 떨어져가고 있느냐... 이건 아무래도 소비자가 변한게 아니라 생산자가 변한게 주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대중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거죠. 예전엔 게임 제작자들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철저하게 가장 많이 팔릴 게임을 연구해서 마치 자동차 조립하듯 만드니까요.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수록 질이 떨어지는건 당연하구요. 사실 게임을 제대로 할줄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거든요.
/껍질인간
답글삭제글쎄요, 저 글이 현대의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보다 멍청해 졌다고 주장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상황에 맞게 변화한 거죠. 심해어들의 눈이 퇴화했다고 해서 심해어들이 더 열등해 진 건 아니잖습니까. 그냥 심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적절한 변화를 거친거지요. 저 책의 저자가 현대 상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건 기존 환경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지, 현대의 경향에 대해 확실한 비판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어보인니다. 덧붙여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것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바람직 하지 못한 행동이죠. 우리가 최신의 정보라고 알고 있는 정보조차 이미 과거의 정보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니까요. 깊고 좁게 분석하는 경향에서 얕고 넓게 분석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결국 뒤떨어 질 수 밖에 없죠. 그냥 부정도 긍정도 않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아니면 과거의 경향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 훈련을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한 의도전 훈련까지 하면서 과거의 취향을 계속 유지할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껍질인간님과 같은 분들에게는 딜레마가 되겠죠. 이것이 과거의 게임과 현재의 게임의 성향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대중문화의 질 관련해서 말씀하셨는데, 대중문화라고 하셨지만 게임의 돌려말하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구절을 하나 알고있는데, 해커와 화가 라는 책에 나옵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걸작은 그 분야의 태동기에 등장했다. 1430년과 1500년 사이에 그려진 그림을 뛰어넘는 작품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 극장의 탄생과 함께 등장한 셰익스피어는 그 매체를 끝까지 밀고 나갔기 때문에 그 이후의 모든 희곡작가들은 언제나 그의 그늘에 가려저 있어야만 했다. 알브레트 뒤러는 조각에서 그리고 제인 오스틴은 소설에서 희곡의 셰익스피어와 같은 역활을 담당했다. 시간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그와 똑같은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몇 세대에 걸쳐서 그 매체의 모든 가능성을 탐구한다. 해킹이라는 것이 바로 지금 그 단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서도 이런 경향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 과거의 황금시대의 작품들을 뛰어넘을 물건들이 요즘엔 보이지 않고 있죠. 다만 다른게 있다면 다른 분야는 선구자의 뒤를 따르는 열성적인 사람들이 또 다른 길을 개척하면서 다시금 중흥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에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겠죠. 이 점이 게임과 기성 예술 분야의 차이라고 봅니다. 왜 그런 차이가 있냐고 한다면 저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배워야 하는 기술과 그 기반 사항의 차이이고, 둘째는 게임이 가지는 특유의 자본집약적 특성때문, 그리고 세번째는 위의 글에서 보이는 현대 대중의 사고 방식의 변화이죠. 영화와 건축, 사진은 문학과 달라보입니다. 좀 더 기술에 의존하죠. 하지만 저 3개의 장르는 예술입니다. 게임은 (보통은) 예술에 포함되지 않죠. 전자와 후자는 기술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장 극단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전자는 인문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후자는 기술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본다는 점이죠. 대체적으로 예술은 인문학적 바탕에서 성립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대 게임 산업의 주역들은 그러한 바탕을 거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현대 학문과 기술의 단편화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우물만 파기에도 모자랄 만큼 학문의 깊이가 심화되었기 때문이죠. 이는 반대로 전문가의 정의를 르네상스맨에서 샤츠슈나이더의 표현처럼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 와 같은 선택적 무지를 불러일으켰죠. 덕분에 현대 이공계는 인문학과의 접점이 거의 소실되기에 이르렀지요. 하지만 훌륭한 게임과 그 세계를 디자인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기술적 감각 외에도 훌륭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데, 문제는 게임 업계의 전문가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대하기에는 각 분야의 단편화가 너무 심해졌다고 봅니다. 