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년: 2003
제작사: Ion Storm
유통사: Eidos
플랫폼: Windows
제작사: Ion Storm
유통사: Eidos
플랫폼: Windows
난이도 설정: Realistic

그러나 어드벤쳐와 rpg라는 장르는 게임의 스토리를 게임플레이의 조역이 아닌 주역으로 다룰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위한 시도를 해왔던 장르이다.(여기서 던전형rpg는 논외로 하자.) 초창기 텍스트 어드벤쳐는 플레이어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삼는 1인칭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는 스스로 스토리를 이끌어가기위한 판단과 선택을 하지만 이 선택은 다른 결과로 이끄는 진정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정해진 하나의 답을 찾기위한 시행착오와 같은 것이었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게임이었지만 어쨌든 플레이어에게 스토리진행의 주도권을 줌으로서 인터렉티브 픽션(interactive fiction)이라는 참으로 거창한 명칭마저 부여받았었다.
rpg에서는 이러한 어드벤쳐적 특성을 물려받아 이야기를 퀘스트라는 단위로 잘게 쪼개어 각각의 퀘스트를 플레이어가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 가능하게 하여 전체적인 면에서 좀 더 비선형적인 진행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비선형적인 진행은 분명히 스토리 자체를 게임플레이의 영역에 끌어들이는것이 가능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계산되고 잘 짜여진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껏해야 시작과 끝이 있는 '설정'이라고 불릴만한것이지 소설에 버금가는 이야기의 템포와 강약을 포함시키는것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템포와 강약을 가진 스토리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스토리에서 플레이어의 주도권을 뺏어올수밖에 없었고 스토리를 게임플레이의 위치로 격상시킨다는 시도는 무산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스토리와 게임플레이를 완전히 분리시켜 배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rpg는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로 나눠졌고 메인퀘스트에서는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없이 게임이 지시하는 대로 종 노릇을 하도록 했다. 이러한 게임에서는 도데체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것인지, 아니면 게임이 플레이어를 가지고 노는것인지 헷갈릴때가 많다. 아무리 뛰어난 스토리를 위해서라지만 그것때문에 플레이어를 종처럼 부려먹으면 그 게임은 게임의 본분을 망각한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처럼 부차적인것이 되어야지 주도적인 위치에 서면 게임으로부터 플레이어를 배제시키는 것이다.
Deus Ex는 이러한 스토리냐 게임플레이냐의 양자택일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 작품이었다. 잘 짜여진 선형적인 스토리를 마치 플레이어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진행된것처럼 플레이어를 속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 야심찬 시도는 게임내의 다른 여러 시도와 함께 별 영양가없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어들이는 바람에 Deus Ex의 제작자들은 두번째 기회를 얻게 된다. 제작자들은 1편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1편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속편을 제작한다.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1편의 특징은 크게 보자면 3가지 파트로 나누는게 가능하다.
1. fps에 rpg적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성장을 접목
2. 하나의 문제에 다양한 해결방법 제공
3. 선형적이지만 플레이어가 주도하는것 같은 스토리
두마리 토끼도 아닌 세마리 토끼를 한번에 쫓은 결과는 알다시피 빈손이었다. 복잡한 rpg요소는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게임 초반을 제외하고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 2편에서는 이런 무모한 욕심을 버리고 3번인 스토리와 자유도의 결합에 모든것을 집중시켰다. 1번과 2번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1편에 비하면 훨씬 축소되고 단순화 되었다. 사실 2편은 1,2번의 축소때문에 크게 욕을 먹고 졸작으로 분류되는 게임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1편에서 3번이 실패하다보니 3번의 요소가 존재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편에서 1,2번을 포기하고 3번을 성공시켰지만 1편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애초에 3번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내 관점에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도 한데 어짜피 난이도 조절 실패로 복잡한 캐릭터 성장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이 안된다면 그런 시스템은 버려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의 선택은 난이도 밸런스를 맞춰서 시스템을 살리는거겠지만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면 시스템을 포기하는게 차선책이지 쓸모없는 시스템을 유지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3번 하나만으로도 전례가 없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만하기 때문에 1,2번을 포기한 결정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선택이 구매자들이 원한 선택이 아니었을 뿐이다.
스토리는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스토리 진행에 모든것을 쏟아부은 게임 답게 1편의 스토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편은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결이었다. 플레이어는 선의 편에서 세계정복을 노리는 악의 당수를 제거하는 역할을 맡게 되지만 끝에가서 (게임캐릭터들이)예상치 못한 존재를 만나 세가지 배드엔딩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좀 시시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2편은 이런 유치한 선악의 대결이 아닌 선과 악이 모호한 현실적인 세계로 플레이어를 초대한다. 여전히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있지만 그들은 1편과 같은 절대악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는 인물들이다. 플레이어는 그 가운데 떨어져서 이 각기 다른 구원자들의 균형을 맞추는 인물이라고 할수있다.
1편에서 플레이어는 강제적으로 nsf라는 팩션에 종속되어야 했다. 처음에는 unatco의 지시를 받아 움직여야 했고 nsf로 돌아선 후에는 또다시 그들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장기말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시나리오가 이지경이니 플레이어가 무슨 선택의 자유를 느낄수 있었겠는가. 시나리오 작가의 고민이 없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2편에서는 플레이어를 강제적으로 어느 한 팩션에 소속시키지 않는다. 여러 팩션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플레이어를 이용하려고 하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역으로 이들을 이용한다.
게임에서는 누군가 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수행해야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플레이어가 충분히 동의할 만한 이유와 목적이 없다면 대단히 기분이 나쁘게 된다. 문제는 플레이어의 성향이 제각기 다르다는데에 있다. 'XXX를 구해라!' 라고 명령한다면 누군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뛰어들겠지만 누군가는 도데체 알지도 못하는 놈을 내가 왜 구해야 하느냐면서 거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데이어스엑스2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상황에 대한 명령이 동시에 여러개가 제공된다. 위와같은 상황에서 어떤놈은 'XXX를 구해라!' 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다른놈은 'XXX를 구하지말고 OOO로 와라!' 또다른놈은 'XXX를 죽여라!' 이런식으로 서로 상반되는 명령이 제공되는것이다. 게다가 플레이어는 기회가 된다면 이런 명령을 내리는 주체중에 맘에 안드는쪽을 살해하거나 어느 한쪽의 명령을 듣는것처럼 하다가 최후에 배신하는것조차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을 만족시킬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한 상황에 대한 여러 선택은 일반적인rpg에서도 종종 볼수 있는것들이다. 그러나 데이어스엑스2가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아주 잘 짜여진 선형적인 플롯 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의 rpg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하나의 퀘스트에서 끝나게 된다. 그 선택이 끝나면 전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 선택의 연속성이 없는것이다. 하지만 데이어스엑스2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같은 사람들과 단일한 이야기 위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나가기 때문에 선택의 결과가 즉흥적이고 단발적이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연속적이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대단한 경험을 선사하는데 단순히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된다는 느낌뿐만이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한명의 캐릭터로써의 감정마저 느끼게 된다. 어느 한쪽의 요청을 들어주려면 다른 한쪽의 요청과는 반대되는 행위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때로는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며 지속적으로 요청을 들어준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방향과는 다른쪽으로 갈때면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두번 만나고 마는 캐릭터가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만나면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개성적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발더스 게이나 구공화국의 기사들같은 바이오웨어표 게임들의 파티원들과 플레이어와의 관계 발전과도 전혀 다르다. 바이오웨어표 파티원들은 어쨌거나 플레이어의 부하이며 아무리 의견차가 있어봐야 결국 파티 탈퇴 외에는 별것이 없다. 그러나 데이어스엑스2의 캐릭터들은 언제나 플레이어의 적인지 동료인지 확실히 알수가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플레이어의 경쟁자들이다. 스토리 자체가 이들 캐릭터들과 플레이어의 관계를 통해 발전되므로 그들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비교가 되질 않는다.