그에 반해 영화, 사진, 건축은 아직 인문학적 소양과 이공학적 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르네상스맨들의 시대에 정립된 예술이구요. 물론 황금시대의 그 먼치킨 게임 제작자들도 이러한 물결속에서 자라난 이들이지만, 어느 분야에나 큰 조류와는 따로노는 물결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물결이 끝없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건 무리라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두번째는 게임 '산업'이 기존 '예술'에 비해 더 자본집약적인 물건이라는 건데, 자본은 대중의 시녀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으니 게임 '산업'이 자본주의의 영향을 안 받고 계속 간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아이러니한 것은 껍질인간님이 선호하시는 것으로 보이는 오픈월드게임은 특히 더 돈이 든다는 거죠. 베데스다가 최근들어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오픈 월드 게임 개발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렇다는 베데스다 개발자의 인터뷰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경향은 영화도 꾸준히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독립영화와 상업영화라는 구분이 생겨났지 않습니까? 다만 예술/독립영화마저도 그저 아이폰 하나가지고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이젠 영화마저도 게임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감상하기만 하면 되는 영화에 비해 감상하고, 스스로 행동도 해야하는 게임이 더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서도 게임의 예술성 추구는 더 힘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되는 예술이라면 추구할 수 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아무도 안하는데 돈은 많이 든다면 누가 시도할 수 있겠습니까?
세번째는 맨 위의 글의 해석을 차용한 겁니다. 대중의 취향을 따르다 보면 예술성을 희석할 수 밖에 없지만 대중 전체의 어떤 경향성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어떤 집단이 복잡함을 수용하면서 더 게임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대중의 경향을 따라가면서도 게임의 예술성을 추구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있구요. 이러한 현실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얕고 좁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대두가 대중의 성향을 복잡함에서 떨어뜨려 놨다고 봅니다.
흠, 쓰다보니 뭔가 길어진 거 같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트랙백을 하는 건데 하는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제 블로그의 다른 미천한 글을 읽으실까봐 그냥 리플로만 답니다.
익명 /
답글삭제1. 저 블로그 글이야 어떤 명확한 판단이나 주장이 실려있지 않지만 저 책의 저자는 뇌과학과 미디어 연구를 근거로 사람들이 깊은 사고력을 잃어간다고 주장한다는 소개문이 있길래 그걸 전제로 한 얘기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 책을 안 읽어봤으니 그게 정당한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단순히 거기에 순응할수밖에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좁고 깊은 사고력 대신에 넓고 얕은 사고력이라면 양적으로는 비슷한 제로섬 게임처럼 보입니다만 사고'력' 이라고 하는건 지식과 같은 양적으로 의미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작은 힘을 아무리 여러번 낼수 있더라도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려면 마찰력을 이길수 있는 일정 이상의 큰 힘을 내지 않는한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단시간 내에 습득, 분석하더라도 사고의 깊이가 얕다면 결국 술자리에서 쓸 가십거리 이상의 의미는 없지요. 현대에 수많은 정보들이 단기간에 쏟아지고 있지만 그것들 모두가 의미있는 정보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사실은 대부분이 단기간에 사라져버릴 쓰레기에 불과한 의미없는 정보입니다. 그런걸 잘 따라가 봐야 무리에 속하기에는 쉽지만 무리의 리더가 되기에는, 혹은 리더의 결정이 올바른지를 판단하기에는 별로 쓸모가 없죠. 그냥 환경의 변화에만 순응하면 피리부는 사나이가 이끄는 쥐떼의 구성원이 될수도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깊이있는 사고를 한다고 사고가 좁아지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깊이있는 사고를 하면 할수록 자동으로 사고의 폭도 넓어지게 되겠죠. 저 책의 소개글에도 깊이 있는 사고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사건을 구조적으로 바라볼수있게 한다는 내용이 있네요. 어느 시대에나 무리를 이끄는 리더의 첫번째 필수요건은 '통찰력'이었습니다. 또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도 어느 시대에나 소수였을 뿐이었죠. 책의 저자가 걱정하는 것은 그 소수의 리더들을 견제할만한 최소한의 지성이 무리에서 사라지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많은 정보를 얕게 습득하는것 자체를 반대하는것은 아닙니다. 단지 먼저 깊이있는 사고력이 밑바탕이 된 상태라야 많은 정보를 접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대중문화의 질은 '평균적으로 보자면' 게임뿐만이 아니라 전 영역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컨텐츠 생산의 문턱이 낮아져서 생긴 현상인지 인터넷을 통해 대중의 속성이 완전히 까발려져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3. 