이런 캐릭터들과의 관계쌓기를 위해 게임은 통신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플레이어는 사소한 일에서 조차 끊임없이 여러 팩션의 간섭을 받는다. 어느 한쪽 팩션에 불리한 행동을 할때면 그 팩션의 인물로부터 지속적으로 경고 및 회유의 메시지를 받게 되며 심지어 사소한 움직임에조차 반응을 보인다. 예를들면 한 인물이 뭔가 중요한 정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을때 그곳으로 가다가 생각이 바뀌어 문앞에서 돌아서자 갑자기 통신으로 왜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곳에서 이러한 인터렉티브한 반응을 접하게 되서 깜짝 놀랄때가 많다. 게임내에서 플레이어가 했던 아주 사소한 행동이 특정 인물에게 관찰되어 기록되어있는걸 보거나 대화 선택문에서의 사소한 선택이 다른 인물과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등 정말 마법과 같은 순간들이 있다.
게임의 진행방식은 1편과는 달리 좀더 rpg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1편의 경우 대부분은 fps처럼 하나의 스테이지와 하나의 주 목표가 주어진다.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그런 방식이었다. 홍콩에서는 하나의 무대에 여러 퀘스트가 있는 형식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번에 하나의 목표가 주어지는 fps의 스테이지 형식이라고 볼수있었다. 그러나 2편에서는 스테이지로 구분된 형식이 아닌 1편의 홍콩처럼 도시로 구분된 무대를 사용한다. 하나의 도시에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가 공존하며 그 도시의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면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1편보다 훨씬 많은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전형적인 rpg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점도 1편의 팬들을 당황시킨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브퀘스트들은 각각이 독립적인 퀘스트들이 아니라 하나의 서브 퀘스트가 전혀 다른 서브 퀘스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기본적으로 메인스토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어떤것들은 메인스토리와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메인스토리의 복선이라는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만큼 서브퀘스트 하나하나가 세계관과 현재상황을 설명하는 훌륭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메인플롯과 뭉쳐져서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된다. 커피회사 퀘스트나 주변 캐릭터와 관련된 몇가지 퀘스트는 시작부터 종반까지 펼쳐지면서 아주 훌륭한 서브플롯의 역할을 해낸다.
메인퀘스트는 수많은 선택을 제공하면서도 그 여러선택에 대한 결과를 하나로 이끌어내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도록 플레이어를 잘 설득시키고 있다. 1편에서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거의 다른 인물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면 2편에서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그보다는 플레이어의 궁금증을 유발시킴으로서 강제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여러 팩션들의 요청은 서로 상충되지만 결국은 플레이어는 어느 한 팩션의 요청을 들어줌으로서 다음 지점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플레이어 스스로 획득한 정보에 의해 움직이므로 강제적이고 단일한 진행에서도 플레이어는 자발적인 진행이라고 느끼게 되는것이다. 따라서 스토리는 끊임없이 플레이어에게 궁금증과 비밀을 선사하고 그것을 충격적인 반전으로 해소한다.
1편의 반전들이 누구나 예측가능한 뻔한 반전이라면 2편의 반전들은 실로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들을 보여준다. 게임의 범위를 벗어난 기가막히게 훌륭한 스토리임에도 그것을 리뷰상에서 자세히 표현할수없는 이유는 이런 반전들의 힌트를 주게될까봐서이다. 2편의 스토리는 'xxx와 관계가 있다'는 얘기조차 그 스토리의 힘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언급하기가 힘들다. 필자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이 게임의 힘은 전적으로 스토리로부터 나온다. 그만큼 스토리가 훌륭하며 스포일러에 취약하다. 다만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절대로 1편을 먼저 해야 2편의 스토리를 100퍼센트 느낄수 있다는것이다. 그것도 세세한 부분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바로 연달아서 하지 않으면 안된다. 후반에서는 대단한 감동을 느낄것이다. 철학적인 스토리라고 하는것은 바로 이런 게임에 붙여야 하는 명칭이지 토먼트같은 게임에 붙이는 명칭이 아니다. 토먼트의 스토리는 데이어스엑스2의 스토리에 비하면 고등학생의 형이상학적 개똥철학이라고 할수있다. 물론 데이어스엑스2의 스토리가 대단히 참신하다고 볼수는 없다. sf에서 아주 많이 다뤄지고 진부한 주제이지만 그 스토리의 주인공으로서 체험하는 느낌은 특별하다. 누구라도 종반의 마지막 결정에 다다르면 심각하게 철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힘은 아주 잘 만들어진 개성적인 캐릭터들에 의해 더욱 탄력을 받는다. 초반부터 종반까지 가볍게 다뤄지는 주변 캐릭터는 없으며 캐리커쳐같이 얄팍하거나 단순한 비인간적인 캐릭터는 없다. 대사와 음성연기는 대단히 뛰어나며 캐릭터의 미묘한 개성을 잘 드러낸다. 숨막히는 스토리에서 몇몇 캐릭터를 통해 가끔씩 터지는 가벼운 개그는 캐릭터에 친밀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이다!
스토리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1편과 마찬가지로 반전이 조금 도를 넘을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첫번째 반전에서 정말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지만 그것이 두번 세번 반복되면 약발이 떨어지는건 피할수 없는 일이다. 반전을 조금만 줄였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작가는 반전 매니아인듯 싶다. 그 외에는 정말 뛰어나다. 이정도 되는 잘 짜여진 스토리는 게임매체에서 찾기는 상당히 힘들다. 잘 쓰여진 왠만한 사이버펑크 소설과 견주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을것이다. 이런 훌륭한 스토리를 100퍼센트 느끼기위해 게임상에 등장하는 모든 텍스트를 놓치지말고 읽을것을 권한다.
스토리관련 외의 게임플레이를 따로 이야기 하자면 혹평밖에 할게 없다. 액션의 난이도는 1편보다 더 쉬워졌다. 잘하면 아마 엔딩볼때까지 단 한번도 죽지않고 플레이가 가능할것이다. 레벨디자인을 보자면 규모는 1편의 거대한 레벨에 비하면 정말 코딱지만한 맵밖에 없다. 1편의 수중연구소같은 규모는 절대 없다. 가장 큰 맵도 클리어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심심하면 로딩존이 나오기 때문에 안그래도 좁은 맵이 더욱 좁게 느껴진다.
그러나 희안하게도 오히려 이런점이 플레이어를 스토리에 더 몰입시키게 하는 요인이 된다. 보통 게임과는 다르게 스토리진행 자체가 게임의 재미의 중점이 되다보니 플레이어의 사망이 흐름의 맥을 끊는 요소가 되어버리고 한없이 헤메는 맵이 아닌 작은 규모의 맵이 도리어 스토리의 템포가 쳐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짧고 쉬운 액션 난이도가 스토리 진행의 템포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스토리에 집중하는게 가능하고 소설과 같은 전개의 속도와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인해 1편과는 정 반대의 게임이라고 할수 있겠다. 1편은 액션이 주가되고 스토리가 양념으로 들어간 게임이라면 2편은 스토리가 주가 되고 액션이 사이사이에 양념식으로 첨가되어 있다. 스토리 자체가 수동적이고 강제적인 감상의 형태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선택적인 게임플레이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임에도 전혀 답답하거나 게임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진정으로 스토리를 '보는'게임이 아니라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할수있겠다.
게임의 비주얼에 대해서도 칭찬을 하고싶다. 1편은 이게 도데체 사이버펑크물이 맞는지 모를정도로 비주얼이 평범했지만 2편의 비주얼은 완전히 전형적인 사이버펑크 비주얼을 보여준다. 시종일관 어두운 푸른 조명과 이집트의 아콜로지 디자인은 블레이드러너를 연상케하고 아콜로지 내부에서는 아예 영화와 거의 똑같은 장면을 볼수있다. 어퍼시애틀의 네온사인과 로워시애틀의 할렘가나 오마르같은 테크뮤턴트, AI아이돌, 신생종교같은 요소들은 사이버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선물이 될것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형편없어보이는 그래픽이지만 아직도 분위기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그래픽이라고 할수 있다.