저도 대부분의 걸작이 분야의 태동기에 등장한다는데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과연 게임도 그러하냐... 안타깝게도 게임은 진정한 걸작이 탄생하기도 전에 벌써 끝나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PC게임이 분명 현재의 콘솔 게임들보다 훨씬 낫습니다만 후발주자가 더이상 할게 없을정도로 미디어의 가능성을 완전히 끌어낸 걸작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넓게 보자면 인류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분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멀티플레이 게임이고 서로의 재미를 위한 '룰'을 만든것에 불과합니다. 싱글게임, 곧 '룰'을 넘어서 제작자의 작품과 플레이어가 일대일로 마주하여 상호작용을 하는 미디어는 비디오게임이 처음이었습니다. 영화는 예전에 글과 그림으로 다 했던걸 합쳐서 새 미디어에 옮겨왔을뿐 여전히 일방향 예술이지만 게임은 과거에는 없었던 관객의 참여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창출했습니다. 감히 그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는 미지의 세계인거죠. 그런데 고작 그정도로 걸작이라는 칭호를 부여할수는 없겠죠. 그저 앞으로는 대단한 걸작이 나올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있는 게임중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하자면 걸작이라고 부를수 있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그 시절엔 그런 시도라도 있었으니 미래를 기대할수 있었던 거지만 현재는 그 시도조차 명맥이 끊어져버렸으니 걸작이 마구 나와서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예술대접을 받게될 날은 오지 않겠죠. 제가 비선형성, 오픈월드 같은것에 집착하는것도 그게 오로지 게임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선형적으로 할수있는건 이미 소설과 영화가 다 해먹었거든요. 게임으로 영화를 재현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냥 버튼을 누르면서 보는 영화가 될 뿐이죠.
4. 그럼 왜 과거 PC게임의 명맥이 끊겼느냐... 익명님이 말씀하신 3가지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도, 사진도, 건축도 처음부터 예술 대접을 받은것은 아닙니다. 모두 기술로 시작했지만 뛰어난 선구자들에 의해 예술로 격상된 분야들이죠. 게임에도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문학을 접목시킬 이런 선구자들이 필요합니다만 나타날 기미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익명님이 게임계의 기술자들이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걸 지적하셨는데 제가 볼때는 기존의 기술자들이 예술을 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예술가들이 기술을 익히는게 더 빠를거라고 봅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이 게임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예술적인 게임들이 나올거라는 거죠. 그리고 게임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엄청나게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프로페셔널한 퀄리티가 나올 필요는 없죠. 새로운 시도라면 퀄리티와 상관없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자본의 집약은 이후에 거기에서 상업적 가능성을 본 사람들이 할 일이구요. 오픈월드를 만든다고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PC게임 초창기에는 거의 모든 게임이 오픈월드였는데요 뭘... 베데스다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는건 오픈월드인 주제에 그래픽을 비오픈월드 게임 수준으로 만들려니까 그런것이구요. 그래픽과 실시간진행만 포기한다면 게임제작은 그렇게까지 어렵고 전문적인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고 자본집약적인 분야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인디게임계도 존재할수 있는 것이겠지요. 문제는 미디어에 대한 실험이 끝나기도 전에 너무 일찍 거대 산업화 되어버렸다는 것과 인디게임계에서 기존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꿔버릴만큼 폭발적인 작품이 나와주고 있지도 못하다는 것이죠. 처음엔 대중의 관심을 끌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다른 예술가들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면 언제나 새도운 시도에 목말라있는 예술가들은 돈이 되든 말든 자연스럽게 모여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작품도 나오겠지요. 그래서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생각없이 버튼누르면서 시간때우는 물건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담은 예술작품도 있더라는 식으로 바뀐다면 자연히 좋은 게임에도 어느정도는 자본이 공급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임이 고차원적인 예술 분야가 되기를 바라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영화정도로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일을 할수 있고 돈이 아니라 순수한 목적으로 만든 작품들이 소수라도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지금 상황은 그 소수가 없다는게 문제라는 겁니다. 풍요속의 빈곤이죠.
5. 제가 주로 PC게임 이야기를 해서 예전엔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 주였다고 착각하실 분들도 있을거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메이저 시장은 콘솔게임이었고 콘솔게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단지 그때는 마이너이지만 PC게임이 있었고 지금은 PC게임이 완전히 죽었다는것이 차이입니다. 그래서 전설이 되어버렸죠. 예전엔 이런 게임도 있었다고 하는... 그러면 '우와~ 그런게 팔렸어? 요즘같으면 절대 안팔릴텐데' 하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때도 안팔렸어요. 몇만장 팔리면 다행이고 몇십만장 팔리면 대박이었죠. 그때도 콘솔게임은 수백만장씩 팔리고 있었습니다. 요즘에 예전 PC게임같은걸 내도 그때와 똑같이 몇만장, 몇십만장까지는 팔린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스템이 몇만장은 실패로 규정하니 몇만장짜리 게임이 못나오는거 뿐이죠. 대중의 성향이 그렇게 변한것 같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좀더 생각을 정리해서 제대로 댓글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그냥 나오는대로 줄줄 쓴게 아쉬운 마음이 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통 SF에 빠져드는 나이는 10세에서 14세 사이인데,
답글삭제이 중에서 SF를 진정으로 즐기는 심미안(!)을 획득하고 꾸준히 SF소설을 구매하는 하드코어 팬은 소수라고 SF평론가 홍인기님은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팬이 약 1-2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네요(한국은 100-200명 정도).
잘 알려져 있듯이 'SF 공동체'는 끈끈합니다. 편집자, 작가, 독자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SF팬이 훗날 작가가 되거나 편집자가 되는 일은 뭐 자주 있는 일입니다. SF쪽도 자본주의 흐름에 따라 출판사들이 대형화되고, 대형 출판사의 입맞에 맞는 SF가 양산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탁월한 작품을 출판하는 탄탄한 작은 출판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들이 장르 발전의 심장 역할을 하는 것이죠(홍인기님 블로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팬들이 조직한 출판사도 있다는군요). 게다가 판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천재도 등장해주고 있습니다(최근, 테드 창).
그래서 "SF의 90%는 쓰레기"이지만, 하드코어 팬들은 크게 아쉬울 것 없이 나머지 10%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상황을 PC게임계에 견주어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주인장님의 아쉬움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고전RPG 팬도 작게 잡아도 미국에 1-2만 명, 한국의 경우 100-200명 정도는 충분히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쪽 판은, SF 판과 같이 역사가 쌓이고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전에 무너졌다는게 주인장님의 진단인 것 같습니다. 그 최후의 한 방을 '발더스게이트'가 날렸다고 보시구요. 제가 옳게 봤는지요?(웃음) 확실히 게임은 손익분기점이 높아 자본의 입김을 더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gamekid / 그렇죠. 비주류 시장에서는 소비자와 창작자 간의 공동체가 정말 중요하죠. 어차피 많이 팔릴일은 없으니 소비자와 창작자가 한몸이 되서 오래 굴러갈 자급자족 시스템이 만들어져야죠. 음악쪽에도 인디레이블이나 비주류 장르쪽에 특화된 레이블이 있잖습니까. 처음보는 밴드라도 레이블만 딱 봐도 어떤 음악인지를 알 정도로 특화된 퍼블리셔가 존재하죠. 게임쪽에도 이런 소규모 퍼블리셔가 절실합니다. 지금 퍼블리셔들은 너무 덩치가 커져서 몇만장짜리 시장은 안중에도 없는거죠. 전략게임쪽에는 스트라테지 퍼스트라고 그쪽 전문 퍼블리셔가 있어서 나름 안정적으로 게임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어드벤쳐나 RPG쪽에도 이런 퍼블리셔가 하나쯤 있다면 정말 든든할텐데 참 아쉽습니다. 게임 제작자들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 게임들을 제대로 출시라도 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그런일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최근 몇년간 베데스다가 RPG회사들을 여럿 사들이고 있던데 어쩌면 얘네들이 RPG전문 퍼블리셔가 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더군요. RPG시장을 구하기 위해 그동안 스스로 희생해서 몸을 판거였다는 감동적인 반전이 일어날려나요. ㅎㅎ
답글삭제발더스게이트에 대한 제 관점을 정확하게 짚으셨군요. 저도 발더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그전에 급격한 3D로의 변화라던가 플랫폼의 이동같은 너무 빠른 환경의 변화가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데 발더스가 마지막 화룡정점을 찍었던거라고 생각합니다.