음악도 전편에 비하면 영화음악처럼 변해서 분위기를 해치거나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다. 인상적인 음악은 없지만 분위기를 더해주는, 게임의 성격에 아주 걸맞는 음악을 들려준다. 메인테마는 전작의 뽕짝느낌은 사라지고 게임 분위기와 걸맞게 느리고 장중하게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2편의 메인테마가 더 마음에 들었다.
데이어스엑스2는 겉으로 봤을때는 대단히 못만든 게임처럼 보인다. 움직임과 물리엔진은 어색하고 텍스쳐 해상도가 낮아 캐릭터들은 밋밋하고 지저분해 보인다. 총쏘는 느낌은 fps의 관점에서는 정말 최악의 거지같은 느낌이고 맵은 좁아 터졌는데 몇발자국만 옮겨도 로딩 메세지가 뜬다. 전투에서 AI의 대응은 가만히 서서 쳐맞는게 전부인것처럼 보이고 인터페이스는 콘솔패드에 맞춰져 있는터라 마우스와 키보드로는 병맛이 폭발한다. 일반적인 fps의 관점으로는 쓰레기중에 이런 쓰레기가 없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fps가 아니다. 1편은 rpg를 가장한 fps였지만 2편은 형식상으로는 fps처럼 보여도 사실은 뼈속까지 rpg인 게임이다. 그것도 아주 독특하고 유니크한 전례가 없는 rpg이다. 세계의 설정 위에서 돌아다니는 rpg가 아닌 스토리 위에서 돌아다니는 새로운 rpg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다. 워렌스펙터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며 스토리와 자유도가 결합된 rpg의 미래를 보여준 게임이라고 할수있다. 이 게임에는 액션이 없다. 퍼즐또한 없다. 오로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 그 자체를 플레이하는 진정한 의미의 인터렉티브 픽션이며 진정한 롤 플레잉(role playing)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부디 게임의 허접한 겉모습에 속아 진짜배기 알맹이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미 판매량은 우를 범했다는것을 증명해 주었다.) 데이어스엑스는 2편에 와서야 다른 게임과는 차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획득하는데 성공하였고 rpg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다. 개인적으로는 rpg에서 스토리를 강조하고 싶으면 이런식으로 나갔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런게임을 두번 다시 볼수있을것 같지 않다.
스토리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1편과 마찬가지로 반전이 조금 도를 넘을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첫번째 반전에서 정말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지만 그것이 두번 세번 반복되면 약발이 떨어지는건 피할수 없는 일이다. 반전을 조금만 줄였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작가는 반전 매니아인듯 싶다. 그 외에는 정말 뛰어나다. 이정도 되는 잘 짜여진 스토리는 게임매체에서 찾기는 상당히 힘들다. 잘 쓰여진 왠만한 사이버펑크 소설과 견주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을것이다. 이런 훌륭한 스토리를 100퍼센트 느끼기위해 게임상에 등장하는 모든 텍스트를 놓치지말고 읽을것을 권한다.
스토리관련 외의 게임플레이를 따로 이야기 하자면 혹평밖에 할게 없다. 액션의 난이도는 1편보다 더 쉬워졌다. 잘하면 아마 엔딩볼때까지 단 한번도 죽지않고 플레이가 가능할것이다. 레벨디자인을 보자면 규모는 1편의 거대한 레벨에 비하면 정말 코딱지만한 맵밖에 없다. 1편의 수중연구소같은 규모는 절대 없다. 가장 큰 맵도 클리어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심심하면 로딩존이 나오기 때문에 안그래도 좁은 맵이 더욱 좁게 느껴진다.