숏텀텐도종자인증
답글삭제나 ㅋ
롱텀이뭔지도몰랏던건 안자랑
수준이 낮아지게된 원인은 아마 정보를 얻기위한 경로가 단축되어서 부수적인 지식의 흡수가 줄어들어서가 아닐까요.
답글삭제물론 그에대해 오히려 딴길로 세는 일때문에 늘어난다고하면
반론하기는 어렵겠지만 문제는 정보를 제공하는 측이 곡해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주는경우가 많기도하고 또 그쪽으로 유도하기도하니까 독자적인 정보는 얻을수 없어서라고 볼수 있겠지요
작성자님의 글을 보고 많은걸 느끼고 갑니다.
답글삭제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익명 / 소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교육자로서 이러한 현상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고 감각적인 것에 익숙합니다. 문명의 매체가 종이, 책에서 영상으로 바꼈기 때문이죠. 그리고 미래학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은 이 체제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문맹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감각으로 즉각 전달되는 정보이니 해독할 필요가 없어지죠. 그런 사람들이 끊기와 노력, 탐구가 가져다주는 기쁨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모든 문화요소들이 감각적이고 쾌락적이고, 순간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헬레니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순수예술은 암흑 속에 숨어있어야 하는 시기지요. 단, 희망적인 것은 문화 컨텐츠의 한계가 들어나 과거의 고전들을 재조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왔기에 한동안 고전게임류가 완전히 잠식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허나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 없으면 상업적으로 사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요소들이 격렬한 비판을 받고 있어서 걱정이 큽니다. 이대로 고전의 부활이 다시 묻히는 것은 아닐지... 그래서 킥스타터에 거는 희망이 큽니다. 제발 잘 만들어야 할텐데...
답글삭제silvermoom / 킥스타터로 예전의 능력있는 제작자들이 다시 돌아오는걸 보니까 PC게임의 시대가 다시 시작될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듭니다. 현재의 능력있는 제작자들도 거대 퍼블리셔 아래에서 재능을 낭비하지말고 이상을 펼쳤으면 좋겠네요.
답글삭제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이유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정통RPG는 하지 않게 되었네요.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이후로 느끼게 된 건 결국 경쟁이 들어간 게임 만큼 재미를 주는게 없다는 점입니다. 저는 디아블로2 보다 훌륭하고 잘 만들었고, 1회 플레이시에 재밌었던 RPG(디아블로2를 RPG의 영역으로 넣을 수 있다면)는 얼마든지 꼽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디아블로2 처럼 오랫동안 플레이했던 RPG는 업거든요. (발게이는... 음 개인적으로 재미의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답글삭제그렇지만 RPG의 온라인화가 갈 수록 가속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껍질인간님 같은 분들이 적정한 수 만큼 존재한다면 언젠가 옛날 서양 RPG 같은 게임들이 다시 나올 수도 있겠죠.
익명 / 원래 인류와 함께 해온 전통적인 게임의 형태는 멀티플레이에 경쟁이 본질이죠.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경쟁이라는걸 벗어나서 뭔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지금은 crpg계의 암흑시대 같은거군요,
답글삭제르네상스가 오면 좋겠습니디, 그 후에는
Crpg의 바로크 그리고 낭만풍이 될까요 ㅋㅋ
게임으로서 삽질해보는 재미를 느끼기엔(그리고 즐기는사람이 많아지기엔) 온라인겜이 망해야 합니다.!(^^;;;)
답글삭제이유인즉슨 접근이 매우쉬운 팬사이트들(실제론 거의 공략사이트에 가까운..)때문이라고 생각되고요;;
저같은 경우는 보통 공략을보면 흥미가 떨어지니 잘안보는 편인데 이노무 렙업이라는거에 막혀 간간히 공략을 참조하기도 합니다만(대항온)..