그러나 희안하게도 오히려 이런점이 플레이어를 스토리에 더 몰입시키게 하는 요인이 된다. 보통 게임과는 다르게 스토리진행 자체가 게임의 재미의 중점이 되다보니 플레이어의 사망이 흐름의 맥을 끊는 요소가 되어버리고 한없이 헤메는 맵이 아닌 작은 규모의 맵이 도리어 스토리의 템포가 쳐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짧고 쉬운 액션 난이도가 스토리 진행의 템포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스토리에 집중하는게 가능하고 소설과 같은 전개의 속도와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인해 1편과는 정 반대의 게임이라고 할수 있겠다. 1편은 액션이 주가되고 스토리가 양념으로 들어간 게임이라면 2편은 스토리가 주가 되고 액션이 사이사이에 양념식으로 첨가되어 있다. 스토리 자체가 수동적이고 강제적인 감상의 형태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선택적인 게임플레이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임에도 전혀 답답하거나 게임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진정으로 스토리를 '보는'게임이 아니라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할수있겠다.
게임의 비주얼에 대해서도 칭찬을 하고싶다. 1편은 이게 도데체 사이버펑크물이 맞는지 모를정도로 비주얼이 평범했지만 2편의 비주얼은 완전히 전형적인 사이버펑크 비주얼을 보여준다. 시종일관 어두운 푸른 조명과 이집트의 아콜로지 디자인은 블레이드러너를 연상케하고 아콜로지 내부에서는 아예 영화와 거의 똑같은 장면을 볼수있다. 어퍼시애틀의 네온사인과 로워시애틀의 할렘가나 오마르같은 테크뮤턴트, AI아이돌, 신생종교같은 요소들은 사이버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선물이 될것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형편없어보이는 그래픽이지만 아직도 분위기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그래픽이라고 할수 있다.
음악도 전편에 비하면 영화음악처럼 변해서 분위기를 해치거나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다. 인상적인 음악은 없지만 분위기를 더해주는, 게임의 성격에 아주 걸맞는 음악을 들려준다. 메인테마는 전작의 뽕짝느낌은 사라지고 게임 분위기와 걸맞게 느리고 장중하게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2편의 메인테마가 더 마음에 들었다.
데이어스엑스2는 겉으로 봤을때는 대단히 못만든 게임처럼 보인다. 움직임과 물리엔진은 어색하고 텍스쳐 해상도가 낮아 캐릭터들은 밋밋하고 지저분해 보인다. 총쏘는 느낌은 fps의 관점에서는 정말 최악의 거지같은 느낌이고 맵은 좁아 터졌는데 몇발자국만 옮겨도 로딩 메세지가 뜬다. 전투에서 AI의 대응은 가만히 서서 쳐맞는게 전부인것처럼 보이고 인터페이스는 콘솔패드에 맞춰져 있는터라 마우스와 키보드로는 병맛이 폭발한다. 일반적인 fps의 관점으로는 쓰레기중에 이런 쓰레기가 없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fps가 아니다. 1편은 rpg를 가장한 fps였지만 2편은 형식상으로는 fps처럼 보여도 사실은 뼈속까지 rpg인 게임이다. 그것도 아주 독특하고 유니크한 전례가 없는 rpg이다. 세계의 설정 위에서 돌아다니는 rpg가 아닌 스토리 위에서 돌아다니는 새로운 rpg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다. 워렌스펙터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며 스토리와 자유도가 결합된 rpg의 미래를 보여준 게임이라고 할수있다. 이 게임에는 액션이 없다. 퍼즐또한 없다. 오로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 그 자체를 플레이하는 진정한 의미의 인터렉티브 픽션이며 진정한 롤 플레잉(role playing)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부디 게임의 허접한 겉모습에 속아 진짜배기 알맹이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미 판매량은 우를 범했다는것을 증명해 주었다.) 데이어스엑스는 2편에 와서야 다른 게임과는 차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획득하는데 성공하였고 rpg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다. 개인적으로는 rpg에서 스토리를 강조하고 싶으면 이런식으로 나갔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런게임을 두번 다시 볼수있을것 같지 않다.
평가 ★★★★☆