기본적으로 요즘유저는 실패를 하려고 하지 않는것이 문제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경험으로는 몇안되지만 와우를 할때 파티를 구성하면 무조건 던전을 전멸없이(대부분 아닌분들도 있습니다만..)클리어 해야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진행을 하더군요...
즉 이것저것 이렇게 저렇게 공략해보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무시하는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런 트랜드(??!)에 약간 물이 들은듯 하지만요 ㅎㅎ;
일단 고전게임들은 한번쯤은 해봤을테지만...영어는 저에겐 아직 큰벽이더군요..
유령의예언이라는 게임을하다가 접은 기억이....(사소한 건물에서 password?하는걸 거기에 답변할 대답을 찾지못해서였지요..;;)
그런저인지라 발더스게이트가 가장인상깊고 재미있게 했었지요.. 광역마법을 썻는데 파티원이 전멸해 gameover...ㅎㅎ)그리고 TRPG(D&D룰북)을 접한게 윈도우가 한참판을치고 98로 넘어가서 dos부팅이 점차 사라졌을시기에 접했기에....
뭐 그전엔 JRPG를 주로했었죠.. 국내게임사들도 있었고.. 어스토시아스토리라거나...창세기전이라거나 스토리중심의 rpg가 주를이뤘죠..
몇달전 디아3가 나왔길래 해봤더니 기대이하더군요 ㅠ.ㅠ 2때보다 볼스토리가 더없어지고... 에고 온라인겜의 한탄만 하게 되는군요 ㅋㅎㅎ;;
요즘엔 번역기도 지원이 되겠다 시간되면 dos에뮬을 돌려서 고전겜들을 찾아서 해봐야 겠네요.. 첫 정품이자 처음으로 pc게임을 접했고 부모님에게 받은 유령의 예언부터 ㅎ;;;
위저리드 이런걸 하기엔 너무 어릴때라 ㅎㅎ;;
그냥 넋두리성 글 살포시 놓고 갑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평온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PS : 요즘엔 할만한 온라인도 거의 안보이고 제눈에 미치는 곳한정에서는 패키지도 안보이고 ㅜ.ㅜ; 점점 옛겜들을 찾게되네요
답글삭제(잡담이 길어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주인장님 전8,90년대의 Pc게임을 피부로 접하지는못했지만이블로그덕에흥미가생겨 주인장님이 리뷰하신게임들과 pc게임중에 나름 교과서적인 작품들을 해보고있습니다 최근에는 시프 골드를 플레이하고있는데 퀘스트진행방식이 주인장님이 본문에서 쓰신내용과 비슷한것같습니다. 또 복잡한 맵구조와 지도가 부실한해서 머릿속에 맵을 그리게되는것도 재밌네요.그런데 적들의 인공지능이 너무 멍청한것같습니다. 어두운곳에서 기습하기가 너무쉽고 유인하기도 쉽다는점이요. 이것은 비단시프만이 가지고있는 문제가아니라 스플린터셀 히트맨시리즈와 같은 잠입게임에서 느껴왔던점입니다. 이러한 요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적들을 살해하지 않는다는 제약을 건다던지, 히트맨시리즈의 사일런트 에세신같은 랭크시스템을 도입한것같은데, 이러한 방법말고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일방법은 없는것일까요?? 질문을하고나니 우문처럼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신다면 대답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주인장님뿐만 아니라 이블로그를 방문하시는 손님들두요 ㅅ
답글삭제씨프는 최고 난이도로 끝까지 해보시면 그렇게 쉽다고 느끼지는 않으실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너무 쉽다고 느끼시면 게임을 엄청 잘하시는거구요.^^; AI는 현재는 신경을 많이 쓰면 아주 뛰어나게 만들 기술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투자대비 직접적으로 돈이 안나오는 부분이라 소홀히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을 구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뛰어난 AI보다 화려한 그래픽을 좋아하는것 같고 어려운 게임은 기피하는거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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